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또순이 아리랑(6)
<소설> 또순이 아리랑(6)
  • 성광일보
  • 승인 2021.05.1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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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라성/소설가·성동문인협회 이사
기라성

남열 엄마는 당황하여 미영이네 공장으로 허둥지둥 내려와 하는 말이다.
“아줌마! 당황해한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 진정 좀 하세요. 그럴수록 차분히 이야기해 봐요. 한 번 알아볼 테니까.”
평소 청소년 선도 활동을 하던 미영은 인사를 한 적이 있는 성동경찰서 형사계 정찬호 형사를 찾아 갔다. 사건은 6 개월 전 남열 아버지의 군대 후배라고 찾아온 사람한테 은행 통장을 개설해 준 게 문제였다.

“선배님! 사업을 하다 보니까 부도가 겹쳐 고생 좀 했습니다. 그래서 자주 연락도 못하고 찾아뵙지도 못했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서 파산 면책을 신청했는데 곧 법원에서 판결을 받을 예정입니다. 그러다 보니 은행 거래가 원활치 못해서 그러는데 형님 명의 통장 하나만 쓰게 해 주십시오!”하는 것이었다. 후배의 명함을 훑어 본 남열 아버지는 에벤엣셀통상 교회용품 전문, 대표 김운석 직함 외에 영광교회 장로라고 되어있다. 누가 봐도 그럴 듯 했다.
“그런 일이 있었구먼, 알았네, 그 정도야 도와주지”

하고 통장을 만들어 주자 뿌리치는데도 용돈을 쥐여주었는데, 중국을 떠돌던 후배가 보이스피싱 사기 단체 일원으로 의도적인 접근을 해 왔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피해자들로부터 입금된 돈을 인출하다 잠복 경찰에 잡히면서 사용된 통장주인 남열 아버지가 피의자가 된 사건이었다. 후배는 벌써 중국으로 도주 하였는데 남열 아버지 통장은 다행히 다섯 번 정도 사용해서 잡히는 바람에 피해 금액은 2억 조금 못 미친다고 한다. 사건 처리를 위해서 지방에 취업 중인 남열이 직장도 휴직하고 올라왔는데.
“아주머니! 아무래도 우리 집 내놔야 할 거 같아요.”

엄마와 같이 남열이가 공장에 내려와 하는 말이다. 그간 피해자들을 찾아다니며 피해 금액을 변상하기로 약속했는데 합의가 되면 죄가 없어지지 않지만 초범이기에 남열 아버지는 집행 유예를 기대해도 된다고 변호사가 말했다는 것이다.

큰 재산이 없는 남열네는 집을 팔아야 하는데 새로 살 사람이 세를 주지 않고 자기네가 다 쓴다는 것이다. 미영이 쓰는 지하 공장에서 플라스틱 빗자루 공장을 하려고 남열네 집을 산다고 하니 나갈 수밖에 없었다. 남열 아버지의 사기 사건 때문에 미영이 급하게 공장 이사를 해야 됐다.

일을 하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던 미영은 웬 복이 이렇게 지지리도 없는지 도대체 내가 전생에 무슨 큰 죄를 지었나, 조상을 잘못 모셨나, 머리가 무겁다.
열흘 기한으로 공장을 비워 줘야 하는 미영은 순영이에게 일을 맡기고 새 공장 자리를 얻으러 다닌 지 사흘째다. 김 사장한테 사정을 설명하고 납기일을 연장해 달라고 할 수 있지만 발주받은 납기일을 어기기 싫어 아직 이야기도 못하고 공장도 못 얻어 몸이 달았다. 왕십리 구구팔팔병원 옆 골목을 헤매던 미영이 다리도 쉴 겸 약국에서 박카스 한 병을 마시고 있는데 꾸부정한 할아버지 한 분이 약국옆 구멍가게 평상에 혼자 앉아계셔서 박카스를 내밀며 
“할아버지 이거 한 병드세요.”하자, 받으시며 뭐라 하시는데 행당 건널목 전철이 지나가는 소리에 못 알아들었다.
“못 알아들었어요. 할아버지!”
“어! 못 보던 색씬데 누구냐고?”

다리도 아픈 김에 쉴 요량으로 할아버지 옆에 앉아서 공장 얻으러 다니는 이야기를 했다.
“그럼 이 골목 들어가서 좌측으로 구부러져 2 번째 집에 찾아가 봐! 신교장이 소개해서 왔다 하고”
“네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할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장을 정년퇴임 했는데 지금도 동네에서 존경받는 분이셨다. 그 할아버지 덕분에 구옥이지만 비어 있는 1 층 아담한 집을 얻게 되었다. 공장이라지만 봉제공장은 일반 가정집에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잘 되었다 싶었다. 남열네 반지하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물건이 많을 땐 힘들었었다.
“순영아! 책상 우측 위 서랍에 내 인감도장 가지고 행당동 건널목으로 빨리 와! 공장 계약하게.”

순영이 가져온 인감도장으로 계약서 날인을 하고 집주인 이름 아래 생년월일을 읽는 순간! 계약서를 쓰던 미영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전율과 현기증에 휘청할 수밖에 없었다. 
김순동 1976. 9. 20.!
“아! 성미 씨!”
“어! 언니 주인집 아저씨가 생년월일이 나랑 똑같아요.”
“뭐 순영이도 1976. 9. 20.!”
“네 언니!? 너무 신기하다”
“아! 성미 씨! 성미 씨 고마워요 늘 내 주변에 있었군요!”

죽은 성미 씨 와 일하는 순영이, 집주인 김순동 씨도 1976년 9월 20일 생으로 우연의 일치라 하기엔 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 너무 신기하기만 하다.
미영이 마음으로나마 원혼을 달래 준 성미 씨가 늘 주변에 머물며 돕는다는 생각이 들자 고마운 생각이 들어 언제 날을 받아 절에 가서 천도제(天桃祭)를 올려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해 한 날 태어난 세 사람의 인연으로 미영은 인생의 암흑 같은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어 생활이 안정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 이사하고 거래량도 많이 늘어 이웃 현숙이네 말고도 세 군데 하청을 주었다. 하청 업체를 거느리고 일을 하면서 재벌그룹 부럽지 않은 미영은 신랑과 소원하게 지내는 거 외에는 불편한 게 없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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