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문화원과 함께 하는 사진으로 보는 성동 100년 (제6회 음식)
성동문화원과 함께 하는 사진으로 보는 성동 100년 (제6회 음식)
  • 원동업 기자
  • 승인 2021.06.11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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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는 있다. 사람의 관계와 시대의 풍경들
흔하다고 소홀할 순 없어! 밥상은 늘 우리 삶의 최전선
사진1: 이숙자 제공 / 1962년경  / 시가 붙은 벽의 식탁 풍경<br>
사진1: 이숙자 제공 / 1962년경  / 시가 붙은 벽의 식탁 풍경

조선시대엔 구내식당이 있었을까요? 관청 근처에서 배달도 했을까요? 아닙니다. 그런 사회적 분업 시스템은 이후에나 가동됐죠. 그 시절엔 하인이 집서 만든 밥을 소반 채 가져와 관리들에게 대령했습니다. 

70~80년대만 해도 학교 갈 때면 도시락을 두어 개 쌌습니다. 회사도 학교도 급식을 한 지, 오래입니다. 
요즘엔 한밤중에도 척척 배달 주문을 넣어 치맥이든 국밥이든 먹을 수 있습니다. 새벽이면 문 앞에 식재료가 배달돼 있고, 데우기만 하면 곧장 먹을 수 있는 레트로 음식도 많아졌습니다.
옛 밥상의 풍경을 다시 들춥니다. 우리 식탁에선 무엇이 빠지고 또 올랐을까요?  

사진1은 이 작은 식탁의 풍경을 봅니다. 아침 점심 저녁, 저 상은 밥상이었다가, 공부하는 책상이 됩니다. 
저 작은 방은 밥 먹는 주방이었다가, 이불을 펴면 침실이었다가, 생활하는 거실이 됩니다. 
인쇄소를 경영하던 아버지는 좋은 글이 쓰여 있는 종이를 갖고 와서는 그걸 벽지 대신으로 썼습니다. 그 글을 새기면서 가족들은 매일 밥을 먹습니다. 엄마의 손이 감싼 알미늄 밥통은 이불 안으로 들어가, 늦은 밤 돌아오시는 아버지의 허기진 배를 채워갈 것입니다

사진2는 경로잔치입니다. 당시 동네 동장이셨던 전길영 님(사진 뒤편 오른쪽 양복, 왼편은 파출소장님) 자택에서, 부인께서 직접 요리한 음식으로 열었던 잔치입니다. 63년 5월 3일의 풍경이니 어버이날 즈음입니다. 뷔페도 가지 않고, 출장요리사도 부르지 않은 것과 더불어 수염 할아버지와 쪽진 할머니들은 이전 시대의 풍경을 보여줍니다. 

사진3에는 시어머니와 친정엄마, 아이들이 복닥복닥 합니다. 자전거가 뒤편에 보이는 걸 보니, 아마 일터와 접한 집인 게죠. 나물반찬만 가득한 식탁이지만, 떡두꺼비 같은 아이를 안고 먹으니 마음이 모두 흡족합니다. 

사진4는 뚝섬 경마장 인근의 상추밭입니다. 물이 많은 동네 사근동은 미나리가 많았고, 왕십리는 배추밭, 뚝섬은 상추가 유명했답니다. 
아직 공장도 집도 들어오지 않은 성수동 너른 땅에 무성하게 먹거리들이 자랐습니다. 
기동차로 동대문까지 가서 팔거나 근처 중앙시장에 광주리를 이고 파는 게 성동 풍경이었죠. 

사진5는 오빠가 장가가는 날. 여럿을 대접하기 좋고, 오래 잘 살라는 마음이 담긴 국수를 삶습니다. 

사진6은 한강서 나룻배로 잡은 고기를 손질하는 부부입니다. 이제 막 도시화 산업화하기 시작한 서울에 남은 어부들입니다. 

사진7에서 군살 하나 없는 아버지와 그 친구들이 막걸리 한 잔에 회를 곁들여 조촐한 주안상을 차렸습니다. 뒤편 강남으로는 아파트가 즐비하게 들어섰습니다. 

사진8은 8월의 한여름날. 그러니 이 아이의 생일상 단골은 수박이겠습니다. 한창 방학 중이니, 밥 먹고 나면 친구들과 떼를 이뤄 바깥으로 나설 것입니다. 

사진9는 언니네 식탁입니다. 동네에 같이 살던 언니, 귀고리를 걸어주는 형부의 모습이 보입니다. 맥주도 한 잔 했겠다. 보석보다 귀한 남편의 마음을 확인하니 기쁘기 그지 없나봅니다. 

사진10은 가을볕이 가득한 마당. 고추를 말려 김장을 준비하는 풍경입니다. 한상 밥이 차려지기까지의 노고를 생각합니다. 식탁을 차리는 손과 그 마음을 헤아립니다. 식탁의 풍경이 변해도 그 마음은 변치 않을 것입니다.

사진2. 전길영 제공 / 1963년경 / 도선동 동장님 댁에서의 경로잔치
사진3. 김명화 제공 / 1974년경 / 시모와 친모와 함께 식구들 밥상
사진4. 김순실 제공 / 1975년경 / 뚝섬 경마장 퍼블릭골프장 상추밭
사진5. 김영순 제공 / 1975~76년경 / 상왕십리 결혼식 국수
사진6. 이성배 제공 / 1983년경 / 한강서 잡은 고기 손질
사진7. 이성배 제공 / 1983년대 / 한강 소형유람선 아버지와 친구들
사진8. 박성유 제공 / 1984년 / 수박 한상 생일상

 

사진9. 최화영 제공 / 1986년경 / 금호동 언니와 형부
사진10. 김재심 제공 / 1986년경 / 가을 고추 다듬으며 김장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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