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열/시인
산 너머 길을 찾다
허성열
발자국을 따라
산을 오른다
산을 오른다는 것은
산길에 새겨진 길들을
조용히 대면하는 시간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자국이 쌓여
선망을 향한 날갯짓으로
높이를 가늠하지 못하고
내려갈 수도 더 오를 수도 없는
아득한 벼랑에 홀로 서 있다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하고
손을 휘저어 버둥거리는데
흐트러진 중심을 잡으려다
수직으로 낙하하는 몸의 균형
허공에 무너지는 무수한 입자들
날개를 달아 비상하고 싶다
숨을 고르고 다시 앞을 보아도
가야 할 길은 멀고 아득한데
시위를 떠난 화살은 되돌릴 수 없다
소극적 수용성으로 묵묵히 오르는 길
돌계단에 찍힌 아픈 발자국이 이슬에 젖는다??
붉게 물드는 가을 산의 지혜로
쉼 없이 나아가는 발자국
늘 깨어서 푸른 꿈을 꾸는
내 영혼의 원형을 찾아서
나는,
산 너머 또 길을 찾는다

·시인
·성동문인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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