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태 성동문화원장 신년인터뷰
김종태 성동문화원장 신년인터뷰
  • 원동업
  • 승인 2021.01.1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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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 영주 청년이 택한 길, “고물(故物)을 보물로!”
“어렵고 힘든 학생이 활짝 웃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겠소!”
원장실은 전국의 문화원에서 보내 온 지역 향토 자료와 책으로 가득하다. 김원장은 성동문화원에서 펴낸 책자를 보고 있다.
원장실은 전국의 문화원에서 보내 온 지역 향토 자료와 책으로 가득하다. 김원장은 성동문화원에서 펴낸 책자를 보고 있다.

성동문화원장님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는 말을 하자 주변분이 말했다. 
“그 자리는 쓰는 자리예요!”
살림이나 인품이 넉넉한 이들이 그 자리 '문화원장'에 앉는다는 것. 자신을 뿌리로 하여 양분을 꽃과 열매에 보낸다는 이야기. 
김종태 원장은 철을 모으는 '고물상' 기업 경마금속3R 대표다. 

고향 영주향우회장도 맡고 있다. 성수동에 터잡은 지는 어느새 36년여. 서울숲 장학회를 거쳐 현재는 성동구장학재단 이사장. 성동문원에서 4년여간 이사를 맡다 2018년 7월부터 5대 성동문화원장이 되었다. 

'문화주의'같은 철학이며, 문화원 정책-사업 말고(그런 건 다른 자료에도 많으니까) 그의 삶과 일상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 저는 성수동 주민입니다. 경마금속3R을 지나며 자주 보았죠.

“고철 전문이죠. 고물이 아니라 보물입니다. 이런 일을 하시는 분들이 애국하는 분들 아닙니까? 철을 모아서 포스코 보내면 가공해서 수출도 하고 그러니까. 철거현장에 가면 땅에 묻힐 철근 하나를 더 찾겠다고 애쓰는 이들도 봅니다. 그분들 수고가 커요. 
경마금속의 '경'은 경주(競走)하는 말이 아니고, 경사 경(慶)자를 씁니다. 내가 경상도서 왔으니까. 성수동에 큰 경마장도 있었으니까. 성수금속으로 지으려했는데, 이미 이름이 있었어요.”

- 성수동에 자리를 잡게 되신 계기는?

“고향이 영주예요. 군대 마치고, 내가 장남이거든요. 시골서 장남은 대개 아버지 밑서 고향을 지켜요. 해서 1년 농사를 지었지. 
근데 봄에 씨 뿌리고 한여름 뙤약볕 견디고 가을 수확 했는데, 농협에 빚 갚고 나니 손에 남는 게 없어요. 농촌이 아직은 젊은이들을 위한 곳이 아니다 싶었어요. 중앙선 타고 서울로 오는데 앞에 앉은 아저씨가 그래요.”

- 뭐라고 하시던가요?

“돈을 벌려면 콩나물 장사, 물장사, 그리고 고물장사를 해야 한다. 나는 셋 중에 고물을 택했어요, 그 중에서도 철. 그때 문래동하고 뚝섬(성수동)이 준공업지니까 둘 중 하나로 가야하는데, 나는 성수동으로 온 거죠. 친구가 있었어요. 
구리 신주 아스텐 같은 건 비철, 나는 비철하다 철을 했어요. 3R은 리사이클링-재활용- 재이용한다는 그런 뜻이고. 성수동에 무수히 사업체들이 있었어요. 지금은 많이 나갔죠!”

- 장학사업도 꾸준히 해오고 계시군요.

“할머니 또는 할아버지랑만 사는 애들이 있어요.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 할머니가 등록금 걱정할 거 아니요. 동네서 등록금 내주면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할 거 같아서. 각 동마다 있는 건대, 지역 아는 분들과 함께 했어요. 
우리는 꼭 받아야 할 학생한테 주려고 장학위원들과 동사무소 복지과랑 꼼꼼히 짚어서 도왔죠.”

- 영주향우회장이시죠? 기사를 찾다보니 재경봉현향우회장님으로 고향에도 장학금을 주셨고.

“고향 까마귀만 봐도 반갑다고 그러잖아요. 영주가 사과 인삼, 풍기읍은 인견 이런 게 좋으니까 그런 제품도 사주고. 축제도 가고. 영주신문도 꼬박꼬박 봅니다.”

- 문화원은 서울 전 지역 구에도 있고, 전국에도 연합회가 있더군요. 문화원은 어떤 역할을 합니까?

“지역의 역사 문화를 보전하고, 지역향토문화 연구도 합니다. 근현대사진전이라든지, 풍물놀이, 명리학 같은 우리 전통문화를 전승하고 대중화하는 일도 하고. 당연히 이를 통해 구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거죠. 문해교육은 지난 시기 격동기에 교육기회를 갖지 못했던 분들에게 한글학습의 장도 열어드리는 거예요. 교육에 응어리진 한을 풀어드리는 거죠. 문화원 사이엔 서로 협력도 잘 됩니다. 순천 같은 데 가면 안내해주고, 와서 인사말 해주고, 선물도 주고받고.”

그는 '고물 고철'을 다뤄온 이다. 현재는 우리 옛것의 문화로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 일과 이 일은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성동문화원의 두 풍경>

김종태 원장과 문화원 직원이 정문 앞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양채용 국장, 윤필교 주임, 이혜섭 강사, 김종태 원장, 김명숙 강사, 지현정 강사, 민귀녀 주임. 이혜섭, 강명숙, 지현정 강사는 성인문해 한글교실을 맡고 있다.

1. 성인문해 한글교실 선생님 세 분

 인터뷰가 있던 1월 11일 성동문화원(성동구민대학+소월아트홀) 회의실에선 세 강사가 윤필교 주임과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2021년 진행할 <성인문해 한글교실>을 준비 협의하는 자리. 윤필교 주임과 인터뷰했다.

- 코비드19로 대면수업을 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숙제를 드려요. 그런 후 전화를 통해 숙제검사도 하고 진행상황도 살피죠.”

- 프로그램 내용과 수강인원 등을 소개해 주세요.
“3단계로 나뉜 수업을 해요. 글누리 1단계는 초등학교 1~2학년 수준, 2단계는 3~4학년, 3단계는 5~6학년. 한글사랑은 '졸업생들' 평생교육이구요. 단계별로 월화목 2시간씩 240시간, 40주간 운영해요. 
오시는 분들은 아이들을 정말 잘 키워내셨어요. 근데 정작 자신들은 '여자는 안 배워도 된다. 여자가 배우면 팔자가 쎄진다. 오빠하고 동생들 뒷바라지는 누가 하니?' 이러면서 공부를 놓친 분들이 많아요. 
늦게나마 배움의 열정을 불태우시는 거죠. 현재 쉰두 분쯤 계세요. 곧 새 과정을 열거고요. 많이 홍보해 주세요.”

- 교실을 오랜 기간 운영해 오셨잖아요. 이젠 수가 줄어드시든가요?
“여전히 많으세요. 60년대생도 있으시니까. 글을 모르니까 평생을 위축돼 살아오셨죠. 저희는 더이상 끙끙대지 않도록 도와드려요. 성동문화원이 200~250개 강좌가 진행되잖아요. 여기 오면 내가 뭐 공부하러 오는지 모르니까! 교통도 편하고. 그게 가장 좋으시대요”

2. 비디오테이프 영상 디지털 변환 주민 조영규

1편 결혼이야기로부터 20편 충주 가족여행까지 장편의  가족역사를 담아온 주민 조영규 씨

결혼과 아이의 탄생, 돌, 아이의 유치원과 입학과 졸업, 각종 행사 등은 가정사의 '큰일'이다. 디지털 카메라 혹은 핸드폰이 나오기 이전에 이러한 날의 기록을 담당했던 것은 비디오 카메라. 

테잎을 감아쓰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오랜 세월 진열장에, 혹은 서고에 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세상이 변했다. 비디오테잎을 틀 수 있는 기계 자체가 사라진 것. 

조영규 님에게 이 고민은 남보다 열 배는 더 됐다. 결혼과 신혼여행, 아이의 탄생과 백일과 돌, 처음 뒤집고 걷고 자전거 타고 유치원 간 모든 걸 기록해 두었는데, 이를 어쩐담? 그때 성동문화원의 현수막을 보았다. 

<추억속 지난날의 모습 다시보기> 비디오테이프를 디지털 영상으로 바꾸어준다는 이야기. 
그날로 즉시 바리바리 테이프를 정리해 들고왔다. 남들은 많아야 두세 개. 그런데 조영규 님은 스무 개나 되었다. 
작업을 마친 양채용 국장께 들어보니 7시간이 되는 테이프도 있었다는 것. 

미안하고 미안해 뚝섬역 4번출구 뒤, 자신의 가게 <바다화원>에서 '한번 쏠게요!'를 연신 말씀드린다. 
테이프 스무 개의 영상은 새끼손가락만한 저장장치에 쏙 들어갔다. 
아이 송유나와 송민재는 아마 자신의 탄생과 유년의 성장을 자신의 눈으로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건 아빠 송봉길과 조영규 님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 중의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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