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필 봄바람 붙잡으러 간 내포지방(2)
<수필>    필 봄바람 붙잡으러 간 내포지방(2)
  • 성광일보
  • 승인 2020.12.3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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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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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세계 화훼전시관을 들려서 밖으로 나왔는데 입장객의 불만을 토로 못하도록 입을 막으려고 하는 깊은 뜻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출구와 입구와의 거리를 상당히 멀리 떨어지게 배치해 놓는 굳 아이디어를 동원했다.

그러다 보니 오후 1시가 지났다. 점심식사를 하려고 가을에 대하축제장으로 유명한 백사장으로 갔으나 이곳은 손님들을 떴다방으로 치부하고 상대하는지 하는 짓이 맘에 안 들어 다시 되돌아가서 승언리에 있는 필자의 아호인 일송 식당에 들려 꽃게장과 게국지로 늦점심을 잘 들었다. 

필자는 이곳에서 꽃게장 2마리를 5만원에 샀다. 유사 이래 최고로 비싼 꽃게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것도 기념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1마리에 25,000원인 꽃게를 집에 와서 시식을 해보았는데 명불허전이라더니 꽃게의 간장 맛은 천하일품이었다.

서산이 고향인 손정숙 사장이 어리굴젓을 사가지고 가기로 집에서 약속했다면서 간월도에 들려야 한다고 발동을 걸기에 할 수 없이 어리굴젓을 구매하려고 간월도로 향했다. 

그런데 차내에서 기념으로 어리굴젓 1kg씩을 공금으로 구입하여 나누어 주라는 긴급동의가 있어 모두가 박수로 동의를 표시하였는데 이는 귀신이 자다가 떡 얻어먹는 좋은 제안이었다.

간월도는 '달을 본다'는 뜻으로, 조선시대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달빛을 보고 득도했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무학대사는 이성계를 도와 조선 건국에 크게 이바지한 스님이다. 어머니 등에 업혀 이 섬으로 들어오게 된 어린 무학대사가 이곳 토굴에서 달빛으로 공부를 하다가 천수만에 내리는 달빛을 보고 깨우침을 받았다고 하는데 나옹 스님은 득도한 그에게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하여 법명을 無學이라고 지어 주었다고 전한다.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어 그 후 이 절은 간월암이란 이름이 붙여졌고 섬 이름도 간월도라 부르게 되었다고 임현담이라는 학자가 '우리 사찰'이라는 책에 기술했다.

간월도는 원래 섬이었으나 간척사업으로 육지와 연결되었다. 간월도에는 무학대사와 원효대사가 수행을 했던 천년의 역사를 가진 간월암이 있다. 썰물엔 걸어 들어갈 수 있고 밀물엔 쪽배를 타고 건넌다. 만조 시에 바다 위에 떠 있는 간월암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어서 아름다운 어촌 100선에도 선정되었다고 한다. 필자는 두 번이나 걸어서 간월암에 입장 한 일이 있는데 오늘은 만조가 되어 물이 길을 막았다.

간월도는 어리굴젓과 영양굴밥으로 유명해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 되었다. 우리들은 간월도 어리굴젓 협동조합이 없어졌다고 하기에 “간월 포구식품"이라는 상점에 들려 공금으로 구입한 어리굴젓 1통씩을 선물로 받고 필자는 별도로 낙지젓 1kg을 15.000원에 구입했다.

우리들은 가라고 하는 가랑비인지 아니면 있으라고 하는 이슬비 인지 모르지만 옷 젖기 좋을 만큼 오는 우중에도 예당자수지에 설치했다는 출렁다리를 출렁거려 보려고 현장에 갔다.

우리들은 마침내 2019년 4월 6일 정식 개통 후 연일 방문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는 현장에 도착했는데 새로운 명소가 생기면 남들보다 먼저 빨리 다녀오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는 것은 인지상정이라 할 수 있다.

예당호는 면적 약 9.9km2. 둘레 40km. 너비 2km, 길이 8km. 예산군과 당진시에 걸쳐있는 넓은 홍문鴻門평야에 물을 대기 위하여 1929년 4월에 착공하였으나 8·15광복 전후에 한동안 중단되었다가 1946년부터 예당 수리조합의 주관으로 공사가 재개되어 1963년에 완공하였다. 

댐의 높이 12.1m, 댐 길이 247m로 無限川(무한천) 新陽川(신양천) 등이 흘러 들어와서 호수를 이루고 댐에 설치된 26개의 자동조절 수문을 통하여 다시 무한천이 되어 북류한다. 관개면적이 37,400㎢에 달하는 충남 유수의 호수로서 상류의 집수면적이 넓어 담수어의 먹이가 풍부하게 흘러들어오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낚시터로서도 유명한 곳이다.

이 글을 작성하려고 지도를 펴놓고 공부하다가 우연히 좋은 일 하나를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달성서씨 하면 약봉 후손 중에 3대 정승과 3대 대제학이 대를 이어 나왔고 영상 6명과 좌상 1명 그리고 대제학 5명이 나온 훌륭한 가문인데 시조묘소를 실전해서 잘 모른다고 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우연히 예당저수지 주변에 묘소가 있다는 이야기를 얼핏 듣고 이번에 그 자리를 찾아냈다. 바로 당진-영덕간 고속도로 예산 휴게소 뒤편 신양천이 예당호로 들어가려고 하는 곳, 예산군 대흥면 하탄방리에서 달성 서 한徐閑의 묘소를 찾아내어 대단한 선물이라도 건네는 냥 주소를 적은 메모를 친구에게 건네준 일이 있다. 이것도 좋은 일이 아닌가.

내포지방의 내륙에 위치하고 있는 예당호는 주민들에게 친수공간을 제공할 뿐 아니라 상선약수라 주민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어머니의 역할도 하고 있다. 그래서 물이라고 하는 것은 화를 내면 원래가 불보다도 무서운 것이라지만 잘 쓰다듬고 다스려 준다면 온순하기가 복술 강아지와 같다 할 것이다. 그래서 老子는 上善若水라고 하였다.

예당저수지 출렁다리는 국내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로 알려져 있는데 다리 길이가 무려 402m, 주 탑 높이 64m로 요즘 아주 뿅 가는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개장 후 입소문이 가속적으로 속도가 붙으면서 평일 주말 상관없이 많은 관광객들이 예당호를 사랑하는지 우리가 찾은 주말에도 비가 오락가락 하는데도 많은 차량이 몰리면서 주차장을 메웠다. 

지난 4월에 이 오지에 탐방 관광객 인원수가 71만 명 정도였다고 하니 우리나라사람들 구경이라고 하면 밥을 굶어도 좋다고 하는데 더구나 공짜라고 하니 맨발로 뛰어다닐 만도 하다. 

예당호 출렁다리는 한꺼번에 성인 3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초속 35m의 강풍과 규모 7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안정성 있게 설계되었다고 한다. 
다리 중간에 하늘 높이 우뚝 솟은 주 탑은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것처럼 웅장하다. 출렁다리가 있는 예산군 응봉면 후사리는 龍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용 고랑이라는 마을이다. 이 마을의 전설에 따르면 용이 승천하다가 검정치마를 입은 아낙과 마주치자 거꾸로 물로 떨어졌는데 마을 사람들이 그 후부터 아낙들에게 검정 옷 대신 흰옷만 입도록 하고 정성껏 제사를 지냈더니 추락했던 용이 다시 승천했다고 한다.

지금은 예산군에서 길이 96m 폭 16m 사출높이 110m의 음악분수시설을 설치하여 <예당호 판타지아>라는 프로를 더 가미했다는 소식이다. 
출렁다리의 형상은 예산군 조郡鳥인 황새가 비상하는 모습을 띠고 있다고 한다. 가운데 주 탑은 몸통을 형상하고 양쪽 다리를 지지해주는 철 구조물은 비상하는 날개를 표현하고 있어 용이 승천한 마을에서 날개 짓 하는 황새의 형상인 것이다. 

야바위 짓은 시골 두메나 산골인 이곳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랑비가 옷 젖기 좋을 만큼 내리기에 그냥 나서기는 찝찝하여 1회용 비닐우산을 사려고 구멍가게에 들렸더니 때는 바로 이때라는 듯이 1개에 비싸봐야 3,000원 하던 것을 이곳에서는 어김없이 5,000원씩 따박 따박 받고 있었으니 이곳에 온 사람들의 뺨을 제대로 치고 있었다.

출렁다리 실습을 마친 우리들은 오던 길로 되 돌아와서 예산 수덕사 나들목으로 들어가서 당진-영덕 고속도로를 타고 일로 상경하는 대열에 합류했다. 
옛 말에 잘 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는 말이 유행하더니 우리들이 그랬다. 아니 우리 차가 잘 가다가 여우의 홀림에 놀아난 일이 있다. 운전기사가 내비게이션을 운전대 앞에 신주처럼 모시고 다니기에 안심하고 맡겨놓았더니 제 맘대로 춤을 추다가 예당 출렁다리처럼 출렁거리고 있었다. 응당 공주에서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로 바꿔 타고 찬안방향으로 갔어야 하는 차가 대전 쪽으로 가고 있었다. 

문정자 차장이 왜 이렇게 가느냐고 물으니 운전기사 하는 말 내비게이션을 놓고 가고 있으니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입 닥치라 라는 듯 퉁명스러운 말이 돌아왔다. 그래서 입을 닥치고 하는 꼴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나 시간이 다소 더 걸리지만 대전으로 가도 서울로 가기만 하면 되기에 입을 닫았다. 

이 길은 공주에서 천안으로 가는 것보다도 상당히 돌고 도는 길인데 기사를 믿고 참아 보자하고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었는데 이건 한 수를 더 뜬다. 차가 호남고속도로 회덕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도 익산 전주 쪽으로 제멋대로 가고 있었다. 

그래서 필자가 참다가 못해서 한마디 던졌다. “지금 뭐하고 있는 게야. 전주로 가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그랬더니 그제야 “아이고 잘못 왔습니다.”그러더니 서대전 나들목에서 밖으로 나갔다가 되 돌려왔다. 

그런 뒤에 회덕 분기점 쪽으로 가기에 안심을 했더니 이건 또 여우 홀림인지 가다가 언 듯 보니 우리가 왔던 공주방향으로 다시가고 있었다. 그래서 "이거 아닌데”하고 소리를 지르니 유성 나들목으로 나갔다가 되돌아오면서 "누구 내비게이션이 작동되는 핸드폰이 있으면 도와 달라.”고 하니 손정숙 사장이 생각지도 않은 조수노릇을 하여 간신히 도깨비놀음에서 벗어 날 수가 있었다. 

그렇게 치고받고 하다 보니 깨지는 것은 시간뿐인지라 집에 도착하니 밤 9시 반이 지나 있었다. 이 도둑맞은 아까운 시간을 어디 가서 보상받아야 하는지 아무리 생각을 해도 모르겠다.
오늘 여행은 출발하는 처음은 좋았으나 막장이 마음에 걸리는 찜찜한 여행이 되었기에 기억에 오래 남게 되었다.

<한길수 프로필>
·현대문예]에서 시로 등단, [한맥문학]에서 수필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인성교육개발위원, 광진구 문화재단 이사
·서울시 시우문인회장, 광진구 문인협회 자문위원
·서울시우 문학상, 한맥문학사 수필 대상
·시와 수필집[낙수첩] 7집까지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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