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영
짓던 채송화, 가냘픈 채송화 꽃 알록달록 피는 날에는 어머니 젊은 시절 정경이 아련히 스쳐 지나가 회상에 잠긴다.
내 유년 시절 어머니는 화장 경 앞에 앉아 삼단 같은 검은 머리 동백기름 바르시고 맵시 있게 빗어 땋은 쪽 찐 머리 매화잠 은비녀를 꽂으신 어머니.
고유 명절 다가올 즈음이면 동그란 수틀에 무명천을 끼워 한복 짓고 버선 지어 꽃분홍, 빨강, 노랑의 채송화 빛 색실로 저고리 동정에는 꽃 자수를 놓으시고 버선코, 저고리 끝동에는 꽃 수술을 달아, 고전적인 장롱에 정성으로 두었다가 명절날 이른 아침 인두 다리미로 얌전스레 손질하여 귀밑머리 촘촘히 땋아 금박댕기 드리우고 색동저고리 한복 치마 어여삐 입혀 주시던 어머니,
새하얀 버선을 신을 때면 다섯 발가락을 가지런히 오므려 신어도 단번에 들어가지 않아 벌러덩 벌러덩 뒤로 나자빠지고 뒹굴어지고 있으면 곁에서 지켜보던 오빠들 덩달아 엉덩방아 찧는 시늉 따라 하며 나뒹굴며 장난치고...
알록달록 색동저고리 연상케 하는 채송화 꽃잎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백발이 되셨지만, 여전히 단아하신 엄마 생각에 오늘도 가슴 한쪽이 아리아리하다.
<박하영 프로필>
·시와 수상문학 시부문등단
·수필, 등단 신인상(2014)
·소월시 문학대상 수상(2014)
(소월문학상위원회, 대한문예신문사)
·공저(시인의 향기) /2010~2012
·공저(시인의 문학세계)2010~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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