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를 감동시킨 적이 있었더냐?
너는 나를 감동시킨 적이 있었더냐?
  • 성광일보
  • 승인 2021.06.29 13: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란교/논설위원

‘잠간만요!’, ‘예?’, ‘혹시 이거 당신이 흘리신 거죠?’, ‘뭘요?’ ‘당신은 지금 매력을 다 흘리고 다니잖아요!!’. 미소를 품은 화려한 색깔의 꽃이 보기에 더 좋은 것처럼, 말에도 아름다운 색깔을 입히면 더욱 매력적으로 들린다. ‘나 몇 살처럼 보여?’ 하고 물으면 50세로 보여도 ‘40대 초반’이라 하면 상대의 기분이 좋을 텐데 꼭 ‘60대는 넘어 보이네’라고 말한다. 젊게 보인다는 소릴 기대하고 있는 상대에게 기어코 염장을 지른다. 그러면서 난 사실대로 말했고 정직하게 말했는데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닌데 듣고 나면 왠지 기분이 별로다. 상대가 듣기 좋은 말을 한다고 돈이 더 들지도 않을 텐데 말이다.

보통의 부모들은 자녀들을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자녀들은 부모들이 하는 말에 상처를 꽤 많이 받는다고 한다. 사랑한다면서 상처를 주는 이유는 뭘까요? 사랑을 느끼는 언어와 사랑의 전달 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교과서에만 적혀 있는 사랑의 언어로 말을 한다면 그 사랑의 의미가 내가 생각한 것처럼 곧이곧대로 전달되는 건 아니다.

소리가 무엇엔가 부딪쳐 되울려 나오는 현상을 ‘울림’이라 말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울림이 생기려면 상대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그러려면 상대의 마음을 먼저 움직여야 한다. 자신만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는 생각을 고집하지 않고, 상대의 관점과 생각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그것에 맞추려 노력할 때 상대에게서 울림이 올 것이다. 내가 하는 말이 상대를 웃게 할 수 있을까? 그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말을 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며 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능숙하게는 못해도 감동을 줄 수 있는 말을 할 줄 알고, 잘 쓰지는 못해도 감동을 주는 글을 잘 쓰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아름다운 말로 감동을 준 적이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본다.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고 감동을 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그들의 마음을 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칭찬에 감동을 입히고, 마음의 귀를 활짝 열다 보면 큰 울림이 있을 것이다. 공감하는 순간에 감동이 찾아온다. 당신은 감동의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는가? 모조품 같은 짝퉁 감동이나 보여주기식 거짓 감동이 아닌 살아서 펄떡펄떡 뛰고 있는 그 감동 말이다.

상대에게 음식을 꼭 먹게 하고 싶을 때 ‘밥 먹을래? 안 먹을래?’ 보다 ‘밥 먹을래? 빵 먹을래?’라고 물어라.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필요할 땐 ‘나, 사랑해 안 사랑해?’ 보다 ‘하늘만큼 사랑해 땅만큼 사랑해?’라고 물어라. 돌아오는 대답은 하늘과 땅 만큼 차이가 크다. 부정이 포함된 질문에는 부정의 답이 먼저 나오는 듯하다. 그러니 더 많은 긍정의 선택지를 준다면 우리는 긍정의 대답을 더 많이 들을 수 있게 된다. 일상에서 긍정의 말로 감사와 감동이 끊이지 않도록 감동했던 말을 떠올리면서 생각 근육을 더 단단하게 묶어보자.

‘생일 축하해 태어나줘서 고마워’, ‘너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책에 나오는 한 구절 같다‘, ’괜찮아 네 잘못 아니야‘, ’너는 충분히 소중해‘, ’너의 한순간 한순간이 다 소중하고 예뻐‘, ’우리 오래오래 예쁘게 웃는 모습 보자‘, ’매일매일 행복했으면 좋겠어‘, ’너 지금까지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 해낼 거야‘, ’누군가에게 기운을 북돋워 주는 느낌? 너한텐 그런 게 있어’, ‘너의 생각과 행동을 믿는다’, ‘너는 언제나 나에게는 1번이야’, ‘나는 언제나 네 편이야’ 등등, 이런 감동의 말을 언제 들어보았는지요?

부부가 다투면서 ‘당신은 똑 부러지게 잘하는 게 뭐 있어?’, ‘내가 잘한 것 딱 하나 있지’, ‘도대체 그게 뭔데?’, ‘당신과 결혼한 것’. 이래도 상대를 계속 흉보며 무시할까요? 애정표현을 안 하면 하게 만들어야 한다. 안 하면 억지로라도 하게 만들어야 한다. 정말 하기 싫은데도 인심 쓰는 척 한번 해보면 신기하게도 그것을 할 수 있게 된다. 시작이 반이라고 어색함이 크게 줄어든다. ‘너희는 언제나 소금으로 맛을 내는 것같이 은혜롭게 말을 하여라. 그러면 너희가 각 사람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게 될 것이다.’(골 4:6)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특별시 광진구 용마산로128 원방빌딩 501호(중곡동)
  • 대표전화 : 02-2294-7322
  • 팩스 : 02-2294-732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연
  • 법인명 : 성광미디어(주)
  • 제호 : 성광일보
  • 등록번호 : 서울 아 01336
  • 등록일 : 2010-09-01
  • 창간일 : 2010-10-12
  • 회장 : 조연만
  • 발행인 : 이원주
  • 자매지 : 성동신문·광진투데이·서울로컬뉴스
  • 통신판매 등록 : 제2018-서울광진-1174호
  • 계좌번호 : 우체국 : 012435-02-473036 예금주 이원주
  • 기사제보: sgilbo@naver.com
  • 성광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성광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gilbo@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