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문자/성동문인협회 이사
해(解)
손문자
2020 해 양파 벗기듯
날짜를 한 겹 한 겹 벗기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날자에 끌려 새해에 오고 말았다
무질서에 오염된 잡균
우주를 덮은 해
보이지 않는 화학물질 여기저기 산적해
생명 죽이고 지구도 죽어가네
눈 허옇게 뜨고 죽은 물고기 떼
눈 어지럼증 생겨 돌지 않던 지구가 빙글빙글 도네
올 것이 왔단 말인가
백태 낀 눈 눈으로 덮어 버렸으면 좋겠다
함박눈 내리는 아침
바람은 사납게 으르렁거리고
아직도 머물러 인간을 노리는 코로나
책갈피마다 독으로 수런거리고
갈가마귀처럼 지구를 덮는다는 뉴스
비를 맞고 서 있는
시곗바늘 거꾸로 돌려보려고
힘을 모아도 시간의 페달은 앞으로만 달린다
짜디짠 통증
매달려 떨고 있는 모호사피엔스
날개가 새로 돋아날 기미는 보이지 않네
지금은 인간이 선물로 지급한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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