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삼사(三司)
[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삼사(三司)
  • 성광일보
  • 승인 2020.11.11 10: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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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金杉基
김삼기/갈럼리스트
김삼기/갈럼리스트

요즘 대한민국 정치가 진보당과 보수당의 대립이 아니라 정부와 검찰의 싸움 같아, 한편으론 볼거리가 생겨 재밌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심히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의 4대사화(무오사화. 갑자사화. 기묘사화. 을사사화)를 단순히 사림파와 훈구파의 당파 대립이 아닌, 왕과 대신을 정치적으로 견제하는 삼사(三司)와 관련된 권력투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모 교수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조선은 왕과 신하의 상하관계는 확실했지만, 왕권의 실질적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에서 보낸 사신에 의해 왕이 임명되어 중국의 눈치를 봐야 했고, 대내적으로는 왕이 왕실을 챙기느라 백성에게는 소홀했기 떄문이다.  

조선의 왕권이 취약해지면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게 바로 삼사였다.  삼사는 사헌부, 사간원, 홍문관을 일컬으며, 이 세 기관은 왕과 대신에 대한 언론과 감찰 기능을 주요 임무로 했다.

사헌부는 시정과 관원에 대한 감찰 행정과 관원의 자격을 심사하는 인사 행정에 관여하는 기관이고, 사간원은 왕에게 옳지 못하거나 잘못된 일을 고치도록 간청하고, 신료에 대한 탄핵, 당대의 정치, 인사 문제를 담당하는 기관이고, 홍문관은 궁중의 서적과 문헌을 관장하고, 왕의 정치적 자문에 응하고, 왕에게 조정의 옳고 그름을 논하거나 간언하는 기관이다.

삼사가 힘을 받게 된 계기는 삼사를 포함한 주요 관서의 근본적 기능을 국법에 보장된 불가침의 영역으로 편입한 경국대전(1485, 성종 16년 완성) 덕이라 할 수 있다. 조선에 국왕과 대신을 비판하고 제어하고, 권력의 절대화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기에, 우리나라의 현대 민주주의가 이만큼 성숙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역사적으로 조선이 삼사의 공정한 힘이 발휘될 때는 왕의 실정 막을 수 있어 평온했으나, 이들의 힘이 약하거나 파벌에 의해 나누어질 때는 나라가 혼란스러웠음을 알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검찰이 파벌에 의해 나누어져 있고, 공정한 힘에 대한 평가를 받고 있는 형국이 조선의 삼사와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조선의 주요 인물 중 절대다수는 삼사를 거쳐 대신이 되었는데, 실제로 성종~중종 때의 대신 중 대부분(50~90%)은 삼사를 거친 인물들이었다고 한다.  500년 이상 흐른 지금의 대한민국 주요 정치인들도 대부분이 검찰 출신이라는 점이 참으로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현재 대한민국이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고,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이 각종 범죄에 연루되어 있는 것 역시 조선의 상황과 비슷한 것 같다. 조선의 4대사화가 당파싸움이 아니고 삼사(三司)와 관련된 권력투쟁이었다는 모 교수의 말을 우리 사회가 되새겨 봐야 할 것 같다.

[단상]
언론은 이미 죽었고, 검찰이라도 공정하게 본래 기능을 발휘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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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 Seonsu 2020-11-12 20:58:56
Very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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