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관하여
시간에 관하여
  • 정소원 기자
  • 승인 2021.06.2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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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원
/광진투데이 취재부장

시간을 표현할 때 흔히 “흐르다" 또는 “지나다" 라는 동사를 쓴다. 인간은 가만히 있는데 시간이 자율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시간은 잡을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위대한 자연의 섭리다. 인간이 아무리 연구하고, 과학을 발전시켜 시공간이 다르게 느껴지는 우주까지 진출한다 하여도, 시간은 다른 속도로 흘러갈 뿐 결코 멈춰있지 않다. 시간은 인간의 의지 따위는 철저히 무시한 채, 스스로 자연스럽게 흘러 지나간다.

그래서 인간은 시간에 집착한다.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절대 손에 쥘 수 없는 것이기에.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인 죽음으로 우리를 서서히 끌어가는 힘이 있고, 우리는 끝난다해도 시간은 절대 끝나지 않기 때문에.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마냥 포기하고 앉아서 시간에 몸을 맡기고 수동적으로 살다보면 삶은 너무 허무해질 것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또 지난 일 년동안 영화 공부를 하면서 시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봤다. 전에는 어떻게 하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까에 대해 고민했다면 최근에는 나를 향한 질문이 조금은 달라졌음을 느낀다. 어떻게 하면 시간과 능동적으로 소통할 수 있을까? 즉 어떻게 사는 것이 시간을 즐기는 것일까 계속 질문한다.

올 봄 나를 매료시켰던 철학자 들뤼즈는 시간의 입체적 성격에 집중했다. 과거, 현재, 미래가 각자 존재하는 추상적 개념이 아닌 함께 개개인의 삶 속에서 공존하고 있다는 주장 아래,기존의 스펙트럼 기반의 직선적 시간 형상화를 발전 시켜 시간의 다면적 입체감을 표현했다. 그의 글은 너무 깊고 복잡하여 일일히 풀어내는데에 어려움이 있는데, 감히 요약하자면 우리가 시간 속에 살고 있듯이 시간도 우리 안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그저 흘러가는 시간 속의 인물이 아니라 시간을 증명하는 존재이며 인간 없이는 시간도 없다.

들뤼즈의 시간 이론을 생각해보면 우리는 충분히 능동적으로 시간과 함께 소통하며 살 수 있다. 우리가 삶의 한 시점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그 순간에 시간이 존재하며, 점이나 선이 아닌 한 공간적 의미로 시간을 이해한다면 더 주체적으로 시간과 공존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내 안에 미래와 과거가 있고 그런 내가 현재를 살아가고 있으며, 현재의 나는 곧 과거가 되어 미래를 결정한다고 생각하면 더 책임감을 가지고 시간을 살아갈 수 있다.

시간은 흘러왔고 앞으로도 계속 흐를 것이다.
하지만 그냥 흘려보낼 것인지, 아니면 함께 그 깊이를 느끼며 속도를 즐기며 주변 환경을 돌아보며 그 흐름과 공존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이다. 더 예민하고 날카롭게 시간을 인지하며 살고 싶다. 더 다양하고 입체적으로 시간을 즐기고 싶다. 나에게 주어진 내 시간과 최대한 아름다운 관계를 맺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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