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초과 超過
[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초과 超過
  • 성광일보
  • 승인 2020.12.2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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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杉基
김삼기
김삼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지난 24일부터 '5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그리고 각 언론은 '5인 이상 집합 금지' 정책을 설명하면서 4명까지는 모임이 가능하고 5명부터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4인 초과 집합 금지'라고 발표했다면 우리 국민들이 더 쉽게 이해했을 텐데, 왜 '5인 이상 집합 금지'라고 표현했는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일정한 수량을 기준으로 그 기준보다 수량이 많거나 적음을 표현할 때, ‘이상(以上)’, ‘이하(以下)’, ‘초과(超過)’, ‘미만(未滿)’ 등의 용어를 사용한다.

즉 5개 이상이라고 하면 5개와 5개보다 많은 수량을, 5개 이하라고 하면 5개와 5개보다 적은 수량을 의미하고, 5개 초과라고 하면 5개를 포함하지 않는 5개보다 많은 수량을, 5개 미만이라고 하면 5개를 포함하지 않는 5개보다 적은 수량을 의미한다.

수학에서는 ‘이상’, ‘이하’, ‘초과’, ‘미만’을 부등호(≥ , ≤, >, <)로 표시하고, ‘이상’은 ‘크거나 같다’로, ‘이하’는 ‘작거나 같다’로, ‘초과’는 ‘크다’로, ‘미만’은 ‘작다’로 읽는다.

원래 부등호는 수(數)를 기호로 표현하는 것으로, 양(量)이 아니므로 ‘많다’ ‘적다’ 등으로 말하지 않고 ‘크다’ ‘작다’ 등으로 표현하지만, 일상에서는 기준 대상이 수냐 양이냐에 따라 ‘크다’ ‘작다’와 ‘많다’ ‘적다’를 모두 사용한다.

내 기억으로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국어시간에 ‘이상’, ‘이하’, ‘미만’에 대해 구별하는 법을 배웠는데, ‘초과’에 대해서는 배우지 못했고, 그래서 ‘초과’에 대한 시험문제도 나오지 않았다.

대부분 학생들이 초등학교 때는 ‘이상’, ‘이하’, ‘미만’에 대한 구별을 잘 못하다가, 중학교 수학시간에 부등호를 배우면서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중학교 수학시간에 분명 어떤 수보다 크다는 의미의 부등호가 있었지만, ‘초과’라고 말하지 않고 ‘크다’로만 표현했기 때문에, 당시 중학생 역시 ‘초과’라는 말을 접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크다’나 ‘크거나 같다’는 긍정적인 의미이기 때문에 일상 속에서 기준 수량이 포함된 ‘이상’을 주로 사용해왔고, ‘작다’나 ‘작거나 같다‘는 부정적인 의미라서 기준 수량의 포함 여부를 구별해 ’이하‘와 ’미만‘을 다 사용했던 것 같다.

지난 주일 교회에서 모 집사가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면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는 말은 아무 것도 없는 것이 되므로, 틀린 표현이고, ‘그 초과도 미만도 아니다.’고 해야 맞는 표현이다.

예를 들어, 수학에서 어떤 수가 3 이상(x≥3)이 아니라는 것은 x<3이고, 3 이하(x≤3)가 아니라는 것은 x>3으로, {x<3}∩{x>3}=∅이나,

3 초과(x>3)가 아니라는 것은 x≤3이고, 3 미만(x<3)이 아니라는 것은 x≥3으로, {x≤3}∩{x≥3}=3이 되기 때문이다.

이 역시 우리가 수량의 많고 적음을 표현할 때, ‘초과’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지 않다 보니, ‘초과도 미만도 아니다.’는 정확한 표현보다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는 틀린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매월 매출목표 달성해야 하는 회사에서는 초과 달성이라는 구호가 많이 결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개도국 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이하’와 ‘미만’ 위주의 구별을 해야 하는 프레임의 사회였다면, 이제는 선진국답게 ‘이상’과 ‘초과’ 위주의 구별을 정확히 하는 프레임의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일상에서도 수학에서도 ‘이상’, ‘이하’, ‘미만’과 함께 ‘초과’라는 단어도 자주 사용되어, ‘초과’라는 단어가 외면당하지 않으면 좋겠다.

더 이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같은 잘못된 표현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단상] ‘내 생각은 그 초과도 미만도 아니다.‘는 식의 올바른 표현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글을 쓸 때 수학 같은 복잡한 내용을 빼달라고 했던 고등학교 동기에게 또 이해를 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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