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미투'는 터지는데…실질적 개선 되려면
'학폭 미투'는 터지는데…실질적 개선 되려면
  • 정소원 기자
  • 승인 2021.03.2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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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원/취재부 장
정소원/취재부장
정소원/취재부장

'학교폭력' 이슈가 연이어 터지면서 한국 사회가 떠들썩하다. TV조선 '미스트롯2' 참가 가수 진달래, 프로배구 선수. 이재영·다영 자매 등 유명인들이 과거 학교폭력 가해자로 밝혀져 퇴출당한 바 있다. 피해자들이 직접 공개 고발에 나서면서, 네티즌들은 '미투(#MeToo) 운동'에 빗대어 '학폭 미투'로 부르기도 한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학폭 미투'가 빗발치듯 유명인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이유는 '학폭'에 관한 처벌을 포함한 대처가 상당 부분 미흡하다는 점에 있다. 

◆학교폭력은 은밀한 '조용한 폭력'이 대다수, 그러나 학교조치 상당히 미흡
첫째, 요즘 학교에선 은밀하고 교묘하게 따돌리고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조용한 폭력'이 더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체적 폭력에 대해서만 처벌을 강경하게 한다. 언어 폭력에 관해서는 '넘어가자는 식'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본래대로라면 학교폭력 징계 대상이 되는 언어폭력 행위로는 다음과 같은 행위들이 존재한다. 
피해학생의 외모를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행위, 피해학생에게 모욕적인 용어를 지속적으로 말하는 행위, 피해학생을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내용의 글을 sns에 게시하는 행위, 피해학생에게 욕설을 퍼붓는 행위, 피해학생을 험담하는 행위, sns 대화방에 초대하고 단체로 욕설을 퍼붓는 행위가 해당되는데, 실제로 가해학생이 이러한 행위를 했을 때 피해학생이 받았을 상처와 관계없이 징계정도는 학교에서의 봉사 5일 및 특별 교육이수 2일정도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상황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곳곳에 난무하는 '조용한 폭력'에 대한 사회적 고려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되는 시점이다.

◆학교폭력은 증거증인 확보와 관계없이 가해자 처벌이 약해 
둘째, 학교폭력은 증거와 증인이 충분한 경우에도 가해자 처벌이 약하다. 심지어 학교폭력 가해 조치사항은 졸업 직후 또는 졸업한지 2년이 지나면 가해자 스스로 삭제 가능하다는 것은 얼마나 학교 폭력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부족한지를 가감없이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피해학생과의 합의, 진심어린 사과가 이루어진 후에 학교 측에서 삭제를 해야 할 일이다.

◆학교폭력의 연장선상에서 학원폭력을 바라보아야
셋째, 학교 폭력에 이어 발생하는 학원 폭력에 대한 세부적 고려도 필요하다. 특히 재수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에서도 결국 성인이 아닌 고등학교를 막 마치고 온 이들이기 때문에, 학원에서도 주로 학교폭력에서 문제됐던 '조용한 폭력'들이 발발하는데, 이때부터는 연령이 20살 이상이기 때문에 학원 폭력에 해당되지 않게 된다. 법적으로 연령의 범위를 다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의 연장선상에서 학원폭력의 피해자들이 사각지대에 놓여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에게서의 학교폭력 제보 
3월 초, 25살의 여성에게서 제보를 받았다. 학교폭력에 관한 이슈가 계속 터져서 세상이 떠들썩해졌을 때의 일이었다. 자신이 당한 학교폭력에 대해서 세상에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다음은 여성의 글이다. 길이상 중간 생략을 한 부분이 있다.

◈학교폭력 피해자 여성의 글
저는 단 한 번도 신체적인 폭력을 당해본적이 없습니다. 제가 알지 못하는, 소위 학교에서 잘나간다는 아이들에게 집단으로 근 3년간 학교를 당하는 내내 '꼽주기'를 당했습니다.

제가 신체적인 폭력을 당하지 않은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저는 그 아이들에게 신체적인 폭력을 당할 이유가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당시 학교 방송반 아나운서를 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수여하는 상을 받아서 지역 신문에 나왔었습니다. 제가 아이들의 눈에 띈 이유는 '춤을 잘춰서'입니다. 저는 소위 말하는 일진이 아니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선생님들이 예뻐하셨던 '모범생'이었습니다. 그러나 수학여행이나 장기자랑을 할 때 나가서 '춤을 ‘춘다’는 것은 그 당시 일진들만 하는 고유의 영역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춤을 추는게 좋았고, 또 춤을 많이 잘췄습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의 부탁으로 학교 행사 때 무대에 서고 사회를 보고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 이유로 3년 내내 저는 엄청난 정신적 폭력을 당했습니다.

제가 머리를 자르고 온 날, 일진들 두 명은 제 옆을 지나가면서 “풉”하며 진짜 못생겼다라며 은근히 지나가는 말로 꼽을 주었고 제가 지나갈 때면 학교 방송반 아나운서였던 저를 성대모사하면서 자기들끼리 낄낄거리고 지나갔습니다. 못생긴 주제에 춤을 춘다, 후드티를 입고 췄는데 가슴이 덜렁거린다는 성희롱과, 당시 유행했던 여자아이돌의 춤을 커버했다며, 시발이라는 소리를 대놓고 들으며, 싸이월드에 전교생이 다 보도록 공개저격까지, 그걸 3년을 겪었습니다. 증거가 없으니까. 저는 그냥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 일진들의 이름까지 하나하나 지금 다 언급할 수 있을 정도로 기억이 생생합니다. 일진들에게 엄마가 사준 반팔티를 입고 갔는데, 옷이 딱 붙는 것 같아 보이니, 그 옷을 입지 말라는 경고를 받고, 축제에 무대를 하는데, 독무대를 하지말라며 한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저는 대체 제가 왜 그런 '꼽주기'를 들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3학년 때, 한 선생님의 학교행사에서 춤춰달라는 부탁과, 교내 행사에 아나운서로 사회 좀 봐달라는 부탁에 정말 거절하고 싶었는데 승낙하고, 저는 교내로 향했습니다. 교내에서 저는 펑펑 울었습니다. 이야기를 하며 오열했습니다. 그 날, 상담 선생님은 여기서 말하는 모든 일은 비밀이 유지되나, 신변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경우, 학생 부장선생님께 보고가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선생님은 제 이야기를 듣더니, 저보고 축제에 공연으로 나가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신변에 위험이 간다고 판단해서 학교 부장선생님께 보고를 올렸습니다.

이 일에 대한 학교의 대책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담임 선생님이 자꾸 제가 쓰러지자 저를 불러내어 상황을 듣더니 '니가 예민한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피해자가 아니면 잘 알아채지 못하는 은따의 특성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 곳에서 가해자는 저에게 사과가 아닌 이렇게 되면 생활기록부에 안 좋은 말이 적혀 대학 갈 때 매우 불리하니, 좋게 마무리하자 라는 말을 하여 아무런 조치 없이 끝나버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주 공황발작을 한다는 이유로 학부모에게 항의전화가 와서 고3때는 강제로 보충수업과 야자를 학교로부터 금지 당했습니다.

여기까지 피해자 여성의 글이다. 또한 이것이 바로 교육 현장에서 학교폭력을 다루는 실태이다. 심지어 피해자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학교폭력에 대한 이슈를 부각시켰던 아파트 옥상에서 피해자가 자살한 학교였다. 그렇게 가슴 아픈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은 나아지는게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게 현실인 것이다.

이 일을 겪으며, 피해자 여성은 '차라리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죽도록 맞았으면 좋겠다. 맞아서 그게 증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쟤들이 벌받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잊으라고 했던 많은 사람들을 정말 혼내주고 싶다.'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2021년에도 피해자 여성은 어디에도 말할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해서 제보를 한 것이다. '학폭 미투'가 이만치 터치고, 그에 공감한 대중들의 분노가 여기까지 올라왔으면 이쯤 하다 끝나겠지라고 방관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실질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smartsow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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