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울 물을 빼고, 한 줄 브랜드 새기는 데 생을 걸다
한 방울 물을 빼고, 한 줄 브랜드 새기는 데 생을 걸다
  • 원동업
  • 승인 2021.02.10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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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국토부 한옥대상 우드코리아 김상남 대표

300번 해외출장, 목재 건조설비 개발한 나무김 상남의 38년

예수는 죽어 부활한 후 그의 말은 전세계에 복음이 되어 퍼졌다. 나무도 한번 죽은(벌목) 뒤, 부활한 후 2의 생명을 갖는다. 그의 사무실에 있는 우드슬랩은 인도네시아 홍목(화류목)이다. 1천년 넘어 넘어진 나무를 그가 구입해왔다. 마을서는 그 돈으로 마을회관과 사원을 지었다.

“나무는 첫째도 건조, 둘째도 건조, 셋째도 건조여!”
우드코리아 김상남 대표는 38년 전의 그 말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겨우 열여덟. 고3 겨울방학때 무작정 상경해 그가 '알바'를 했던 곳이 성수동 상원의 목재소였다. 한양대 맞은편 왕십리로부터 광나루길에 이르기까지 제재소와 목공소가 제법 많았던 곳이 이곳 성동구. 그의 제재소 사수가 했던 그 말 '건조'는 이후 그의 삶에 화두가 된다. 그걸 온전히 이해하고, 완벽히 건조를 다루게 되기까지 38년여, 그 수업료로만 10억쯤 지불했다. 

영월 뗏목 닿던 뚝섬나루터에 나무김(나무꾼) 터를 잡다

- 영월서 나셨더군요. 정선 영월서 뗏목 타고 내려와 닿은 곳이 여기 뚝섬나루였습니다. 우드김(나무꾼)으로 불리신다니, 보통 인연이 아닙니다. 
“제 고향이 영월군 수주면 도원리예요. 옆동네가 무릉리였고. 현재는 무릉도원면이 됐죠. 부처님 진신사리가 있는 법흥사와 치악산이 가까워요. 중3때에 첫 차가 들어올 만큼 우리 동네는 깊은 산골마을이었어요.

- 고3때 성수동에 오셨다는데, 당시 첫 일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그곳은 무늬목 공장이었어요. 폭이 4미터쯤 되는 대팻날로 나무를 슬라이스해요. 적성이 맞는 일 같아 졸업 후 다시 왔죠. 
엔지니어와 영업을 거쳐 98년에 강남구 논현동 건축자재 백화점을 차렸어요. 내 회사를 낸 거죠. 고급주택에 들어가는 자재들을 다루니까 외국서 수입목 수입도 하고. 그러다 2009년쯤 사업을 접게 됐어요. 빚이 쌓이니까, 선제적으로 그걸 갚아가자 했죠. 살던 성수동 아파트도 정리했고. 당시 이곳 트리마제 인접 골목은 할렘가 같았어요. 이곳 지하에서 재기를 노렸던 거죠.”

- 어떤 식으로 다시 일어섰습니까?
“가진 건 시간하고, 그 동안의 경험밖에 없잖아요. 인터넷 카페를 두 개 만들고 거기에 계속 글들을 올렸어요. <우드 코리아>하고 <구트 구트>. 그렇게 1년 반쯤 했나? 카페로 쪽지가 하나 왔어요. 목재 폴딩도어를 만들려는데, 몇 억씩 연구비를 쏟아부어도 계속 실패한다고요. 원래 알미늄 도어를 하던 곳이었는데, 목재에선 디테일이 부족했던 거죠.”

- 어떤 디테일이었죠?
“건조요. 나무를 베어 컷팅할 때 수분 함유율을 100이라고 하면, 말린 후 함유율은 10% 내외여야 하거든요. 오징어 말리듯 수분을 빼내는 건데, 그걸 잘 못하면 터지고 꼬여요. 그 문제를 함께 몇 달쯤 고민해서 해결했죠.”

그 뒤 그는 그 회사서 몇 년여간 '영업'을 하게 된다. 사업과 나무를 잘 알던 그는 삼년 연속 매출왕의 신화도 쓴다. 빚은 화로에 눈 녹듯 점차 사라졌다. 카페를 통해 그를 알게 된 많은 '매니아'들은 그가 새로이 업을 일으키는 데 큰 버팀목이 돼 주었다. 

- 2019년 시공한 은평 한옥마을 월문가가 큰 상을 받으셨더군요. 국토부 한옥대상, 서울시 우수한옥. 한옥재 건조부문 브랜드 혁신경영대상도 받으셨어요. 
“월문가 설계는 자향헌 박상욱 소장이세요. 디자인이 워낙 좋았는데, 우리 브랜드 <구트 한옥>의 시공도 시너지가 있었죠. 그 회사는 케이에이치제이 아키텍처인데, 김상남 한도연 장순완 이렇게 3인의 앞자를 땄어요. 역할을 제대로 해주시죠. 저희 한옥은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해요. 한 겨울 날 때 우리 한옥은 난방비가 25만원쯤? 이웃 한옥은 겨울 난방비가 60만원인데도 추워서 못살겠다 그러시거든요.”

나무에서 물 한방울 제대로 빼내는 데 생을 걸다

- 한옥은 원래 겨울에 좀 춥지 않나요?
“편견이죠. 원래 나무 자체는 굉장히 좋은 단열재예요. 러시아서도 나무로 집 벽을 대죠. 추운 이유는 나무가 시간이 지나 건조되면서 수축하기 때문이거든요. 건조가 잘된 궁이나 대갓집 하고, 산에서 자른 나무로 바로 지은 집은 차이가 크겠죠. 1자(30cm)짜리 기둥이 5년에 1센티만 줄어도 기둥마다 틈이 생기면 바람이 숭숭 들 테니까. 나무는 탄소 저장능력이 1입방당 1입방, 제조시 탄소 미방출 등까지 생각하면 철근-콘크리트보다 훨씬 친환경 자재이기도 하거든요. 세계적으로 나무건축에 대한 변화가 일고 있어요.”

- 다시 '건조'로 돌아와 보죠. 자연건조는 알겠고, 열풍건조도 이해되는데, 고주파 건조는 뭐죠? 구트 한옥의 목재는 모두 고주파건조를 했다는데?
“여러 방법이 있어요. 자연건조, 저온건조, 고온건조, 고온저습건조 등등. 고주파 건조는 케이지에 넣고 위아래로 전극으로 낮은 파장의 고주파를 흘려요. 나무가 두꺼워도 고주파는 심부까지 닿아요. 물분자가 많은 데부터 가죠. 그게 바깥으로 차근차근 기체화해서 배출돼요. 나무색이 고스란히 유지되고, 압착을 높게 하니까 비틀림도 없죠.”

- 저도 자료를 보았습니다. 색이 희고 뽀얗더군요. 도기를 보다가 자기를 본 느낌이랄까? 근데 나무세포를 유지한다는 말은 뭡니까?
“나무도 생명이고, 수없이 작은 미세한 세포막이 얽혀있어요. 고주파 건조는 그 조직 배열을 훼손하지 않죠. 열풍건조는 겉은 타니까 갈색으로 변하고, 수분 함량의 차가 있어요. 그걸 수분경사라 하는데, 그게 목재가 터지고 갈라지는 원인인 거죠. 고주파건조는 스웨덴서 처음 개발됐는데, 우리나라엔 서울대 정희석(한국목재공학회 명예회장) 교수가 최초 도입했어요. 저는 전북대 산림과학부 이남호 교수님께 자문도 꽤 얻었고 함께 연구도 했죠.”

인터뷰 전에 그가 10여년 쯤 운영해온 카페를 살펴보았다. 네이버 카페 우드코리아(wood corea)는 since 2011년 3월 29일, 2021년 2월 3일 현재 5,866개의 글이 올려져있다. 글쓴이의 대부분은 우드김 김상남 대표다. 카페엔 아프리카로 인도네시아로 러시아로 미얀마로 나무를 찾고, 제주로 강원으로 함평으로 가공 그리고 시공을 하러 다닌 이야기가 빼곡하다. 

설비 개발하고, 목재 가공-쓰임까지 생태계를 가꾸어 오다

- 직접 목재 고주파 건조기를 개발하신 거군요. 설비까지 개발했다니 놀라운데요.
“3년여 전쯤에 완성됐어요. 시행착오도 숱하게 겪었죠. 타고 터지고…. 개발 예산만 10억쯤 될 거예요. 이 설비는 물론 판매도 합니다. 한 열 대쯤 곳곳에 팔렸어요.”


- 대관령서 자른 나무를 함평에서 가공하고, 은평으로 인휴당 프로젝트를 진행 하셨더군요. 함평에 그 장비가 있는 겁니까?
“그렇죠. 그쪽서 저희 제품 두 대를 구입하셨어요. 금액으로 5억이 넘는데, 지금 장비를 풀가동하고 있거든요. 이런 설비가 없으면 우리는 계속 목재 후진국에 머물 거니까.”

- 왜 그렇습니까?
“아프리카 같은 곳서는 1차 산업 제품을 팔잖아요. 나무나 돌이죠. 그거 팔 때 나름 최대한 가공해 판매합니다. 이웃 일본만 해도 히노끼(편백나무)나 삼나무가 자라는데, 이걸 전부 다 가공해 판매하는 시스템이 돼 있어요. 국가가 돕죠. 욕조에, 벽체에, 사우나실에 쓸 목재가 다 규격화돼서 가공됩니다. 우리는 산림녹화한 지 50년이 넘었어요. 나무들을 벌목할 벌기령에 도달한 거죠. 나무가 늙으면 이산화탄소 빨아들이고 산소 뱉어내는 힘도 약해져요. 근데 우리나라의 육송, 참나무 같은 주력 나무를 가공해 팔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요. 산에서 썩어가거나 베는 즉시 파쇄해 산에 뿌리죠. 50년을 죽도록 키워 그렇게 버리다니 말이 되나요? 산림청 예산이 2조4천억인데, 이런 시스템만 제대로 갖추면 그보다 훨씬 더 수익을 낼 건데….”

캠핑장에서 보게 되는 참나무 장작은 산지서 톤당 5만원이다. 한솔, 동화, 성창 같은 대기업에는 4만원에 팔린다. 대기업 우선 정책의 흔적인데, 대개 펄프 재료로 쓴다. (그리고 많은 양의 펄프를 수입하고) 건축자재나 소품용 나무를 우드코리아 같은 데서는 12만원에 산다. 가공을 통해 그 이상의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 그 다음 그걸 완수해줄 설비로 부가가치가 생성되죠. 나무는 목재를 켜는 제재와 필요한 대로 말리고 가공하는 치목까지 단계별로 부가가치를 올릴 부분이 굉장히 많죠.”

김상남 대표가 이남호 교수와 10여 년 전 했던 일은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일이었고, 그 후 차근차근 시스템을 준비해 왔다. 이것은 삶의 역설이다. 그때 사업이 쓰러지지 않았다면 이렇게 깊게, 다르게, 제대로 사업을 해보자는 생각을 못했을 거였다. 생각이 실천으로 닿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를 갈고 장기를 녹이는 절치부심(切齒腐心)의 시간은 아직 여전하지만, 그는 스스로 이런 일들을 다룰 만큼 성장해 왔다.  

- 사업을 하시다 한번 쓰러지셨습니다. 그리고 오늘에 닿았죠. 이전과 다른 무엇을 배우신 것 같습니까?
“모든 분야에 관리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걸 못했죠. 돈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그것도 몰랐어요. 우리는 기술이나 능력을 돈으로 평가해 주는 데가 없어요. 기술개발할 때 헛짓거리 한다는 이야기도 무수히 들었죠. 근데 지금은 바뀌었어요. 그동안 브랜드를 꾸준히 키우고, 그에 걸맞게 시스템과 기술을 축적해 왔어요. 이젠 주변서 '네가 옳았던 거 같다' 그러죠. '중국 미국에 가도 우드김 널 알더라! 너는 되겠다' 그래 줍니다. 내일모레 춘천목재협동조합도 출범합니다. 정부서 35억을 대고, 우리 민간 사업자가 15억을 합해 출범합니다. 원자재가 풍부하게 생산되고, 그걸 다룰 기술과 설비가 있죠. 그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세심하게 준비했습니다. 모델을 잘 성공시켜서 점차 확산되도록 해야죠.”

- 큰 그림을 상상하고 알차게 준비해 오셨습니다. 그런 힘은 어디서 옵니까?
“글쎄요. 많이 다녔죠. 외국에도 삼백 번쯤? 나무를 직접 수입하면 이익이 더 생길 테니까. 근데 나갈 때마다 더 큰 세상하고 만나게 됐어요. 허드슨 퍼니처 같은 우드슬랩(떡판)은 1억이 넘기도 해요. 근데 난 우리가 생산하는 우드슬랩이 더 앞선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변형이 없어요. 그 큰 것도 휘거든요. 속이지 않고, 굽신거리지 않고 당당하게 우리 제품 우리 브랜드로 커 가야죠.”

그의 설계사무소이자 제품전시장이기도 한 우드코리아 사무실은 성수동 성당 건너편, 이제는 트리마제로 더 잘 알려진 성동 둘레길 1번 나들목 앞에 있다. 그가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 천천히 숨을 고르고 눈을 들었던 곳이다. 수백여 년 동안 정선서 영월서 내려온 뗏목은 이 길로 넘어와 사람의 마을로 갔을 것이다. 그 뗏꾼들, 그 뗏목들의 이야기가 서서히 부활하고 있었다. 

·우드코리아 본사 : 서울시 성동구 둘레1길 2
·공장 : 경기도 이천시 대포동 254-5(대장로 144-1)
·전화 : 010-5228-3665 |팩스 : 02-2356-8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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