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천천히 느리게 갔으면 좋겠다
<신년사> 천천히 느리게 갔으면 좋겠다
  • 성광일보
  • 승인 2021.01.1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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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길순/성동문입협회 회장
임길순 회장

신축년이 밝았습니다.
코로나19로 경자년을 힘들게 보낸 터라 아직도 그 미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생활이 위기를 겪고 있지만 어쩌면 인류는 예측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1세기에 겪는 바이러스가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그리고 지금 겪고 있는 코로나19입니다. 

1990년도 초에 강원도의 사찰에서 만난 노스님이 저한테 21세기는 동물과 사람의 잦은 접촉으로 인한 질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될 거라며 섭생을 바꿔야 한다고 했습니다. 산중에서 수행하던 스님이 알았던 걸 인류가 몰랐을 거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편리함에 익숙해져 있던 우리가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을 뿐입니다.

바이러스의 특징은 독자적인 증식을 못하기 때문에 남의 유전체에 들어가 숙주가 증식할 때 같이 증식하기 때문에 무척 약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몸에 들어와도 처음에는 증상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얌전하다고 합니다. 바이러스도 갈수록 약아지는 겁니다.

동물도감에서나 보았던 박쥐가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사람들이 동물의 서식지에 들어가게 되고 박쥐의 바이러스가 어떤 동물(천산갑)에게 옮기게 되었고 그동물의 비닐을 인간이 약재로 썼습니다. 그 결과로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생태학자들은 앞으로 2~3년에 한 번씩 바이러스 팬데믹을 맞게 될거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지금도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와 힘겹게 싸움을 벌이는 중입니다. 
경자년이 지나고 신축년이 왔듯이 이 또한 지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지나가느냐가 중요하겠지요. 2020년에 경험했던 기억을 교훈 삼아 자연과 공존하여 더불어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바이러스가 준 두려움은 인간만이 우월하다는 집단 나르시소즘을 벗어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이 준 생태계에 잠시 머물다 갈 뿐입니다. 

몇 년 전에 잔잔한 감동으로 보았던 영화〈워낭소리〉를 모두 기억할 것입니다. 소의 커다란 눈 속에 빠졌던 영화였습니다. 소와 농부가 친구로 30년을 동고동락한 감동스토리였습니다. 소의 수명이 보통 15년이라고 하는데 소는 두배나 되는 세월을 농부와 보냈습니다. 소와 농부가 친구로 오랜 세월을 어떻게 동고동락할 수 있었는지 영화를 보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 흘린 눈물이 그 답일 것입니다. 늦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자연이 준 생태계를 농부와 소가 서로 교감하듯이 해야 합니다. 

우리를 감동시켰던 영화 워낭소리의 주인공, 소의 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에는 앞으로 나아가기 보다는 우리 생활의 전반적인 것을 바르게 성찰하여 천천히 뚜벅뚜벅 걸어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소비의 욕망이 아닌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경쟁의 노예가 아닌 좋아하는 것을 찾는 그런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소는 본성을 찾는 일에도 자주 비유됩니다. 사찰에서 벽화로 많이 그리는〈심우도〉가 그것입니다. 그동안 쉼 없이 달려왔던 집단 욕망을 소의 해에는 아주 작은 소소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일상이 행복이라는 절실하게 깨닫게 된 지난해를 교훈삼아 살아가는 일에 조금 느리게, 조금 천천히 가는 그런 소의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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