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서도(書道)
<수필> 서도(書道)
  • 성광일보
  • 승인 2020.12.2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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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종/수필가
성동문인협회 회원
이기종
이기종

지나온 날들을 잠시 돌아보면 참으로 세월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젊은 날에는 일에 파묻혀 세월 가는 것도 모르고 정신없이 살았다. 그동안 세상사에 시달리면서도 자신과 싸움에서 무너지지 않고 그런대로 잘 견디어 온 것 같아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가져보고 싶었던 명예도 돈도 다 그냥 보내고 이제야 깨닫게 되니 여생 동안에는 하늘을 두려워하고 땅에 대해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저 풀잎과 저 나무와 저 별 들처럼 자연으로 돌아가 나도 자연이 되어 모두에게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노자는 말하기를“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으며 하늘은 도(道)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고 했다. 내가 버리지 못하는 욕심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서예하는 일이다. 교직 생활 중에도 간간히 쓰곤 했었는데 퇴직 후에는 열심히 쓰게 되어 지금은 많은 시간을 서예로 보내고 있으며 초대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제는 자연과 더불어 자연이 주는 뜻을 깊이 이해하며 살련다. 환갑이 지난 나이에 학교에 갓 입학한 어린아이의 심정으로 또 다른 인생의 희망을 서도에서 찾는 것만 같아 그동안 공들였던 정성들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글씨는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야 하고, 글씨는 작가의 인품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늘 잊어서는 안된다. 부드러운 듯 하면서도 강인한 획이 느껴지고 강인한 듯하면서도 부드러움이 묻어나고, 비어있는 듯하면서도 채워져 있는 전통 서예 세계에 빠져 보고 싶다. 서예에 내재 되어 있는 예술적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널리 알리고 싶다.

우리는 서양의 미술에만 익숙해져 있기에 서예는 예술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서예야말로 자신을 되짚어보고 마음을 정돈하는 심오한 정신세계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학문이다.

마음의 흔들림을 이겨내고 화선지 위에 한 획 한 획 써 내려가는 글 속에 고귀한 정신을 담아내려는 서예 정신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한 과정이라 생각된다. 그 시간은 자기반성과 자기성찰의 좋은 시간이 된다.

서예를 하다 보니 대회에 자주 나가 상도 타고 싶고 이름도 날려보고 싶은 욕심을 부려보려 했었으나 작가들의 세계가 깨끗지 못해 나만은 물들지 않는 사람으로 남기로 작심하고 그 이상은 욕심 내지않기로 결심하니 그런 일이 부질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소박하게 동우들과 만나 담소할 수 있으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서예는 모르는 중에 나의 마음과 생각과 행동을 표현하고 전달해 준다. 이것이 일상에서 느끼는 서정과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 될 때 하나의 예술품이 되는 것이리라. 

그간 몇 년간 서예를 하다 보니 서예에 관해 생각하는 기회가 많아 졌다. 서예는 자연에서부터 시작된다. 자연은 음과 양으로 이루어지고 미학적으로 조화를 이루어 저마다의 개성으로 나타나게 된다. 서예에 갓 입문하면 처음에는 글씨를 손만으로 쓰게 된다. 

다음에는 잘 쓴 글씨를 보고 익히면서 글자가 갖고 있는 특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후 연구하면서 한 자 한 자 쓰게 된다. 서예의 역사를 알고 서예의 본질과 속성을 알고 붓, 먹, 종이들이 상호간 역학적으로 작용하는 이치와 운필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면서 쓰게된다. 

여기까지의 단계가 웬만큼 익숙해지면 글씨 속에 자기의 혼이 들어가도록 가슴으로 쓴다. 서예를 통해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교 진리를 표현할 수 있게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 몸과 마음이 청정하도록 세심(洗心)하고 수양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한문시나 한문학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자연과 사물에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체를 창작함에 열성이어야 한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남의 글씨체를 흉내내지 말고 자신만의 특징있는 글체가 나와야 한다.

연암 박지원(燕巖 朴趾源) 선생의 초정집서(楚亭集書)를 보면 “법고이지변(法古而知變),창신이능전(創新而能詮)”(옛것을 본받되 현재의 변화를 알고 새로움을 창조하되 전아한 경지를 습득할 수 있어야 한다)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서예를 할때는 옛것에 초점을 두고 정통의 서법에 어긋나지 않게 철저히 배우고 어느 정도의 경지에 도달한 후에는 자기만의 서체를 창조해서 개성 있게 써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한가지 주의 할 점은 경직된 자세로 서예를 하면 경추관에  무리가 가서 경추관 협착증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하여야 한다. 젊었을 때나 정신이 산만한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차분해진다. 호흡과 혈압 우울증 치매 등의 치료에 큰 효과가 있다고 한다. 

서예의 기초가 되는 점획의 운필법을 정확하게 익히고 쓰기  위해서는 유능한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 서예는 인간의 가장 고상한 인격을 연마하는 것이며 단순한 모방이나 흉내로서 재현이 아니고 작가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주관적 창작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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