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장기근속자
<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장기근속자
  • 성광일보
  • 승인 2021.01.22 11:3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金杉基
김삼기
김삼기

1980년대만 해도 대학 졸업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대기업(그룹)이나 공기업은 대부분 학교 추천을 받아 신입사원을 뽑았다.  

대기업은 학교 성적이 좋은 학생이 추천 대상이었고, 공기업은 주로 학교 간부들이 추천을 받을 수 있었다.

35년 전 명문대학교 경제학과 채 교수에게도 국내 최고의 대기업 3곳에서 추천장이 도착했다.

규정대로라면 성적순으로 3명을 선정하여 추천하는 게 옳았지만, 채 교수는 A그룹에는 최고 좋은 성적의 a학생을, B그룹에는 중간 성적의 b학생을, C그룹에는 하위 성적의 c학생을 추천해줬다.

10년 전 정년퇴임한 채 교수는 최근 35년 전에 추천해줬던 3명의 제자를 만나 함께 식사를 했다. 3명 모두 35년 장기근속하며 한 그룹에서 일하고 있었고, 제자들이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매우 행복해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채 교수도 기분이 좋았다.

우리나라 정서상 한 기업에서 30년 근속자는 물론이고, 20년 근속자도 찾아보기 힘든데, 왜 이들은 35년 장기근속을 하고 있는 걸까?

35년 전 채 교수는 성적순으로 추천해준 학생들이 얼마가지 않아 회사를 그만 두는 현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룹에 맞는 맞춤형 학생을 추천해주었던 게 해답이다.

당시 채 교수는 A,B,C그룹으로부터 추천장이 도착했을 때, 먼저 3개 그룹을 분석했고, 특히 미래 비전에 대해 면밀히 따져봤다.

A,B,C그룹이 당대 우리나라 최고의 그룹이었지만, A그룹은 세계를 향해 도전하는 창의적인 그룹이었고, B그룹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튼튼한 그룹이었고, C그룹은 가족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보수적인 그룹이었다.

그래서 채 교수는 A그룹에서 인정받고 오래 살아남으려면 학과에서 줄곧 1등을 했던 a학생이 적합하다고 생각했고, B그룹에서는 너무 똑똑하거나 그렇다고 부족해도 인정받기 힘든 그룹 풍토여서 b학생이 적합하다 생각했고, C그룹은 성적에 상관없이 순종하는 학생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채 교수는 얼마 전 제자들과 식사자리에서 35년 전 추천을 잘 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a학생을 B나 C그룹으로, b학생을 A나 C그룹으로, c 학생을 A나 B그룹으로 추천해줬다면, 이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벌써 회사를 그만 두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도 채 교수의 지혜를 교훈삼아, 그룹 내에 장기근속자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고, 아울러 장기근속자들이 입사 당시 상위 클라스였나 아니면 하위 클라스였는지도 파악해보면 어떨까?

입사 당시 상위 클라스가 장기근속자인 그룹과 하위 클라스가 장기근속자인 회사는 분명 그룹의 현재 위상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올해도 대부분 그룹이 연초에 장기근속자를 발표하고, 그 공로를 치하하며 포상도 할 것이다.

그룹이 장기근속자의 입사 당시 수준을 분석하고, 그 자료를 그룹의 현재 위상을 알려주는 바로메터로 삼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단상]
그래도 이유여하 불문하고 장기근속자는 위대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Han Seonsu 2021-01-22 17:32:27
적재적소.
사람이나 자원이나 맞는 곳에 쓰여야한다.

  • 서울 특별시 광진구 용마산로128 원방빌딩 501호(중곡동)
  • 대표전화 : 02-2294-7322
  • 팩스 : 02-2294-732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연
  • 법인명 : 성광미디어(주)
  • 제호 : 성광일보
  • 등록번호 : 서울 아 01336
  • 등록일 : 2010-09-01
  • 창간일 : 2010-10-12
  • 회장 : 조연만
  • 발행인 : 이원주
  • 자매지 : 성동신문·광진투데이·서울로컬뉴스
  • 통신판매 등록 : 제2018-서울광진-1174호
  • 계좌번호 : 우체국 : 012435-02-473036 예금주 이원주
  • 기사제보: sgilbo@naver.com
  • 성광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성광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gilbo@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