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흘러가는 人生
(수필) 흘러가는 人生
  • 성광일보
  • 승인 2021.06.1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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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吉洙
한길수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다.”라고 존 러스킨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미술학 교수는 주장했으나 필자가 겪어보기에는 인생은 덧없이 정처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人生 七十 古來稀”라는 말이 있다.
예부터 이르기를 70살까지 살기는 아주 드문 일이라는데도 사람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70이 지났는데도 더 오래 살기를 원한다.

지난 시절 필자는 이른바 트윈세대인 철부지시절에 엄마의 치마끈을 붙잡고
“엄마 왜 설이 빨리 안와?” 하고 나이 먹기를 재촉한 때가 있었다.

천방지축 어린 꼬마가 설날을 기다린 것은 우선 설 전날 밤에 [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농기를 앞세운 풍물패가 집집마다 다니며 한 해의 행운을 빌어주고 장독대와 우물에 침입한 잡귀를 물리치고 액땜을 하는 고사를 올리고 나서 널따란 마당에서 막걸리 사발이 왔다갔다 하다보면 흥이 나서 한바탕 신나게 노는 현장에 따라다니는 것이 신명이 났기 때문이다.

또한 당일인 설날에는 오랜만에 설빔으로 호사 할 수 있으며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또래들과 모여 동네방네 몰려다니며 어른들께 세배 드리는 것이 즐거웠다. 세배를 다녀도 그 당시 세배 돈을 주는 어른은 단 한분도 없었으나 덕담을 듣고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을 뿐 아니라 또래들과 몰려다니며 노닥거리는 재미가 쏠쏠했기에 이 날이 오기를 엄청 기다렸던 것이다.

그 당시 어린이가 손꼽아 가며 그렇게 기다려도 1년이라는 한해는 너무나 길고도 멀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기다리던 명절은 자꾸 뒷걸음질 치는 것 같았다.

필자는 어린마음에 빨리 자라서 어른이 되고 싶은 나머지 하루는 집안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아버지의 안경과 모자를 쓰고 아버지의 두루마기와 목도리를 걸치고 단장을 휘두르며 방안에서 어른행세를 하면서 장롱에 있는 거울을 보았더니 갓 쓰고 자전거를 탄 듯 영 어울리지 아니하는 장면이 나타났기기에 픽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도 누가 볼 세라 빨리 벗어서 제대로 정리해 놓고 시침을 뗀 일이 있었다. 그처럼 빨리 어른이 되려고 마음속으로 무진 애를 쓰고 기다렸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아주 180도로 완전히 뒤바뀌어서 이제는 세월이 너무나 빠르기에 속으로 깜짝 깜짝 놀라는 때가 많았다. 필자가 어렸을 때 그렇게도 빨리 오라고 애원을 해도 못 들은 척 뒤로 뒷걸음치던 세월이 나이가 들고 보니 축지법을 동원했는지 지나가는 세월이 몇 달을 접고 오는 것 같았다.

새해 새 아침이라고 어제 신문이나 Tv에서 방방 뛰더니 하룻밤을 자고났더니 오늘은 벌써 연말이라고 서울 역에서 기차표를 예매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필자는 마치 한해를 몽땅 도둑맞은 듯 하여 남의 나이를 덤터기 씌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 국내외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독점하고 있는 아이돌의 귀여운 모습을 보면 몇 년 전이나 올 해나 그 앳되고 발랄한 자태가 맨 날 그대로인 것은 아마도 가롯 유다가 은 30냥에 예수님을 팔아먹듯 조물주가 상당한 뇌물을 받고 이들의 나이를 떼어다가 만만한 필자의 나이에 덮어씌운 게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너무나 어굴한 생각이 들기에 매주 일요일마다 만나는 친목모임 ,山水會, 멤버들에게
“내 나이에 누군가가 자기나이를 덤터기로 덮어씌운 것 같다.” 고 호소했더니 자기들의 생각도 그렇다고 모두가 공감한다는 뜻을 보내왔다. 7인 모두가 동병상련인지라 의견의 합치를 이뤘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주변에서 우리 또래들이 한 두 사람 시나브로 天國으로 주민등록을 옮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마도 하느님이 그 친구들은 그곳에서 쓸모가 있는 필수요원이어서 차출해 갔는지 모르겠으나 그 소식을 듣거나 메시지를 통해서 확인 했을 때는 기분이 서늘해지곤 하는데 이것은 필자만이 유난하게 느끼는 것이 아니고 누구나 느끼는 인지상정이리라.

더구나 요즈음 눈에 보이지도 않는 괴물 코로나 바이러스가 춤을 추고 난리를 치니 할 수 없이 우리 모두가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살고 있다. 그래서 각종 모임에 참가를 삼가 해 달라는 당국의 요청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잦다. 그 덕분에 여러 곳의 애경사나 행사장에 별로 참여하고 싶지 않은 위인들은 아주 좋은 핑계꺼리가 생겼다.

눈 딱 감고 꾀를 부리려는 이때에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 고 기발한 묘안이 생겨났다. 결혼 청첩장이나 부음을 전하는 메시지에 참석이 불가하시면 축의금이나 부의금 등 마음의 표시를 해달라는 입금계좌번호를 병기하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안내문이 새로운 유행을 타고 번지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에 유례가 없는 염치없는 새로운 풍속도가 탄생했으니 반가워하여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많이 헷갈린다.

중국 五聖중의 한분인 曾子께서는 조정은 막여작朝廷 莫如爵이요, 향당은 막여치鄕黨 莫如齒라 했다. 이 말은 조정에서는 벼슬의 계급을 중히 여기고, 마을에서는 나이 차이를 중히 여겨야 한다는 말이다. 즉 조정에서는 벼슬의 높낮이 품계에 따라 예우가 다르나 고향에서는 나이의 많고 적음을 따져서 나이 드신 분들에게 예를 갖추라는 인성교육의 한 대목이다.

曾子(기원전 506~436)는 孝와 信을 덕행의 근본으로 삼은 중국 춘추시대의 큰 유학자다. 공자와 안자, 자사, 맹자와 함께 동양 5성 중의 한 분으로 공자의 道를 계승하였고 그의 가르침은 공자의 손자 子思를 거쳐 孟子에게 전해져 유교사상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선각자이다. 현실적으로 산천초목은 물론 우리가 쓰던 물건도 나이가 들고 연륜이 쌓일수록 값이 나가고 귀한 대접을 받아 천연기념물이 되거나 진품명품에서 높은 값을 처 주는데 하필 ‘이 세상의 만물 중에 인간이 최귀’라고 하는 사람은 나이가 들면 인격도 덩달아 나이가 드는지 도매금으로 평가 절하되어 뒷방 늙은이로 치부해서 잊혀진 사람으로 취급하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속담에 “가족가운데 노인이 있으면 그 가족은 보석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고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그 마을의 도서관 하나가 불탄 것과 같다.”는 말이 아프리카에서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증자의 말씀대로 어른을 위하는 동방예의지국이요, 군자의 나라라고 자타가 인정하여 그 자부심이 대단했었는데 지금 이 나라의 형편은 어떠한가. 미개한 쪽발이라고 사람취급도 안 해 주던 일본사람들의 발뒤꿈치도 못 따라갈 지경이다. 왜 우리나라의 國格이 이처럼 와르르 문어 졌을까? 그것은 코흘리개 아이들에 대한 밥상머리 교육이 없이 제멋대로 굴러먹도록 방치한 탓으로 요 모양 요 꼴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이 드신 집안의 어른들이 아이들을 밥상머리에서부터 가르쳐야 하는데 어른들이 아이들의 잘못된 언어나 행동 몸가짐을 바로잡도록 가르치려고 하면 그렇지 않아도 눈코 뜰 새 없이 주야로 공부에 매달리느라 여념이 없는 애에게 스트레스를 준다고 푼수 없는 아녀자들이 벌 떼처럼 쌍지팡이를 짚고 나서는 통에 한마디 훈계를 하려다가 도리어 코가 납작해져서 뒷방으로 기어가서 죽은 듯이 죽치고 있어야 하는 것이 나이 드신 분들의 서러운 현실 탓이다. 이것은 오로지 좋은 대학의 입학만을 목표로 하는 이 나라의 대학입시제도에 문제와 연관이 있어 나이 먹은 사람은 아무쓸모도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거치적거리는 걸림돌로 치부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사람 구실을 하기 위한 기본과 바탕은 학교가 아닌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춘추시대 유학서인 韓非子 제32편에 소개돼 있는 글이 있어 여기에 소개한다.
증자의 아내가 시장에 가려고 나서는데 어린 아들이 시장에 따라가겠다고 나섰다. 시장은 먼 거리에 있기에 아이가 걸어서 먼 길을 가기에는 힘들 것 같아서 증자의 아내는 어린 아들을 떼어놓으려고 한 마디 던졌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우리 집 돼지를 잡아서 맛있는 반찬을 해주겠다.” 고. 그런데 이 말이 화근이 된 것이다. 어린 아들을 달래려고 한 임시방편의 말이었는데 아내가 시장에서 돌아와 보니 남편 증자가 돼지를 잡고 있었다. 아내가 깜짝 놀라 말렸지만 남편은 아내의 말을 듣지 않고 돼지를 잡고 말았다. “아이는 부모를 따라 배우는 법인데 부모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그 아이가 뭘 배우겠느냐?” 이 증자의 말을 우리 모두가 새겨들어 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우연히 필자는 어느 책에서 중요한 말씀 한마디를 배웠다. 나이 먹는 것은 기쁜 일이요, 영광스러운 보람이다. 그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나이를 먹는 것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죽은 자는 나이를 먹지 아니한다.” 필자가 생각해 보니 그러했다. 아이 돌의 나이를 필자에게 덮어 씌워서 필자가 애먼 나이를 먹어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이 아니라 필자가 제 나이를 제대로 먹어 왔기에 어굴함이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서 하늘나라로 주소를 옮긴 분들의 나이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어느 모임에 가서 산자는 무조건 나이를 먹는 것이 당연하다. 지금까지 어굴하다고 생각한 것은 잘못된 오해라고 말 했더니 그 모임의 멤버들도 사실이 그렇다고 시인을 하였다.

사람은 누구나 오래 살기를 원한다.
오늘날 지구상에서 최장수국은 일본이다. 2000년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남자는 72세 여자는 79인데 비하여 2006년도 일본인의 평균 수명은 남자 79세 여자는 85세로 발표되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70은 인생의 꽃이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젊음을 구가하고 있다. 일본에는 100세 이상 되는 노인이 28.000명이 더 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인구비로 따져보더라도 30배에 달한다.

그런데 본래 인간의 수명은 100세보다도 더 긴 120-125세라고 한다. 이것은 뇌의 발육기간을 근거로 산출한 것인데 인간의 뇌는 대계 25세까지 성장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한계수명은 뇌 성장기간의 5배이므로 25X5=125년이라는 기간이 산출된다.

우리가 알기로는 척추동물들은 모두가 이 등식의 적용을 받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째서 이 한계수명보다도 수명이 짧은가. 이는 분명 어딘가에 우리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요인이 있다는 말이다. 그 요인은 여러 가지로 설명 할 수 있겠으나 그 대부분의 요인은 우리들의 생활습관에 있다고 하겠다.

그 중에 제1중요한 것이 우리들의 식생활인데 일본인들은 小食을 한다. 우리들이 일상생활화 하고 있는 과식이나 편식 짜고 맵고 그리고 인스턴트식품 등의 섭취가 수명을 단축시킨다고 볼 수 있다. 밤과 낮을 거꾸로 사는 생활도 바이오리듬을 깨뜨려 수명을 단축시키는가 하면 부족한 운동량도 몸을 녹슬게 한다고 한다.

현대 장수의 3대 요건으로 잘 먹고 잘 자고 적당히 운동하는 것을 꼽는다. 일본 사람들도 장수하는데 우리도 뇌가 튼튼하고 어느 정도 몸에 근육만 붙어 있으면 100세 이상 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 즐겁게 젊음을 유지하려면 긍정적인 생각과 플러스 발상을 해야 한다.

우리가 건강하게 장수하려면 또 다른 방안으로 '一十百千萬'의 이론을 실천하면 가능하다고 한다. 一 : 하루에 한 가지 이상 좋은 일을 하고
十 : 하루에 열 번 이상 웃고 百 : 하루에 백 자 이상 글을 쓰고 千 : 하루에 천 자 이상 글을 읽고 萬 : 하루에 만 보 이상 걷는 것이다.

오늘 부터라도 우리 모두 실천하기를 제의한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플러스 발상을 하면 체내의 제약공장에서 몸에 이로운 약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즉 자체에서 면역력을 키워간다는 이야기이다.

고롱 80이라고 약단지를 놓고 사는 약골이 오래 산다는 말이 있다. ,유비무환, 건강하게 長壽하기 위해서는 늘 긍정적인 플러스 발상과 낭만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古稀라는 말은 사람이 70의 나이까지 사는 경우가 드물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말인데 수명이 늘어난 오늘날의 인생70고래희라는 말은 한물간 옛날의 잠꼬대로 치부해야 한다.

이제는 필자를 비롯하여 여러 독자들은 지금 자라나는 2세대들에게 참다운 인성교육을 시켜 밝고 보람 있는 미래 장수사회를 기다려 보는 것이 좋겠다. 그래서 앞으로 오는 세상에서는 아름다운 꽃이 만발한 꽃동산에서 건강하게 즐거운 나날을 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은 어떠하신지 궁금하다.

<한길수 프로필>
-[현대문예]에서 시로 등단, [한맥문학]에서 수필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인성교육개발위원, 광진구 문화재단 이사
-서울시 시우문인회장, 광진구 문인협회 자문위원
-서울시우 문학상, 한맥문학사 수필 대상
-시와 수필집[낙수첩] 7집까지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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