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파트 관리사무소 필수노동자들
<인터뷰> 아파트 관리사무소 필수노동자들
  • 원동업
  • 승인 2020.11.11 12: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왼쪽부터 조규천 관리소장, 환경미화 유서란·오귀실, 회계경리 김지연, 경비 이종원 ,뒷줄 김대진 시설 담당
왼쪽부터 조규천 관리소장, 환경미화 유서란·오귀실, 회계경리 김지연, 경비 이종원 ,뒷줄 김대진 시설 담당

성동은 지난 9월 10일 <서울특별시 성동구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공포했다. 전국에선 최초로 '필수노동자'란 개념을 꺼냈고, 이는 한 달 후인 10월 6일, 정부에서 필수노옹자의 안전 확보 근로여건 개선을 위한 테스크포스가 출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오는 11월 13일(금)은 한국 노동사에 매우 뜻 깊은 날이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절규하며, 근로기준법 책과 함께 자신을 불사른 고 전태일 열사의 뜨거운 항의가 있던 날이었다. 그로부터 50년, 한국에서의 노동자 권리와 안전은 얼마나 지켜지고 있을까? 

성동구는 서울 여느 지역보다 공동주택 비율이 높다. 산동네, 침수지역 등 낙후환경이 개발되면서 아파트는 당연한 옵션처럼 선택됐다. 아파트는 안녕한가? 그곳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필자가 사는 성수동의 작은 아파트를 골라 소개한다. 

우리 아파트는 168세대 1동짜리 작은 단지다. 관리사무소 하나, 경비실도 하나. 관리사무소에는 '상근'직원 일곱 명이 근무한다. 관리사무소장, 시설주임, 경리주임, 경비원 둘, 환경미화원 둘. 사정이 다르겠지만, 필수인원들이다. 이들은 어떤 역할들을 하고 있을까? 이에 대한 이해는 우리 지역사회 공동체의 안전과 안정을 위한 기초를 제공할 것이다. 

관리소장 - 아파트 살림 맡는 전문가 겸 지휘자

조규천 아파트 관리소장은 매월 한 번씩 열리는 입주자대표회의(회장 이창구) 정기회의에 참여한다. 대표자회의에서 검토 의결해야할 사항을 꼼꼼히 준비해 참석한다. 회의는 구성원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회사 퇴근 후 등) 저녁에 이루어진다. 회의가 늦어지면, 밤늦은 퇴근을 피할 수 없다. 

지난 추석기간엔 갑자기 발생한 '코로나 환자'로 인해 택시를 타고 출근했다. 보건소에서 환자를 실어가고 난 뒤, 방역업체의 마무리를 살피고, 필요한 조처를 관리실 사람들과 처리했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또한 오후 늦게까지 분주했다. 다행히 환자가 철저히 방역수칙을 지켰고, 활동영역은 명확히 특정돼 그 케이스는 추가 검진 등도 필요 없이 마무리되었다.

20여 년 된 이 아파트엔 보수작업이 늘상 필요하다. 인터폰 시설 교체도 20년 만이다. 관리소장은 견적서를 몇 군데서 받았지만, 지속해서 업체를 수소문했다. 견적을 받았던 금액보다 1/3쯤 저렴한 업체를 접촉해 공사를 완료했다. 단지내 아스팔트 손상도 심했다. 지원서류를 만들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공동체회장 등과 구청을 방문했다. 구청 인근서 아스팔트 바닥에 색을 내고, 무늬를 넣는 공법을 보았다. 입찰공고를 내고 관리소장은 현장 설명을 해줄 때, 공사업체에 이를 요구했다. 

관리소장은 작은 단지는 상대적으로 관리비 부담이 많다. 최대한 절약할 방법, 주민들의 편의를 도모할 방법을 찾는 이유다. 관리실 직원들의 사기와 복지에도 신경을 쓰는 건, 이들의 안정이 곧 아파트에 대한 서비스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기술업무 - 기계 전기 시설 등 아파트 안전과 운영 책임

기술주임은 엔지니어다. 혼자서 아파트 업무 전체를 보아야 하기 때문에, 기계 시설 전기 배관 등까지 두루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작은 하자는 직접 처리하고, 큰 문제는 계약하고 있는 업체 혹은 주변 공사업체를 부른다. 주민들은 자주 '집안 일'도 보아주길 원한다. 원칙상으로 공유공간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 왜냐면 사적공간에 자주 불려 다니면, 공적 영역을 소홀히 해 결과적으로 아파트주민에 피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파트 시설 전체를 잘 알고 있고, 연로하거나 서툰 입주민의 부탁을 아예 모른 척 하기는 어렵다. 

아파트는 언제나 고장날 수 있는 수많은 전기, 기계, 설비장치를 두고 있다. 고장이 닥치면 불편이 커진다. 아침에 전영역 순찰이 필요한 이유다. 업무일지를 일곱 권쯤 넘게 쓴다. 그만큼 보아야할 시설도 많다. 쓰레기 재활용에도 투입된다. 격일로 근무하는 경비 체제 때문에 한 분이서 그 일을 다 감당하기 어려운 줄 안다. 관행적으로 해온 일이라는데, 개선이 필요하지 싶다. 관리소장님과는 토요일에도 격주로 출근한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대체자가 없어 둘이는 도시락을 싸오거나, 근처에서 빵과 우유로 대체해 먹곤 하고있다.

회계업무 - 관리비 부과 및 아파트 재정 관리

아파트 살림중 가장 큰 일은 각 주민들에게 매월 관리비를 부과하고 관리하는 일이다. 중계기나 주차장 수입도 관리를 해야하고, 기술주임이 요청한 물품비용 정산 등 지출도 여럿이다. 큰 공사를 위한 장기수선충당금 및 기타 엘리베이터 사용료 등까지 살림을 정리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매월 입주자대표회의에 보고하고, 감사를 받는 등 일도 따른다.  

우리 아파트에선 한 2년여 전부터 경리주임의 일은 오전에만 이뤄진다. 원래 전일제였는데 당시 문제가 있었고, '비용 절감'의 이유도 있어 굳어졌다. 때문에 관리소장 혹은 기술주임이 사무소를 지켜야 할 경우도 있다. 본연의 업무가 있는데, 이건 비효율적이라 생각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빌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주민 불편이 크다. 

요즘은 아파트 경리직을 선호하는 여성들도 많다. 규칙적 정규적 업무인 까닭이다. 학원도 있고,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라 누구든 도전도 해볼 수 있다. 참, 요즘 아파트는 투명하게 관리된다. 인터넷 K-아파트에 들어가면 우리 아파트 사정을 소상히 알 수 있다. 당연히 타 아파트와의 관리비 등 비교도 쉽게 할 수 있다.

청소업무 - 쾌적 안전한 아파트 위해 쉴 틈 없이 일하다

청소는 월부터 금요일까지, 9시부터 3시까지다. 토요일도 격주로 일한다. 상반기와 하반기에 3일간씩 용역본사서 나와 아파트 전체에 물청소를 진행한다. 전동솔을 돌리고, 약품을 쓰는 큰일이라 따라 다니며 물기를 없애느라 종일 바쁘고 힘이 든다. 평소에도 쉬운 일은 아니다. 신주라고 아파트 계단 끝부분에 황동색의 미끄럼방지 턱을 넣는데, 약도 필요하고 솔과 천도 청소에 쓰인다. 쪼그려 앉아 힘을 줘 닦아야 한다. 창문 창틀도 닦고, 계단 구석구석과 주차장도 청소한다. 2020년엔 방역까지 해야 해서 일도 늘었다.

아파트에선 지난해 청소원 휴게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비록 지하에 있지만, 맘 편히 발도 뻗고 옷도 갈아입고, 또 밥도 먹을 있는 공간이라 기뻤다. 안에 구비된 전자레인지, 냉장고 등은 재활용때 주워온 것들이다. 낡았지만 쓸 만하다. 일할 때마다 말을 걸어주고, 차 한잔이라도 내주는 분들이 고맙다. 관리소장, 시설, 경리, 경비 등은 협회나 같은 업종 종사자들간의 카페 심지어 카톡 모임도 있다. 환경미화원들은 이런 부분에서 취약하다. 주휴수당, 월차나 연차는 제대로 챙겨지고 있는지 이런 것도 어디 묻거나 요구하기 어려운 이유다. 

경비업무 - 택배 보안 재활용 외 야간엔 아파트 전체 관리도

경비업무는 격일제다. 24시간을 일한 뒤에 아침 6시에 교대한다. 대체인력도 구하기 어려워 일년에 각각 반년씩을 아파트에서 생활한다. 대체인력 투입이 어려운 이유는 비용의 문제도 있고, 아파트 경비업무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24시간 차와 사람이 드나들고, 365일 한시도 빠짐없이 살림과 일상이 유지되는 아파트는 상시 대기상태가 되어야 한다. 관리소장 주임 등 아파트 관리사무소 인력이 빠진 저녁부터 아침까지 고스란히 이 모든 일이 '경비원'에게 위임된다. 비상사태에 '대기상태'와 일상의 '업무상태'를 풀 수가 없는 것이다. 방송도 해야 하고, 일주일에 한번은 새벽부터 재활용 업무 준비와 실행도 해야한다. 그 와중에도 끊임없이 택배와 주민의 층간소음 갈등, 쓰레기투척, 주차, 여러 청소업체의 클래임 등등 민감한 요구도 끊임없이 발생한다. 

경비원의 하루 휴게시간은 10시간이다. 이유는 휴식이 아니라 임금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았던 경비원들의 임금은 그 퍼센테이지를 높여왔다. 최저임금을 맞출 수가 없어 '휴게시간'은 점차로 늘어왔다. 휴게시간은 곧 임금산정서 제외된 '대기시간의 값'이다. 아파트 입주민 각각의 사정을 잘 아는 경비원은 아이들과 노약자를 위한 최고의 서비스 주체이기도 하다. 경비원실에 배치된 아파트 전체 폐쇄회로TV와 시설관리 경보 등은 이들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알려주는 표지이기도 하다.【원동업=성수동쓰다 편집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특별시 광진구 용마산로128 원방빌딩 501호(중곡동)
  • 대표전화 : 02-2294-7322
  • 팩스 : 02-2294-732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연
  • 법인명 : 성광미디어(주)
  • 제호 : 성광일보
  • 등록번호 : 서울 아 01336
  • 등록일 : 2010-09-01
  • 발행일 : 2010-09-01
  • 발행인 : 이원주
  • 편집인 : 이원주
  • 회장 : 조연만
  • 편집이사 : 김광부
  • 논설주간 : 김정숙
  • 자매지 : 성동신문·광진투데이
  • 통신판매 등록 번 제2018-서울광진-1174호
  • 성광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성광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gilbo@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