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또순이 아리랑(3)
<소설> 또순이 아리랑(3)
  • 성광일보
  • 승인 2021.03.2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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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라성
·소설가
·성동문인협회 이사
기라성
기라성

공장에서 점심을 먹고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는데 말쑥한 양복 차림의 손님이 찾아왔다. 명함을 읽어 보니 대우 자동차 채권팀 김영길 팀장이다.
"밀린 할부 다 냈잖아요? 네 입금 확인했습니다. 이거!"

비타500 한 박스를 내민다.
“사장님과 통화 하면서 죄송하기도 하고 느낀 게 많아서 찾아뵈었습니다.”

미영은 트럭값 밀린 할부 독촉이 하도 심해서 담당에게 마구 퍼부었던 게 생각나 미안하기도 하다. 오죽하면 밀린 할부도 못 내겠냐며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 해대고 법적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서민들 피말려 죽이려 하느냐며 되려 더 악다구니를 썼었는데.

“저희들 하는 일이 그런 일이니 용서해 주세요. 고객님들께 심하게 하지 못하도록 오늘도 조회 시간에 직원들 교육을 시키고 왔습니다. 솔직히 저희 회사에 감정이 안 좋으시면 차 바꾸실 때 다른 회사 차 사실 거잖아요.! 제가 일선 영업일을 하진 않지만 회사를 위해서 사과하러 나왔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론 이런 일 절대 없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어요! 나도 너무 퍼부어서 미안해요. 근데 팀장님, 왜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은 데모가 그리 심한가요? 월급도 웬만한 회사들 보다 많이 받더구만…”

“어려운 질문이네요. 제 생각엔 노조의 성향 때문 같아요. 조합이 협동을 본질로 하는 조합도 많지만, 협동조합, 신용조합 같은, 그러나 노동조합은 노동자 권리를 보호하고 지키기 위한다는 목적으로 파업이나 쟁의 행위를 자주하는 거 같아요. 자기들 욕심도 있을 테고, 물론 노동력을 착취하는 경영자도 있겠지만 지금은 많이 투명해졌다고 생각해요. 기업인의 자정 노력도 하지만 정부도 많이 투명해졌다고 생각하는데 평소 불평불만이나 욕구 불만인 사람들이 노조에 많이 가담하는 거 같아요. 뉴스에 보면 전문 시위꾼 얘기도 있잖아요. 지금 세계적인 자동차산업 불경기가 우리나라도 심각한데 높은 임금이 기업 경쟁력에 불리한데 임금을 내릴 수는 없잖아요. 노조나 종업원이 자발적으로 내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사람의 본능적인 욕심이 월급이나 대우가 좋아지길 바라지 나빠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걸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걱정은 많이 되지만”

김영길 팀장과 30 여분 이야기하느라 일감이 밀렸다. 가운 좌 우 소매 박아 뒤집고 앞뒤 판 붙이고 에리 박고. 오늘도 일찍 끝내기 힘들겠단 생각에 오바로꾸 패달을 밟는 오른발에 힘이 들어간다.

발주량 소화하는데 미영의 근면성도 있지만 드나드는 이웃들 도움이 크다.
놀러 왔다가 간단한 일을 거들어 주고 실밥 따주고 뒤집어 주고…
눈썰미 있고 손동작 빠른 순영이 덕분에 발주량도 많이 늘었다.

잘은 모르지만 품앗이나 계, 두레 같은 거 이런 거, 서양의 기브츠 같은 것이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 내일은 푼푼이 절약해서 마을금고에 저축한 돈 찾아서 아파트 잔금 내야하는 날이다. 다섯 식구가 한방에서 살면서 목표로 세웠던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는 날이다. 신랑의 도움 없이 미영이 스스로 해 온 걸 생각하니 그간의 일들이 떠올라 울컥해지며 누구한테라도 막 자랑하고 싶다.

흩어진 이불을 덮어 주며 아이들 얼굴을 쳐다보니 남들처럼 뒷바라지 못해 주고 사는 데만 신경 써 왔던 엄마로서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아프다
사춘기에 들어선 아들 창훈이 담임이 학교에 한 번 나와 달라는 연락에도 전화로 이야기 하고 못 가봤는데 창훈이한테 엄마가 죄 진 기분이었다.
“미안해 사랑하는 우리 딸 혜정아! 선희야! 그리고 아들 창훈아!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 줄 수 있지?”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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