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순간의 잘못은 누구에게나 있다
<수필> 순간의 잘못은 누구에게나 있다
  • 성광일보
  • 승인 2021.03.2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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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웅
신길웅

식곤증에 시달리고 있던 어느 날 오후 직접 만나보고 싶다고 요청하여 약속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확한 시간에 노크를 하며 들어오는 신사는 엄숙하게 정장을 하였으며 낯이 익은 듯한 느낌이 들었고 긴장된 모습이었다. 정중히 인사를 나누고 차 한 잔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루어졌다. 

저는 이 지역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회장님을 잘 알고 있지만 선생님께서는 저를 잘 모르실겁니다. 연말이라서 바쁘신 중에도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다고 하였다.
말씀드리기 부끄럽습니다만 선생님을 찾아뵙고 도움을 청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찾아왔습니다. 조금만 참았더라면 될 것을 분노했던 저는 자식을 지나치게 꾸짖었습니다.


친구 집에 놀러간다고 나간 놈이 소식도 없이 자정이 지나서야 귀가하는 것을 보고 중학교 2학년 어린놈이 기다리는 부모님 생각은 하지 않고 늦게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뺨을 한번 때리고 야단을 치며, 공부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고 집을 나가라고 눈을 부릅뜨고 무서운 모습으로 소리쳤는데 그 자리에서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아내도 겁을 먹고 말리지도 못하고 당연히 혼나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집 밖으로 뛰어나가는 자식을 부르며 따라 나갔으나 급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날은 친구를 찾아가서 도움을 청하였겠지만 다음날도 들어오지 않고 학교에도 결석하였습니다. 며칠 후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옆 동네 슈퍼에 무단 침입하여 빵과 음료수 그리고 담배까지 훔쳐 도망치다가 주민의 신고로 붙잡혀 경찰서에 구금되어 있다는 연락을 받고 담당경찰관을 찾아가 자세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용돈은 바닥나고 방황하며 배고픔을 참지 못하여 친구 두명과 함께 도둑질을 하였다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내일이면 경찰서 수사가 마무리되어 검찰청으로 이송한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선생님을 찾아왔습니다.

학교 성적이 우수한편은 아니였으나 비교적 성실한 사람으로 키우려 노력하였는데 차분하게 경과를 확인한 후 사랑스럽게 야단을 쳐야 했는데 부모의 부족한 탓으로 참지 못하고 야단을 친 것은 저의 잘못입니다. 그러나 검찰에 가면 불량한 청년들과 생활하며 더 잘못될까 걱정되어 왔습니다.

눈물지으며 호소하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요즘 학생들이 부모님들의 지나친 간섭과 학업에 시달리다보니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순간적으로 판단을 잘못하고 가출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나는 부모님을 위로 하고 학생들이 잘못을 뉘우치면 선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안심을 시켜드렸다.

검찰청에는 청소년 범죄예방 위원회가 있었는데 당시 회장직을 맡고 있었던 나의 역할은 오늘과 같이 지역사람들이 직접 찾아오는 경우도 있고, 검찰청에서 의뢰를 받아 탈선한 청소년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선도위원은 지역에서 덕망있는 인사들로 구성되었으며 초범과 재범을 구분하여 관리하였다. 담당검사를 찾아가 소상히 설명을 하고 광진구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이며, 부모님의 신분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하고 그 학생들은 본인이 책임지고 끝까지 선도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였다.

다른 학생 두 명은 가까운 사이로 의리를 지키기 위해 동조한 것으로 판단되었고 부모님들은 송구스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말했으며, 송치되던 날 변호사 선임은 하지 않았다. 

부모님 세분과 구속학생 3명은 검사실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놀란 토끼같이 긴장되어 있었고, 학생은 별도로 불러 형사 처벌에 대한 범죄사실이 인정되기 때문에 구속 할 수 있는 상황임을 설명하였으며 잘못을 깨닫게 한 후, 부모들과 학생들이 함께 앉는 자리에서 범죄예방을 위한 제도를 설명하였다. 신회장님께서 선도를 맡으시면 일정기간 동안 재범이 없어야 하고 앞으로 특별히 조심하라는 당부와 부모님들은 물론 본인도 철저히 협조하라는 지시를 받은 후 검사에게 서약을 하고 함께 검찰청을 나왔다.

나는 반년 동안 그들을 보호관찰하고 1개월에 한 번씩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었으며 교육을 시켰다. 마치 내 자식들처럼 친근하고 다정하게 선도하였기 때문에 6개월 후에 모든 범죄사실이 소멸되었으며, 그 학생들은 학교생활을 마치고 진학하였다. 그들은 경험을 통하여 앞으로 법을 위반하는 일이 없을 것이며, 부모님의 꾸짖음은 미움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을 마음속 깊이 새겼을 것이다.

문제아가 발생하는 원인은 문제가정이라는 것이 공론화된 사실이기 때문에 진실한 사랑을 나누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지만, 부모들이 부득이한 여건 때문에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에는 사회의 유혹에 쉽게 빠지게 되어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은 탈선할 수 있으므로 따뜻한 부모의 사랑으로 참된 가정을 만들어 가야한다고 믿는다.

<신길웅 (申吉雄,SHIN KIL WOONG)>
- (전) 광진문화원 원장
- (전) 광진미술협회 회장
- 청하문학아카데미 회원
- 서울시단 회원
- 수필시대 등단
- 광진문인협회 회원
- (주)흥일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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