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메시아를 넘겨 주었다는 사실을 모르는가?” 그러자 목사는 괴로워하며 반문했습니다. “제가 무슨 수로 그것을 알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자 천사가 말했습니다. “(중략) 단 한 번이라도 소년을 찾아가 그 눈을 들여다보았다면 너는 그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헨리 나우웬 저(著) 최원중 역(譯) 《상처 입은 치유자》(두란노, 40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한 젊은이가 전쟁 중에 적을 피하여 한 마을에 숨어듭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 청년에게 친절을 베풉니다. 그런데 적들이 그 마을에 들이닥쳤습니다. 청년을 내놓지 않으면 마을 사람들을 해치겠다고 합니다. 마을의 지도자인 목사님은 “한 사람이 죽는 것이 온 백성이 망하는 것보다 낫다.” 성경 말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청년이 숨은 곳을 알려 줍니다. 청년은 적들에게 넘겨지고, 마을에는 평화가 찾아옵니다. 그날 밤 천사가 그를 찾아와서 말합니다. “네가 무슨 일을 하였느냐? 네가 넘긴 청년은 메시야였다.” “그가 메시야였다니요? 내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자 천사가 말합니다. “그 젊은이를 찾아가서 그의 눈을 들여다 보았다면 너는 알았을 것이다.” 헨리 나우웬은 이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공리적, 윤리적인 질문을 던지지 말라고 말합니다. 핵심은 이 청년의 눈을 들여다 보았어야 한다는 것, 이 청년의 얼굴에서 그리스도의 얼굴을 보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뽑을 때, 아마도 바리새인을 고르면 제일 좋을 것입니다. 이들은 명문가 출신이었고,학문적인 훈련도 받았고, 하나님을 향한 열정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바리새인 중에서 제자를 뽑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이웃의 얼굴도 눈도 바라보지 않고 오직 자신의 의와 원칙 속에서 이웃을 정죄하며 살았습니다.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회칠한 무덤 같으니 겉으로는 아름답게 보이나 그 안에는 죽은 사람의 뼈와 모든 더러운 것이 가득하도다.” (마2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