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의 노포> 성수동 중앙감속기
<성동의 노포> 성수동 중앙감속기
  • 원동업
  • 승인 2020.11.11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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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감속기, 선반과 밀링에서 칼과 후라이팬으로 100년을 향하다
감속기 공장주 이용호와 이태리 중화 퓨전음식 최현석 셰프의 만남
감속기 공장주 이용호(왼쪽)와 이태리 중화 퓨전음식 최현석 셰프

아버지가 중앙감속기 공장을 시작해 운영한 지는 40여 년, 아들 이용호 대표는 다시 그걸 이어받아 20여년을 지속해 왔다. 그러다 힘에도 부치고, 무엇보다 감속기 사업은 이제 사양길에 들어, 공장을 이만 접고자 했다. 그때 이용호 대표에게 식당 부지를 찾는 한 '청년'이 찾아왔다. 폐업이 눈앞에 닥치자 이용호 대표는 울컥하는 마음이 됐다.
“아버지가 아셨으면 아마 내 뺨을 때렸을 텐데…!”

그 말을 들은 눈 앞의 청년이 말을 받았다. 한동안 SNS를 통해 널리 퍼지면서 회자된 말이었다. 
“중앙감속기 이름을 계속 쓰겠습니다. 100년 가게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청년의 이름은 최현석. 키 190에 독특한 요리스타일로 이름난 스타 셰프였다. 지난 10월 19일 월요일, 두 사람을 월요일 밤 식당 중앙감속기에서 만났다. 불금의 밤처럼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성수동 변화의 상징처럼 보인 공장주와 셰프

- 최근 조속기에 대한 기계평론을 읽었다. 엘리베이터 추락을 자동으로 방지해 주는 기계장치라 하더라. 감속기는 어떤 기계인가?
“모터가 빠른 속도로 돈다. 1750알피엠쯤. 모터와 설비 사이에서 보조 장치로 작동해 적절하게 속도를 조절(감속)하는 장치다. 기본은 컨베이어 벨트 같은 것이 천천히 도는 데 쓰인다. 방송국 무대장치를 올리거나 내리는 데도 쓰고, 축사나 농촌의 비닐하우스 지붕개폐기, 통닭구이용 회전체인, 이런 데도 쓰인다. 속도가 낮아지면 힘은 증가되기도 한다. 

- 중앙감속기의 첫 시작과 전개를 듣고 싶다.
“아버지 고향이 평안북도 선천이셨다. 평양 원산을 거쳐 1.4후퇴 때 월남, 마장동에 정착하셨다. 청계천서 공장을 시작하셨는데, 재개발에 밀려 성수동에 왔다. 성수동은 준공업지라 근처 공장들도 가까웠고, 자재를 구하기도 쉬웠다. IMF를 겪고 공장이 어려워지면서 나도 영업을 뛰며 아버지를 도왔다. 94년부터는 직접 맡았으니, 올해까지 26년여다.”

- 이 대표께서 일을 맡으면서 아버지의 중앙감속기와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감속기 국산화는 아마 아버지가 제일 먼저 하신 일일 거다. 당시엔 전부 외제였으니까. 그걸 뜯어보면서 배웠다. 나는 KBS나 MBC, SBS 등의 세트장에 출입하면서 외산을 차츰 우리 것으로 교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80년대 초는 정부에서 국산화 정책을 펴면서 우리가 움질일 여지가 생겼다. 선배가 설계회사를 운영하고, 우리가 영업하고 발주하기 시작했다. 열여섯 명쯤 되는 공장사람들과 신나게 일했다.”

중앙감속기는 성수역 가까이 구두공원 옆에 있다. 이 대표의 아내 김영애 씨는 이곳서 동료들과 모임을 열고 있었다. 벌써 여러 번 모임들을 불렀다. 새공간, 새주인을 돕는 나름의 방법이다. 공장 중앙감속기의 여러 면을 식당 중앙감속기가 고스란히 받았다. 최현석 '작업반장'도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바빴다. 불과 칼을 쓰는 분주한 주방으로 돌아왔을 때, 긴장했던 그는 비로소 편안한 얼굴이 됐다.

“후배들이 일하는데, 혼자만 저기(홀)에 있으려니 가시방석이에요!”

밀링과 선반, 칼과 후라이팬 도구 다르지만 추구 가치 같아

'메뉴대장'에 후배 셰프들은 각기 현장소장, 불판장, 면판장, 홀파트장 등으로 적혀있다. '현장' 다섯에 '영업' 셋이 일하는 곳이니, 작은 식당은 아니다. 이 대표가 정원을 만들었던 옥상에 최 대표는 직원 휴게실을 두었다. 기숙이 가능한, 샤워실에 오락기계까지 완비된 공간이다. 복지에 꽤 신경을 쓰고, 임금도 높다. 올초 문을 열었는데, 아직까지 흑자를 내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월요일 영업은 그래서 시작했다. “우리 좀더 하자!”고  크루들을 다독였다. 그는 왜 성수동으로 왔을까?

“아버지를 포함해서 가족이 전부 요리업계에 종사해요. 요리는 제게 자연스러워요. 여기는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그냥 하게 된 거에요. 성수동이 괜찮은 곳이라고 후배가 그러라고요. 소비행태도 스마트하다고. 젊은이들이 많아요. 그들은 가치를 찾으면 기꺼이 지불하죠.(가치요?) 더 저렴한 걸 찾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거다 싶으면 거기엔 쓰죠.”

이용호 대표는 '처음 자신의 가게'를 여는 최현석 셰프에게 5년간 계약을 해주었다. 그가 학교 후배인 걸 알음알음 알고 있었지만, 그가 가게를 내준 이유는 최 반장이 이곳 터와 건물 그리고 성수동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어서였다. 이 대표의 외관 인테리어를 최현석 셰프는 고스란히 받았다. 바깥 벽을 나무로 두른 풍경도, 내부도 별로 바꾸지 않았다. 두 중앙감속기는 로고도 서로 비슷하다.

두 사람의 만남이 보여주는 변화는 성수동의 현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대표는 원을 깎는 선반머신과 평면을 수직으로 파는 밀링머신 그리고 기어를 가공하는 호핑머신 등 기계 만드는 기계들로 자신의 작품들을 만들어 왔다. 

최 대표는 자연에서 나온 원재료들을 칼과 도마 그리고 불과 후라이팬으로 요리한다. 2차산업 제조업이 물러가고 3차산업 서비스업이 전면에 등장한 풍경이다. 
하지만 일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자신의 일에서 최고가 되려는 것, 창의적인 일처리와 도전. 그리고 소비자의 만족을 위한 세심한 고심은 여전한 과제다. 자신의 속도로, 꾸준히 작동하는 감속기처럼 그 일은 지속된다.

중앙감속기 가게를 가득메운 손님들

중앙감속기 전화 02-466-9628 / 
주소:서울 성동구 성수일로6길 7-1
【원동업=성수동쓰다 편집장】
3bigpictu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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