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인간에게 고통과 외로움은 필연
<수필> 인간에게 고통과 외로움은 필연
  • 성광일보
  • 승인 2021.04.28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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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성동문인협회 회원
김경숙
김경숙

꽃은 비바람 속에서도 열매를 끌어올리기 위해 한껏 몸을 펼치고 부서지니 꽃의 피고짐을 덧없다고 하지 마라. 고통을 견뎌낸 사람도 그렇다.
인간이라는 공통적인 이름과는 별개의 이름으로, 사회라는 거대한 집단과는 별개의 가정을 이루면서, 함께라고 아무리 위안을 삼아도 찾아오는 고통과 외로움, 그것은 자궁 속 전쟁에서 비롯된 필연적 현상이다. 

오직 탯줄에 의지해 모든 것을 견뎌내고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의 사투, 그것은 인간 최초의 전쟁이자 고독한 승리였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하나가 되던 과정, 세포분열을 일으키며 눈과 귀, 입과 코를 만들고 손과 발, 오장육부를 만들던 과정, 몸통을 키우고 뇌세포를 완성해 좁은 문으로 탈출하던 과정, 그렇게 홀로 고통과 외로움을 이겨내고 존재하는 생명체가 바로 인간이다.
인간 최초의 전쟁은 육체를 형성하여 세상으로 나오기 위한 것이었지만, 세상에서의 전쟁은 영육을 완성하여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한 최후의 전쟁이다. 지금 우리가 외롭고 고통스러운 것 역시 세상에서 다시 한 번 태어나기 위한 전쟁 중에 있기 때문이다. 

자궁 속에서의 고통과 외로움은 기억 할 수 없지만, 세상에서는 그 모든 것을 생생하게 느끼는 까닭에 아프고 외롭다. 
지금 우리의 눈과 마음은 무엇을 향해 있는가? 처음부터 내 것이었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던 세상에서 존재를 사색할 겨를도 없이 휘말려 경쟁하고 영원히 살 것처럼 욕심을 부리다가 마주하는 삶의 끝자락, 게걸스레 먹고 취했던 모든 것을 두고가야 할 마지막 순간에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무엇일까? 기억조차 못 하는 자궁 속에서의 고통과 외로움보다 더한 무엇, 살면서 느꼈던 후회나 미련보다 더한 아쉬움 속에 세상 너머 세상을 두려워하는 존재가 되어 있지는 않을까?

외롭지 않은 사람, 고통스럽지 않은 사람은 세상에 없다. 혼자였던 자궁 속과는 달리 세상에서의 우리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님에도 사라지지 않는 고통과 외로움, 이는 존재를 망각하게 하는 것들에 휘둘려 삶을 점검하지 못하고,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갈무리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존재를 망각한 인류, 사랑이 없는 세상에서의 문명의 발달, 부(富)와 명예와 권력은 인류에 고통과 외로움을 더하는 독일뿐이다. 불시에 찾아와 오래도록 떠나지 않는 전염병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요즘이다. 

평소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허덕이던 사람들의 고통은 수위를 더하고 있다. 삶의 기본권마저 위협 받는 그들에게 다른 무엇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겠지만 견뎌낼 수만 있다면 오늘의 역경 또한 승리로 가는 과정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둠 속에서 외로움과 고통을 홀로 견디고 태어나 울음으로 첫승리를 외쳤던 그날처럼 고독한 승리, 최후의 승리를 외칠 그날도 올 것이라고, 최선을 다한다고 원하는 대로 얻는 것은 아니지만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한계도 없다고.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게 인생이 아니라 몸을 만들어서 왔다가 몸마저 두고 가는 인생이다. 원하지 않아도 떠나야 할 세상, 서두르지 말자. 거듭나지 못하거나 스스로 포기하는 세상 너머 세상에 더 큰 고통과 외로움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누가 감히 장담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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