[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1억 명의 위력
[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1억 명의 위력
  • 성광일보
  • 승인 2020.10.0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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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杉基
김삼기
김삼기

한국의 전통명절 추석은 온 국민의 마음이 고향과 조상에게 향하면서, 한국의 시각(시간)을 한두 세대 뒤로 돌려놓는 시기다.

곡식이나 과일의 수확으로 인한 풍성함보다 조상을 생각하고 부모형제를 만나는 기쁨 때문에 더 넉넉함이 넘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조용하게 치러지는 올해 추석이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영토에는 5,000만 명의 조상과 현존하는 5,000만 명의 국민의 가치가 만나 1억 명이 공존하고 있는 위대한 대한민국을 형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경우도 전통명절인 추수감사절이나 성탄절에 고향이나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한국의 성묘행령 같은 진풍경은 볼 수 없다.

어느 나라나 건국을 기념하거나 큰 업적을 기리는 국가명절은 전통명절과 달리 간단하게 치러지지만, 전통명절은 오랜 문화와 역사가 담겨 있어 성대하게 치러지는 편이다.

그런데 서양의 전통명절은 그리스, 로마문화로부터 시작되어 헬레니즘문화로 이어지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조상이라는 뿌리를 찾기보다는 문화나 철학의 뿌리를 찾는 데서 멈추는 것일까?

나는 추석 당일 날 추도예배를 마치고 아내랑 추동공원이 있는 집 근처 자그마한 산에 올라갔다. 1시간쯤 등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내와 나는 반절쯤 찢겨진 A4 용지 조각을 발견했다. 그 찢겨진 쪽지 상단에는 ‘I love’ 그리고 영어 글씨 밑에는 ‘나는 엄마를’이라고 쓰여 있었다.

글씨체로 봐서 영어를 막 배운 초등학생이 쓴 게 확실했고, 아마도 “I love mom”과 “나는 엄마를 사랑한다” 라고 썼던 쪽지가 땅에 떨어졌고 등산객들에 의해 훼손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와 나는 “I love mom”과 “나는 엄마를 사랑한다” 두 문장에 대해 영어는 실천이나 행동을 의미하는 동사 ‘사랑한다’를 강조한 것이고, 한국어는 목적이나 대상인 목적어 ‘엄마’를 강조한 것이라면서, 동서양의 문화 차이로 인해 생긴 문장의 구조를 얘기하며 산에서 내려왔다.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동양문화 탓에 한국어는 ‘엄마’라는 대상이 먼저 사용되고, 관계보다는 개인을 중요시하는 서양문화 탓에 영어는 개인의 행위인 ‘사랑한다’가  먼저 사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름도 한국어 ‘김삼기’를 영어로는 ‘Samki Kim’으로 표현하는데, 이 역시 영어는 개인 이름을 먼저 쓰고, 한국어는 조상과의 관계인 성이 먼저 쓰게 된 예로, 동서양의 문화 차이에서 오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나는 우리나라 추석명절의 조상숭배정신이 유교사상에서 기인한 줄로만 알았으나, 어제(추석) 등산길에서 ‘I love’와 ‘나는 엄마를’이라고 쓰여진 쪽지를 보고 동서양의 문화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는 점도 깨달을 수 있었다.

관계를 중요시하는 문화와 함께 1억 명이라는 대한민국의 위력의 여운이 꽤 오랫동안 가시지 않을 것 같다.

[단상] ‘관계’라는 동양문화의 가치를 생각하면서, 남은 추석연휴를 즐겁고 유익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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