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대한민국 사회혁신 체인지메이커 교육부문 대상 윤희정 대표
2020 대한민국 사회혁신 체인지메이커 교육부문 대상 윤희정 대표
  • 원동업
  • 승인 2020.12.1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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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범지대, 창고로도 못 쓴다던 그곳을 명소로 바꿨다
“마음온도, 마을온도 높이는 일! 그게 우리의 최종목표”
윤희정 대표
윤희정 대표

 

“뭐하려고? 여긴 창고로도 못 써!”
그곳은 우범지역이었다. 청소년들은 그곳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종종 범죄도 벌어졌다. 진입로는 축대가 이어지고, 다른 편에는 상가들의 창고나 공장으로 쓰이는 반지하 작업장들뿐이었다. 그곳에서 이들은 낡은 창고 하나에 매달려 있었다. 블록을 나르고, 페인트칠을 손수 하며 공간을 만들고 있는 그들이 이웃의 눈에는 걱정거리였다. 보다 못한 할머니가 그렇게 진심어린 걱정을 전해왔다. 
“할머니. 그렇지만 저희가 찾던 곳은 바로 이런 곳이예요.”
그게 2015년경이었다. 그곳은 이제 왕십리의 '명소'가 됐다. 차도 오토바이도 다니지 못하는 곳이라 아이들도 안전한 곳, 공간이 너무 예뻐 찍는 곳마다 인생샷이 되는 곳. 성동구 교육의 작은 허브. 왕십리 <마음 온도>다. 
이곳을 만든 윤희정 (주)거마도 대표는 지난 12월 초, '2020 대한민국 사회혁신 체인지메이커 교육혁신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교육하고 자립시키고 관계를 지속한다

-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상에 대해 소개를 해주세요.

“올해가 2회째예요.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가 후원하고 한국사회복지협의회서 주최하세요. 복지 교육 경제 환경 문화 각 부문에서 한 팀 혹은 두 팀을 선정하고, 올해는 감염병 예방에 큰 공이 있던 인천의료원 분에게 특별상을 드렸어요. 처음에도 그랬고, 마음 가는 대로 해왔는데, 그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는 계기라서 최고로 기뻤던 상이죠.”

- 어떤 과정을 통해서 선정됩니까? 어떤 점에서 수상을 하신 것인지.

“공모를 보고 신청을 했어요. 심사기간이 길었고, 인터뷰도 깊게 했어요. 1대 15~20인? 깊이 있게 내용을 들어주시더군요. 저희가 예비사회적기업 육성사업서 활동해 왔는데, 그 성장과정을 지켜봐 주셨던 서울사회적기업협의회 변형석 대표님께서 추천서도 진솔하게 써주셨고요. 저희가 지역과 더불어 협업하고 연계해 온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고 생각해요.”

- 아까 방향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수상소감서도 '교육이 한 사람을 양성하기 시작할 때의 방향이 훗날 그의 삶을 결정할 것이다'라는 플라톤의 말을 인용하셨어요. 거마도의 사업 혹은 운영의 방향은 어떤 거죠?

“저희가 조금 여러 사업을 해요. 공간조성 사업도 하고, 거점플랫폼 조성, 기획 등도 하는데,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는 교육이에요. 사회적 격차를 해소하고, 그 대상이 실질적인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지속적으로 그들과 연계하려고 노력해 왔어요. 결국 꾸준한 관계를 갖는 일이 그들의 성장에 가장 중요하죠.”

일이 시작된 것은 대략 15년여 전. 미술을 전공했던 희정 씨와 태권도와 경영을 복수전공했던 남자친구는 동업으로 교육사업을 했다. 20대 중반 무렵이었다. 일종의 마을학교 같기도 하고, 열린 어린이집 형태로 운영했던 학원이었다. 디자인을 전공한 희정 씨가 컨셉을 잡아 공간도 손수 만들었다. '동생이 갈 곳이 없어요!' 그러면 '걔도 보내세요' 했다. 형편이 어려운 집에는 '일단 보내시고 사정이 펴시면 주세요' 하는 이야기도 먼저 했다. 그런 진심이 통했는지 학원은 번성했다. 45인승 대형버스와 봉고차 2대를 굴렸다. 신나게 스키장이며, 캠핑장으로도 다녔다. 너무나 재밌고 스스로 좋아한 일이었지만, 어느 순간 지쳤다. 둘의 자발성과 노력이 빠지고 나면 지속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4년여쯤 지나 학원을 접었다.

15년여 기간 동안 착실히 축적해온 경험과 원칙의 힘

“저희를 어떻게 믿고, 그렇게 아이들을 맡겨 주셨을까 지금 생각해도 감사해요. 저희는 이걸 시스템으로 만들어야겠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놀이와 식음료 그리고 교육프로그램을 섞어 다시 일종의 키즈카페를 냈죠. 부모님들도 참여가능케 했고요. 그때 식음료가 저희 시스템 안으로 들어온 거예요. 백화점 문화센터처럼 교육도 진행했죠.”

당시는 탐앤탐스를 포함 프랜차이즈 카페와 커피숍이 우후죽순처럼 돋아나는 때였다. 돈이 있는 이들은 누구든 카페를 차렸다. 프랜차이즈를 통해 공간을 만들고 기계가 들어갔지만, 운영주체와 소프트웨어는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다. 

희정씨 팀은 그 틈새를 파고들었다. 바리스타 교육에 200~300만원씩 쏟아 부울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무실 안에 커피기계를 들여서 직접 사람들을 교육해 내보냈다. 며칠만이라도 교육을 받고 투입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차이는 굉장히 컸다. 그리고 거기서 사람들이 보였다. 

“돈은 좀 벌었죠. 근데 커피업에 종사하려고 하는 분들 중엔 형편이 딱한 분들이 좀 되셨어요. 진입장벽이 크지 않고, 지역에서 정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이런 일을 찾는 분들이 있잖아요. 젊은이들도 그렇고.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면 외모, 나이, 경력 이런 게 걸리는 거예요.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뭘까?

우리가 매장을 만들어서 거기서 직접 채워주자,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걸 어디에 마련하지? 제가 성동구 토박예요. 행당동 혜화산부인과에서 태어났어요, 공간을 찾아다니다 여기를 딱 보자, 여기구나! 그랬던 거죠. 위쪽에 아이비교복 매장이 있었는데, 오랜 동안 창고로 쓰셨던 곳이에요. '언제쯤 나가실 거예요?'(웃음) 무작정 여쭈었는데, 어떻게 알았느냐? 하시는 거예요. 정리하고 나갈 계획이셨다는 거였죠.”

- 온마을진로체험학교를 최근에 운영하셨죠? 어린이들과 그림책작가, 셰프와 바리스타, 원예사와 조향사, 마슬과 메이크업 아티스트, 의상디자인도 있고. 체험의 밀도도 짙고, 무엇보다 '100번쯤 더하고 싶다'던 아이들 후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성동구 혁신교육쪽과 함께 했어요. 제가 대안학교를 만드는 게 목표였어요. 어릴 적엔 해아림이라고 협동조합형 어린이집도 만들어 운영했었어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어서, 일종의 타협이랄까요? 공교육 안에서 마을학교, 방과후학교를 만든 거죠. 마을사람들, 어머니들과 함께 하는 교육엔 오히려 이런 것이 훨씬 더 유효하기도 하구요.”

- '주식회사 거친 녀석들의 마음 온도'를 운영중이신 거죠? '거친 녀석들'은 누굽니까? 

“2010년에 여긴 정말로 청소년유해지역으로도 지목된 곳이이었어요. 이런 곳에 불이 켜지고, 문화가 있는 곳이 되다보니 신상선, 강주희 선생님처럼 근처 청소년수련관의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분들, 문화의 집, 김윤경 청소년교육복지센터장님 등이 초창기부터 관심을 크게 갖고 지켜봐 주시고 도와주셨어요. 매월 간담회도 열고. 가온나래 프로그램으로 학교밖 청소년들에게 일의 경험을 갖도록 하는 일도 했죠. 저흰 교육-인턴쉽-취업 그리고 최종적으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해요. 물론 그 일만으론 충분히 자립했다고 할 순 없겠지만.”

- 창업으로 자립이 끝난 게 아닙니까?

“완전하게 지속가능해야 하니까요. 상호협력, 지역사회와의 연계만이 답이다, 지역사회와 같이 되어야 한다. 그게 답이라고 생각해요.”
행당동서 나고 자란 희정 씨는 금북초와 행당여중을 나왔다. 태어난 곳에서 다시 애 키우고, 일하고, 사람들 도울 수 있다는 게 '행복'이라 희정 씨가 말했다. 윗집 한복집에도, 꽃집에도 “대책 없이 '함께 해요!'를 마구 던지고 있는 이유”는, 그게 결국은 우리 모두를 구원하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거마도서 기획 운영했던 '시장 파크' 팀서 자란 '녀석들'은 행당동서 비스트로 카페를 열고있다. 그 이름 온 더 온. 그곳엘 들른 적이 있었다. 몸과 마음이 함께 따뜻해지는 곳이었다. 그 뿌리가 여기 있었다. 
【원동업=성수동쓰다 편집장】
(3bigpictu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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