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80년대에도 식당가로 풍성했던 행당시장, 오늘을 돌아보다
70, 80년대에도 식당가로 풍성했던 행당시장, 오늘을 돌아보다
  • 서성원 기자
  • 승인 2021.05.25 17: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성원의 엉뚱 발랄 성동 이야기> (24) 행당시장

이름을 '행당먹자골목'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재밌게 '행당식당퐁당'은? 

코로나로 10시까지 영업하기 때문에, 저녁 무렵, 손님이 들기 시작하면 행당시장 상점가는 활기가 넘친다.  ⓒ서성원

○ 소재지: 서울시 성동구 행당동 

 언제일까. 십몇 년은 지난 것 같다. 누군가 길을 가르쳐 주면서 행당시장을 통과하라고 했었다. 거길 지나면서 시장 같은 모습이 보이지 않아 어리둥절했었다. 
 3년 전쯤, 행당시장을 들렀다. 그때도 시장다운 모습을 찾지 못했다. 어딘가 있겠지 하고 말았다. 그리고 2021년 5월, 나는 카메라를 들고 행당시장을 찾았다. 신문에 실을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골목을 샅샅이 뒤졌지만 헛수고였다. 어떻게 된 일일까?

상점가 삼거리의 조형물. 옛날에는 이곳이 은행과 살구나무가 많은 동네였다. 그런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서성원

◆ 행당시장은 성동의 명동, 아 옛날이여
 
 내가 생각했던 모습을 찾을 수 없어서 전화를 걸었다. 행당동에서 태어난 사람, 그는 지금 성수동에 산다. 떡집을 찾아가 보세요. 오래 됐어요. 맛나떡방에 들렀다. 2대 사장님에게 가게를 물려준 1대 사장님으로부터 옛날 행당시장 얘기를 들었다. 
 한때는 가까운 지역에도 고만고만한 시장들이 있었다. 양지시장, 안정사 골목시장 등등. 이제는 행당시장만 남았다. 양지시장은 재개발로 사라지고 안정사는 파주로 떠나고 아파트가 들어섰다. 5호선 행당역이 들어오면서 행당시장 통행량은 줄었다. 그렇다면 95년부터겠지. 왕십리역은 예전부터 사통팔달이다. 그래서 금호동이나 행당동 사람들은 왕십리역을 많이 이용했다. 특히 퇴근하는 사람들은 행당시장에서 하루의 피로를 씻어냈다. 한때는 성동의 명동으로 불렸다. 그 시절 얘기는 행당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진작가 김광부 님이 제보해 주셨다. 성동신문 이원주 대표, 역시 행당동 사람으로 줄곧 살았다. 하고 싶은 얘기 있으실 텐데 말을 아껴서 다음 기회로 미뤘다.

◆ 닭내장탕과 소주와 꿈과 희망을 먹고 마셨던 추억어린 골목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는 시간, 사람들이 모여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토요일이었다. 먹거리장터 앞이었다. 아주머니 한 분이 내게 물었다. 카메라 좋아 보이는 데 얼마쯤 하느냐고. 놀러 다닐 때 가지고 가면 좋겠다는 것. 그러면서 아주머니와 잠깐 얘기를 나눴다. 
 길거리 포차로 시작해서 이곳에다 청춘과 일생을 다 바쳤다고. 세상 쉬운 일이 어디 있을까. 누워서 돈 셀 수 있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지금처럼 번듯한 식당을 갖기 위해 얼마나 땀을 흘렸을지 알 것 같았다. 
 아주 오래전, 퇴근길에 닭내장탕 하나로 소주를 마셨다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퇴근길에 행당시장을 거쳐야 했다. 마음이 꿉꿉한 날, 닭내장탕을 먹곤 했었다. 주머니 얇은 사람이 먹기에 제격이었다. 그 시절엔 다들 그렇게 주머니가 얇았다. 그는 닭내장탕과 소주만 먹고 마셨을까. 꿈과 희망도 같이 먹고 마셨다.
 7080 세월, 어느새 아득한 과거가 되었다. 하지만 닭내장탕을 만들었던 포차 주인은 그 시절을 잊지 않았다. 그 젊은 사장님이 만든 닭내장탕은 그녀의 희망이었고 미래였기 때문이다.
 사는 게 왜 이럴까. 이런 생각이 드는 날, 전통 시장을 찾는다는 사람을 종종 만났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위안을 얻게 된다고. 맞는 말이다. 전통 시장에는 추억이 있고 삶이 있고 인생이 담겨 있어서 그렇다. 

◆ 행당시장 상인들처럼 정 많은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 

 첫날 행당시장에 갔을 때다. 시장에 사람이 너무 적었다. 7시 지나서 8시쯤 돼야 사람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땐 5시 무렵, 어쩌나 싶었다. 남은 시간이 너무 길었다. 그런데 고맙게도 식당 안에 들어와서 기다리라고 했다. 미안해서 들어가지 않았다. 그랬더니 또다시 그러라고 했다. 염치없지만 들어갔다. 코다리1번지 식당이다. 
 나는 전화를 했다. 그런데 주인이 커피를 가져다 놓았다. 가게에 들어와 있는 것만 해도 고마운데 커피까지 ……. 
 나는 사실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커피를 마시면 잠이 오지 않는 게 아니라 위장이 온종일 더부룩하다. 아마 위장이 촌놈이어서 놀라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마시지 않을 수 없었다. 독약이라도 마셔야지.

◆ 이름과 다른 행당시장, 이름을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행당시장은 전통시장과 다르다. 그래서 행당시장 상점가로 해서 인정시장이 되었나 보다. 정부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을까. 그런 게 아니라면 이름을 바꿔보면 어떨까. 
 시장이라고 하면 물건을 파는 가게가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행당시장 사진을 찍으려고 헤맸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지금의 행당시장은 식당이 중심이다. 그렇다면 식당이 많다는 것을 내포하는 이름이 좋지 않을까. 그래서 흔히 '~ 먹자골목'을 많이 쓴다. 행당먹자골록, 공교롭게 행당시장은 골목형 시장이다. 그래서 잘 맞는다. 젊은층이 찾아오게 하려면 '행당식당퐁당'도 재밌지 싶다. 어른들은 이게 무슨 장난질이냐고 할 테지만. 필자가 '엉뚱발랄'한 사람이라는 점을 참고해서 새겨들으세요.

 한편으로는 이름을 바꿀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고객 대부분이 동네 사람들이라고 했다. 토, 일요일에 장사가 잘된다고. 그렇다면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
 이름을 고쳐서 이익을 본 사례가 있다. 가평의 명지산이다. 봉우리 하나를 '연인산'으로 이름 붙였다. 그 이후에 등산객이 크게 늘어 나서 가평군이 반겼다고 한다. 
 행당시장은 언제 시작됐을까. 1959년 지금의 자리에 가게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게 행당시장이 시작이었다. 행당시장 상점가로 2013년에 인정시장이 되었다. 정이 넘치는 사장님들과 맛집 식당들을 품고 있어서 오늘도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그 손님들이 행당시장의 내일의 역사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건축사진가 임정의가 촬영한 1989년 행당동 모습. 그는 이전에 신혼 시절을 행당동에서 보냈다고 했다. (출처 임정의 촬영)

 

왕십리도선동 방향에서 바라본 시장 입구. ⓒ서성원
행당시장 상점가 일부 모습. ⓒ서성원
옛날 닭내장탕 메뉴는 없지만 푸짐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유난히 사람들이 많았다. 이름난 맛집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 ⓒ서성원
없는 것 없다는 어느 생활용품 할인점. ⓒ서성원
유난히 사람들이 많았다. 이름난 맛집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 ⓒ서성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특별시 광진구 용마산로128 원방빌딩 501호(중곡동)
  • 대표전화 : 02-2294-7322
  • 팩스 : 02-2294-732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연
  • 법인명 : 성광미디어(주)
  • 제호 : 성광일보
  • 등록번호 : 서울 아 01336
  • 등록일 : 2010-09-01
  • 창간일 : 2010-10-12
  • 회장 : 조연만
  • 발행인 : 이원주
  • 자매지 : 성동신문·광진투데이·서울로컬뉴스
  • 통신판매 등록 : 제2018-서울광진-1174호
  • 계좌번호 : 우체국 : 012435-02-473036 예금주 이원주
  • 기사제보: sgilbo@naver.com
  • 성광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성광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gilbo@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