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회화나무에게 4년쯤은 순간이겠지만, 소년은 청소년으로, 청소년은 청년이 된 자원봉사 모임 '칭구해'
500년 회화나무에게 4년쯤은 순간이겠지만, 소년은 청소년으로, 청소년은 청년이 된 자원봉사 모임 '칭구해'
  • 원동업
  • 승인 2020.10.2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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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22일(위)부터 시작된 청소는 4년여간 지속돼 2020년 10월 24일에도 이뤄졌다. 성수동 동부공원.

지금은 고인이 된 박원순 시장이 서울에 끼친 큰 영향 중 하나는 마을공동체 사업이었다. 이 사업은 에너지, 미디어, 학부모, 사회적경제, 예술창작, 북카페, 주민자치센터, 아파트공동체 등등 서울시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벌어졌다. 이 사업들은 평범하게 개인으로 살던 사람들이 마을 혹은 공동체라는 더 큰 우리에 접속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 

2016년 여름쯤 성수동의 작은 아파트 사람들도 마을공동체 사업에 참여했다. 모임에서는 동네축제 '어쩌다 마주친 전시'를 기획한 김희정 대표의 안내를 받아 동네 마실을 하기도 하고, 성동문화재단 소월아트홀서 열린 공연 <파리대왕> 그리고 성수아트홀의 <환상 노정기>도 보았다. 

어떤 때는 아파트 놀이터에서 송편을 빚기도 하고, 삼계탕에 떡국을 끓여 나누기도 하고, 마을 공터서 열린 녹색장터에도 참여했다. 
성수종합사회복지관과도 협력해 야외에서의 공동식사를 열거나, 노인정을 주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바꾸었다. 그리고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해오는 일도 있다. 매주 토요일 아침에 모여 하는 동네청소가 그 일.  

◆처음엔 아파트 주변만, 점차 서울숲, 멀리 회화나무 공원까지 진출

성수동 강변현대아파트 정문앞에 보호수 4-1 회화나무가 있다. 수령 550여년. 
“우리 아파트만 말고, 우리 동네-동부공원과 성수복지관 등-를 청소하자”는 의견이었다. 그러다 올해는 멀리, 다른 이들과도 함께 했다. 
지난 7월엔 서울숲 수변공원도 청소했다. 10월 청소원정대는 성수1가1동까지 진출했다. 강변현대아파트 앞 정문의 회화나무 마을공원을 청소하기 위해서였다. 거기에 서 있는 550년쯤 된 '회나무'가 이들의 청소를 지켜보았다. 다음은 이들과의 일문일답.

- 오늘 이곳에 오게 된 이유는? 어떤 사람들이 왔나?
“오늘이 우리 청소가 시작된 지 어느새 4년이다. 그걸 기념한다고 할까? 그 자리에서 그 당시 사람들과 사진도 찍고자 했다. 해서 당시 우리들이 초청했던 윤혜경(현 광진구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센터장) 선생님에게도 연락해서 함께 왔다. 당시 윤 쌤은 성수1가2동 활동가셨다. 
4년이 지나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헌신하시는 모습을 보고 놀랍고 기뻤다. 윤혜경 선생님도 우리를 보고 그렇다고 말씀해 주시고. 또 성동구민기자단에서 활동하시는 분들 중에서 박선민, 이기남 쌤 등 성수동 분들도 함께 해 주셨고, 성수동 정윤주 학생도 참여했다.”

- 4주년 기념 청소 지역으로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성수동에는 4곳 정도에 보호수가 있다. 수도박물관에 느티나무 하나, 성수동 성당에 느티나무 둘, 그리고 성수동 트리마제 가까운 곳에 느티나무 형제 두 그루. 
대개 300여년 쯤 된 나무들이다. 그런데 이 곳은 회화나무이고, 수령도 550여년 쯤 된다. 성수동서 가장 오랜 나무다. 우리가 아끼고 사랑해야할 나무다. 모르는 분들도 많아 알리고도 싶었다.”

- 매주 더구나 토요일날 아침 청소를 진행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비가 오는 날에는 쉬기도 한다. 다만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 중에도 꾸준히 하다보니, 습관이 됐다. 꾸준히 하다보면 오히려 그런 마음이 안 든다.”

청소 하다보면 마을살이 보인다. 담배꽁초 너무 많아

- 청소를 4년여간 진속해 왔다. 청소년들이 주축이 된 거 같은데?
“당시 중학교 2학년생이던 윤지환 학생은 얼마 전 주민등록증을 받았다. 그러니까 술을 사도 되는 나이가 된 거다.(웃음) 
청소하던 청소년이 청년이 되었다. 드디어 청년회장이 탄생했다.(웃음) 
여기 원이섭 학생은 자원봉사 시간이 300여 시간에 육박한다. 동생 요섭인 중1이니까 초3부터 지금까지 참여해 온 거다. 다들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동네 청소를 하다보면 어떤 것들이 보이나?
“쓰레기는 흔적이다. 활동의 흔적. 우리 아파트가 뚝섬역 가까이에 있고, 회사원들도 많다보니 담배꽁초가 제일 많다. 우수가 흘러들어가는 도로 배수구에 엄청나게 버려져 있다. 니코틴 섞인 물들이 그대로 강물에 섞이게 된다. 꽁초통을 마련하는 것도 대안일 것 같다. 

큰 지식산업센터 근처에는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곳을 정해놓기도 하는데 이런 곳을 활용하는 일도 필요하다. 일수 대출을 유혹하는 전단들도 많이 버려진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자동으로 전화해서 '일을 방해하는 원천차단'도 한다고 들었다. 또 보이는 곳에 버리면 차라리 나은데, 화단 안의 회향나무 안에서도 음료수 병들이나 심지어 꽁초들도 보인다. 어린이들이 버리는 아이스크림 봉지보다 어른들 아메리카노 용기가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 활동을 계속 하게 되는 힘이 있다면?
“청소를 해서 한번 더 깨끗해지면 다음에는 버리는 것이 덜한 것이 느껴진다. 뉴욕에서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경범죄를 지속적으로 막으니까, 살인 강도 폭력 등등의 큰 사건이 차츰 진정됐다는 사례가 '깨진 유리창' 이론의 증명 사례로 남아있다. 우리들도 쓰레기를 남겨두고 100미터를 가는 것보다, 하나의 쓰레기도 없이 10미터를 가자고 서로 독려한다.”

- 청소를 하면서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다니, 흥미롭다. 

   성수동 강변현대아파트 정문앞에 보호수 4-1 회화나무가 있다. 수령 550여년.

◆마을 전체가 날실 씨실로 지은 천에 그린 자수 그림

청소는 작은 일이 아니다. 손님맞이를 하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청소 아닌가. 청소를 잘 하는 일은 모든 안전사고를 막는 첫 번째 조건이다. 청소를 하면 일의 효율을 크게 높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이 제 자리에 있도록 하는 것이 청소니까. 청소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동네를 돌게 된다. 서로 서로 대화의 시간을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점포 앞을, 자신의 동네를 청소해 간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언제든 빗자루와 쓰레받기만으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이 청소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이들의 청소는 성수동 성락성결교회서 자원봉사 활동을 맡고 있는 이행숙 님이 1365에 자원봉사 시간을 꾸준히 등록해 주고있다. 한양현대아파트는 이들이 쓰레기를 모아오면 그걸 꼬박꼬박 처리해 준다. 

입주자대표회의(회장 이창구)와 관리사무소(소장 조규천)도 자주 함께 참여하고 이들의 사업 참여를 돕는다. 이들이 편하게 쓰고 있는 빗자루와 쓰레받기와 장갑은 성동구청의 아파트공동체 활성화사업의 사업비의 도움도 받았다. 그들이 말없이 짜준 날실씨실의 천 위에 이들은 그들의 그림을 그려왔다. 

이들 자원봉사자들의 모임 이름은 '칭구해'다. 신영복 선생이 젊은 날, 청소년들과 함께 2년여를 지속했던 아름다운 날들은 그의 글 '청구회의 추억'에 남아있다. 그때 소년들은 스스로 일해 돈을 벌고, 책을 읽는 독서회를 운영했다. 겨울이면 연탄재를 부숴 눈길에 깔고, 여름이면 새벽에 달리기를 하고 동네청소도 했었다. '칭구해'는 그 청구회에 대한 오마주다. 
【원동업=성수동쓰다 편집장】
3bigpictu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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