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내 사랑 갈비뼈
[수필]내 사랑 갈비뼈
  • 성광일보
  • 승인 2021.07.1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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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

내 사랑 갈비뼈

꽃비를 앞세운 푸른 길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렸다
정겨운 안방에도
꺼지지 않은 파아란 불이 켜졌다.

노랑나비 빨강나비 훨훨 춤추고
여우비에 무지개가 다리를 놓으면
내 사랑 갈비뼈도
함박꽃을 활짝 피운다.

이 시는 요즘 아내가 활짝 웃는 모습이 아름다워 쓴 것입니다.

이종수

무서운 치매

치매 환자 본인도 아프고 괴롭겠지만 간호하는 사람은 더 힘이 들고 보는 내내 딱하고 마음이 괴로워 신경이 날카로워 질 때가 많다.
아기처럼 다루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자꾸만 옛날 생각이 나 말과 행동이 앞서게 된다.
왜 이런 병이 걸리게 되었을까.

자꾸만 생각은 깊어지고 내 죄가 많아 벌을 받는 것이 아닐까 지난날을 돌아보게 된다.
오늘도 아내를 케어센터에 보내고 조용히 앉아서 과거를 되돌아보았습니다.
지금 이 시간은, 지난 날 내가 아파서 사경을 헤맬 때 아내가 내 옆을 지키며 얼마나 많이 수고하고 힘들었는지를 깨닫게 하는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또 가난에 시달리고 삶의 고통과 비참함에 얼마나 힘들게 살아 왔는지를 회상하니 가슴이 너무 아프고 고생만 시킨 아내에게 미안하기만 합니다.  

가난과 고통, 아픔을 이제 겨우 비켜가나 했는데 또 다른 고난이 와서 우릴 괴롭히고 있습니다.
교회 권사의 직분으로 타인을 위해 봉사와 심방, 교정활동을 수십 년 간 성실하게 잘 해오던, 삶의 어려움을 헤치며 아름답고 성실하고 착하던 나의 아내는 한순간에 아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처음에는 증상이 크지 않았으나 야속하게도 치매 증상은 심해져 이제는 아내가 하던 모든 것을 내가 해야만 합니다. 밥도 하고 빨래도 하고 모든 집안일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등산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던 아내는 이제는 걷기도 싫어하고 짜증만 냈니다. 집안일 하는 제 옆에서 아내는 온종일 나만 괴롭히며 옆에 붙어 앉아 아기처럼 보챕니다. 나는 이런 아내의 행동에 익숙치 않아서 무척 당황하고 힘이 들고 괴롭습니다.

또 어떤 때는 하루에도 수없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 해서 그런 아내를 제어하기 힘들게 되자 문에 잠금장치를 하여 밖에 못나가게 하였지만 그래도 나간다고 떼를 쓰면 그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나도 속상하여 같이 붙잡고 울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 가끔 밖에 데리고 나가면 걸음이 얼마나 빠른지 따라 갈 수도 없습니다.

하루는 내가 지쳐서 따라갈 수 없어 뒤처지게 되었을 때 나는 그만 아내를 놓친 적도 있어서 순찰차가 와서 찾아주기도 했습니다. 가슴 철렁했던 마음을 간신히 쓸어 내린 적도 얼마나 많았는지... ...
밤이 되면 아내는 잠도 안자고 밤새도록 방벽을 쥐어뜯고 옷을 쥐어뜯으며 울부짖어 저도 함께 뜬눈으로 지새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하늘은 도대체 왜 이런 시련을 주는 것일까요? 

치매가 두렵고 환자를 돌보기가 너무너무 힘이 들어 순간순간 이 힘든 삶을 끝내고 싶다는 나쁜 마음을 가질 때도 있었습니다.
차마 그럴 수 없는 이유였던 옆에 있는 아픈 아내를 쳐다보며 '저에게 힘을 주세요. 하나님' 께 큰소리로 기도이며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도 드렸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렇게 사랑으로 보듬고 참고 견디며 아내를 간호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우연히 알게 된 광진구치매안심센터의 많은 프로그램과 정보는 도움과 의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계속 반복된 생활은 늙은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찼습니다. 할 수 없이 자식들과 상의해서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접수하였고, 노인장기요양보험 3등급으로 데이케어센터에 보내게 되었습니다. 데이케어센터에서는 아침 8시30분에 아내를 데리고 가고 저녁 7시 30분에 모셔다 줍니다. 낮에만 케어해 주셔도 너무 감사했습니다.

이제 광진구치매안심센터의 도움으로 기저귀와 일회용 매트를 지원 받아 아침이면 저와 딸 둘이 합심하여 정성껏 기저귀를 갈아 채우고 세수를 시키고 옷을 입히고 밥을 떠서 먹여주며 아기처럼 모시며 살고 있습니다. 
기저귀를 가는 것도 혼자서는 하지 못하고 세 사람이 합동을 해서 갈아야 합니다. 한사람은 왼쪽 팔을 또 한사람은 오른쪽 팔을 붙잡고 한사람은 기저귀를 갈아 채우고 상상도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손톱 발톱을 깎을 때도 세 사람이 힘을 합해야 깎을 수 있습니다. 요즘은 아내가 기력이 약해지는지 얼굴은 더 깊이 골이 파이고 몸은 뼈가 드러나고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여 부축하여 다니고 있습니다. 
보기에 안타까워 가슴이 너무나 아픕니다. 또 밥맛이 없는 지 잘 먹지 않아서 쑥떡 인절미와 케익으로 입맛을 돋우고, 알약도 먹지 못하여 분쇄기로 갈아서 꿀에 타 먹이고 있습니다. 

목욕을 시키려면 딸 둘이 양쪽에서 한쪽씩 팔을 붙잡고 내 무릎위에 앉히면 셋째 딸이 몸을 씻깁니다. 말하자면 네 사람의 합동 작전이지요.
그래도 이따금씩 이렇게 딸들과 힘을 합하여 보살피고 나면 힘이 들기도 하고 이 상황이 가슴 아파 서로 붙잡고 울기도 합니다. 내 가족이 막상 치매환자가 되니 얼마나 두렵고 힘들고 가슴 아픈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야 겨우 나도 한숨을 돌리고 내 시간을 갖게 되어 아내와 자식들에 대한 시도 쓰고 문학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내도 케어센터에서 잘 적응하고 훨씬 편해진 거 같아 내 마음도 훨씬 가벼워졌습니다.

그 기운은 내 소중한 세 딸에게도 전해 졌고 딸들과 나는 아내를 위해서라도 집안 분위기를 밝게 하려 애씁니다. 아기가 되어버린 아내보다 우리가 먼저 지치면 안되니까요. 그래서 서로 격려하고 기도하며 극복해 가고 있습니다.
설사 여러분에게도 저와 같이 치매환자의 보호자가 되는 일이 생기시더라도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시고 미리 치매에 대해 공부를 하여 잘 대처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함께 극복해갈 수 있습니다.
부족한 수기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광진구 정책에세이 공모전 우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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