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물 단일 시장으로서 세계 최대라는 마장축산물시장
축산물 단일 시장으로서 세계 최대라는 마장축산물시장
  • 서성원
  • 승인 2021.02.10 11: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성원의 엉뚱 발랄 성동 이야기> (17) 마장축산물시장
남문 입구 벽면 설치물, 마장시장이 나아가려는 방향을 엿볼 수 있다. 서성원 ⓒ

○ 소재지: 서울시 성동구 마장동 

밥상에 고기반찬이 올라왔습니다. 아버지가 말합니다.
“캬앗, 안주잖아.”

아버지는 고기를 보면 왜 술을 마시려 했을까.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송 형이랑, 민칠이 동생도 불러야 겠구먼.” 

아버지는 고기를 보면 왜 여럿이 함께 먹으려 했을까. 
설이 다가옵니다. 가족들이 먹을 고기를 준비하셨나요. 고기라면 마장축산물시장이죠.

◆ 동굴인들이 들소를 잡은 날

짐승인지 사람인지 알 수 없는 한 무리가 동굴에서 나옵니다. 수컷들이군요. 창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맞습니다. 동굴에서 나왔으니까 동굴남이라고 하겠습니다. 
“우리도 여자들처럼 쉬운 거 잡자. 먹을 거 바닥났는데 이것저것 가릴 거 있냐.”

그 말에 다른 동굴남이 창을 땅바닥에 탁 꽂으며 말합니다.
“여치, 메뚜기, 개구리 …, 이런 거 잡아보자고? 안 되지!”

그러자 어느 동굴남이 말합니다.
“그렇지. 그런 것은 힘 약한 여자들이 잡을 거야. 힘내서 큰 것 노려보자고!”

동굴남들은 벌판과 산과 계곡을 헤맵니다. 사냥은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토끼 한 마리 정도는 잡아봐야 고기맛을 볼 수도 없습니다. 동굴 식구들이 많으니까요.
다음날도 또 허탕입니다. 이렇게 보름을 보내다 재수 좋은 날이 왔습니다. 동굴남들이 들소를 잡았습니다. 동굴남들은 들소를 끌고 돌아갑니다. 
동굴인들은 들소로 배를 불립니다. 양보도 합니다. 간은 이가 빠진 늙은이에게 건넵니다. 먹고 먹어도 고기가 남아돕니다. 무언가를 두들기며 흥얼거립니다. 흔들흔들 몸을 흔듭니다. 앞으로 사흘이나 나흘 정도는 이렇게 지내도 됩니다. 동굴은 들소 고기 냄새가 가득합니다.  동굴인들에 들소는 축제입니다. 행복합니다.
 
 

◆ 에이회사 회사원들의 회식

오늘남 씨는 에이회사를 다닙니다. 부팀장입니다. 이왕이면 팀장이면 좋겠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사람의 일이지요. 팀장이 오늘남에게 말합니다. 
“팀웍이 옛날 같지 않아. 방법 없을까?”

오늘남에게 방법을 찾아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오늘남이 제안합니다.
“팀장님, 회식 한 번 할까요?”

그때는 코로나가 생기기 전이었습니다. 팀장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입을 즐겁게 하는 것이 조직의 결속력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니까요. 
오늘남은 팀원들에게 메시지를 날립니다. 회식 장소를 추천하라고. 반 시간 만에 팀원들이 답을 보냈습니다. 업무도 이렇게 빠르게 처리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팀원들이 관심을 가져주었으니까요. 팀원들이 어떤 곳에서 회식하기를 바라는지 알만합니다. 오늘남은 어깨를 으쓱 합니다. 팀장이 괜찮다고 할까.
오늘남이 팀장에게 팀원들의 뜻을 전합니다.
“와인바가 절대 다순데 어때요?”

팀장이 말합니다.
“회식은 뜯어야 제맛 아닌가.”
오늘남은 팀장이 어떤 그림을 원하는지 이해합니다. 동굴인입니다. 사냥한 고기를 둘러앉아 나눠 먹자고 합니다. 백만 년 전쯤, 그때의 무리가 되어보자고 합니다.

60년대 마장 우시장 (출처 : 서울역사아카이브)
60년대 마장 우시장 (출처 : 서울역사아카이브)

◆ 마장(馬場)에서 마장축산물시장으로 이어진 역사

마장(馬場)은 조선 시대에 있었던 목장을 말합니다. 그 목장은 지금의 다음 지역으로 보입니다. 능동, 화양, 자양, 면목, 중곡, 군자, 성수, 송정, 사근, 휘경, 용답, 답십리, 장안입니다. 말 목장의 흔적이 지역의 이름에 남아있습니다. 

자양동(紫陽洞)입니다. 조선시대엔 자마장리(雌馬場里)였답니다. 자마(雌馬)는 암말입니다. 자마를 길렀던 곳이라는 의미인데 일제강점기에 자양동으로 바뀌게 되었답니다. 

마장동도 비슷합니다. 여기에 살짝 의문이 듭니다. 마장동은 목장의 중심부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마장이란 지명을 어떻게 이어받았을까. 목장을 관리하는 시설이 마장에 있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현대에 들어서도 마장동은 가축과 연을 이어갑니다. 1958년에 가축시장이 들어옵니다. 마장 우시장입니다. 이어서 1961년에 도축장도 옮겨옵니다. 이 시설에서 나오는 고기와 부산물을 거래하는 곳이 생겨납니다. 마장축산물시장의 시작입니다. 60년대와 70년대에 시장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집니다. 1974년에 가축시장을 폐쇄합니다. 그리고 서울에 도축장을 더 짓습니다. 1986년에는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내에 개장합니다. 서울의 도축은 독산동, 마장동, 가락동의 3곳이 담당합니다. 

90년대에는 지방에서 도축된 육류를 서울로 반입하는 것을 허용합니다. 그러자 냉장 및 냉동설비를 갖춘 차량으로 육류가 들어옵니다. 서울의 도축장이 어려워집니다. 1998년 마장동, 2002년 독산동, 2011년 가락동 도축장은 폐쇄, 혹은 이전하게 됩니다.

우시장과 도축장이 마장동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축산물시장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육류를 취급했던 사람들이 이곳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는 다른 지역 사람들이 감히 넘볼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마장축산물시장은 우리나라 육류 유통에서 큰 축을 담당합니다. 

마장공영주차장
마장공영주차장

◆ 오늘날의 마장축산물 시장

지금은 코로나로 여행을 하지 못합니다. 코로나 전에 마장축산물시장에는 해외 관광객이 찾아오는 명소였습니다. 그리고 내국인들의 방문도 많았습니다. 고기를 사거나 고기를 먹으려는 이들입니다. 이것은 겉으로 보이는 마장축산물시장입니다. 마장축산물시장의 진짜 얼굴은 축산물 도매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일까. 
관계자에 따르면 점포의 60% 정도가 도매만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30% 정도는 도매와 소매 겸업한다고 합니다. 도매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은 육류를 많이 소비하는 곳에 대량으로 납품합니다. 기업입니다. 

도매만 하거나 도매와 소매를 겸업하거나 마장축산물시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경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삼사십 년 경력자가 수두룩합니다. 마장축산물시장이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밑바탕입니다.

소량으로 구매를 하는 소비자에게 마장축산물시장은 어떤 매력이 있을까. 마장축산물시장에서는 손님이 원하면 어떤 고기라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특수 부위가 아니라 특특수 부위라도 말입니다. 들어온 육류를 바로바로 소비하기 때문에 신선합니다. 

그리고 고기를 볼 줄 아는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고기여서 품질을 믿을 수 있습니다. 한때 소비자들이 시장 상인을 불신했죠. 그때 마장축산물시장도 3정 운동(정량, 정품, 정찰제)이란 것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그런 말 자체가 어색합니다. 어쨌거나 품질 좋은 육류를 싸게 사려면 마장축산물시장, 그 이상은 한국에 없습니다. 아니 지구를 뒤져도 없다고 합니다.

시장특유의 악취를 해결하고 환경을 청결하게 개선한다면  마장축산물시장의 명성은 끝없이 가겠지요.

◆ 고기 먹고 싶은 사람 여기 모여라, 마을기업 고기 익는 마을

시장 안에 '고기익는마을'이 있습니다. 여기는 고기를 시장에서 고기를 구입해서 먹고 가려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수산시장에 이런 시스템이 있지요. 회를 삽니다. 먹을 장소를 제공하는 곳에 가면 거기에 초장과 주류가 준비되어 있지요. '고기익는마을'이 그런 시스템입니다.
맛좋은 쇠고기를 싸게 먹을 수 있는 곳이어서 유명합니다.

서성원 작가
서성원 작가

 

 

 

 

 

 

마장축산시장의 풍경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특별시 광진구 용마산로128 원방빌딩 501호(중곡동)
  • 대표전화 : 02-2294-7322
  • 팩스 : 02-2294-732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연
  • 법인명 : 성광미디어(주)
  • 제호 : 성광일보
  • 등록번호 : 서울 아 01336
  • 등록일 : 2010-09-01
  • 발행일 : 2010-09-01
  • 발행인 : 이원주
  • 편집인 : 이원주
  • 회장 : 조연만
  • 편집이사 : 김광부
  • 논설주간 : 김정숙
  • 자매지 : 성동신문·광진투데이
  • 통신판매 등록 번 제2018-서울광진-1174호
  • 성광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1 성광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gilbo@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