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 시인
꽃이 만개하는 방
김현주
한낮, 흰나비의 성한 날갯죽지에 겨울이 박힌다
무거워 절뚝거리리던 삶이 갇힌 회색의 방
어려서 치료 시기를 놓쳐 날개 한쪽이
꺾인 채 퇴행된 그녀
없는 날개 위에 어둔 그림자가 쌓인다
몸에 박힌 겨울 한 조각을 입에 물고
이정표도 정거장도 없는 방 안에서 운명처럼
하염없이 걷고 있다 빙빙
아픈 기억을 지우고 있는 것일까
몸 속에 쌓인 빙하를 빼내려는 걸까
그녀의 눈빛은 꽃을 피우듯 천진하다
유난히 꽃을 좋아했지
무슨 꽃이 제일 좋으냐고 물으면
따로 구분져 좋아하면 다른 꽃이 슬퍼해서 안된단다
들에 핀 풀꽃도 예뻐하며 함부로 꺾지 않던 언니
회색빛 방 안 가득
그녀의 평화가 침묵 속에 피어난다
더이상
슬픔이 끼어들 틈 없는 꽃 중에 꽃으로
김현주 / 시인
·성동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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