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자유로운 상상과 생각
[수필] 자유로운 상상과 생각
  • 성광일보
  • 승인 2021.08.0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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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우

오랜만에 시골 고향 찾아 옛날 사랑방같이 정감은 없어도 친근감이 있는 공회당에서 옛 친구와 젊은 사람 10여 명이 모인 자리다. 
글 쓴다는 존재의 값어치를 나름대로 이런 기회에 과시해 보고자 “자유로운 상상과 생각”이란 제목으로 강의 아닌 이야기를 해보았다. 이럴 때 나는 글을 쓴다는 보람을 가져본다.  
초속 30만km 빛의 속도로 900억 년을 가도 끝을 볼 수 없는 우주(宇宙)라 할지라도 인간의 생각 속에 있다. 사람은 깊고 높고 넓게 생각하며 상상할 수 있는 동물이다. 
그러기에 글로서 다양한 결과물을 낳는다. 지식인 이거나 배우지 못한 사람이라 해도 생각으로 하여 상상할 줄 알고 있다. 

착각은 자유라 하지만, 그 착각을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으며 때로는 엉뚱하고 생뚱맞게 말해도 그 속에 깊은 여러 갈래의 길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상상(想像)이란 예를 들어 “이번에 좋은 혼처가 있으니 맞선 한번 보아라.”할 때 그녀의 모습을 아직 못 보았기에 상상하게 된다. 

올바른 생각이 깊으면 연구가 되지만, 생각은 자유롭게 마음대로 하는 것으로 내가 대통령도 되어보고 장관 노릇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허상(虛想)적인 생각은 공상(空想)이 되는 것이다. 
내가 쓰는 글이나 말로서 상상 할 수 있는 씨앗을 주거나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꼭 잘 쓴 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사소함 속에서도 나올 수 있는 것이며 보는 이의 느낌이나 감성, 생각하고 받아들이기에 따라 저마다 다르다. 
글 쓸 수 있는 씨앗은 하느님이 주신 것으로 너무도 많은 다양한 장르별로 우리의 생활에 접목하여 재미로 즐기고 또는 먼 곳 기행으로 표현하지만, 무엇보다도 수준 높은 삶 속의 관조미(觀照美)에 심상(心想)을 기울인다. 

빙그레 웃는 모나리자를 생각해보고, 슬픔은 가림 막을 치고, 깊은 사랑에 빠져 상처도 받고 행복해하기도 한다. 반면 꿈 많은 사춘기 시절 미지(未知)의 세계를 상상해보기도 한다. 상상의 작품으로 국가 경제를 살리고 있는 영국의 해리 포터. 
우리나라의 드라마 수출, 모두는 상상에서 나오는 문학의 가치다. 내 시집을 한 권 받아 읽고 많은 도움으로 여러 편의 시를 썼다는 어느 대학교수의 인사말이 생각난다. 

시집 속에 시를 쓸 수 있는 꼬투리를 찾아 자기 것으로 만든 것이다. 표절이나 도용, 또는 흉내 내지 않고도 얼마든지 자기의 생뚱맞은 생각으로 본뜻을 보고 마음껏 받아들여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스피드 시대다. 독자들은 지금까지 많은 것을 싫증나게 보고 배워 왔기에 미사여구로 장식하거나 사전을 옆에 놓고 찾아 봐가며 읽어야 하는 지식자랑이나 하는 어렵게 꾸며 쓴 글보다 진솔하고 솔직히 표현해 많은 생각을 하게하고 폭넓은 상상을 할 수 있는 내용 있는 글을 선호(選好)할 수도 있다. 

여기에 상상과 생각으로 하나의 대화의 본질을 풍부하고 생각해볼 자료를 보여준다. 
때는 저 옛날 수나라 때인지 당나라 때인지는 몰라도 하여간 중국 그쪽 나라에서 세작 또는 간자라 하는(간첩) 사람이 우리나라에 잠입했다.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장마기가 있고 더위가 있어 봄이나 가을에 많이 침투시키는데 봄에는 춘궁기라 가을에 주로 보냈었다고 한다. 
그 세작이 들어와 날이 저물어 어느 시골집을 찾아 하룻밤을 재워주기를 간청한다. 우리나라 말을 못 하여 언어 장애인 행세로 손짓과 발짓을 통하여 그 집 머슴방에서 자고 갈 것을 허락받고 사랑방에 들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 머슴과 대화로 정탐하려는 뜻이 있으나 말이 통하지 못해 슬며시 주먹을 들어 보였다. 서로 상상하여 주고받는 대화로 생각하고 “네가 주먹처럼 생긴 지구를 아느냐?”하는 뜻이었다. 

세작으로 남의 나라에 침투시킬 사람이라면 그래도 그 나라에서는 지식인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 있는 사람은 일자무식 머슴살이하는 사람이다. 난데없이 주먹을 들어 보이니 언 듯 속으로 생각나기를 너 주먹 같은 인절미 먹을 줄 아느냐? 묻는 것으로 상상하고, 양팔을 둥글게 벌려 시루를 표현하며 '마음속으로 주먹 같은 인절미뿐 아니라 이렇게 둥근 시루떡도 아주 잘 먹는다'. 하며 비웃는 듯 웃었다. 

저놈 봐라, 지구는 이미 잘 알고 있고 넓은 우주를 표현하고 나를 비웃으며 가리키는 것을 보니 대단하구나. 시골 사는 사람이 저렇게 잘 알고 있다면 유생(儒生)이나 정치하는 사람들은 도를 텄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머슴이 잠든 사이 새벽에 출 행랑 쳐 본국으로 돌아가 그 나라 임금에게 상세히 보고하여 전쟁을 포기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그대로 그 나라에 기록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못 배운 사람의 표현이 배운 사람의 상상을 엄청나게 유발(誘發)하게 했다는 것이다. 생뚱맞은 사소한 시어 한마디가 배운 사람의 지능지수로 하여 크게 승화시킬 수 있는 씨앗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 책을 자주 보고 글을 쓰라는 것이다. 이름 있는 시인도 글 쓰는 작가도 그 씨앗 찾아 안경 쓰고 날마다 눈길 백리를 돌아다닌다고 한다.

<이혜우 프로필>
- 광진문인협회 부회장 역임
- 저서; 《마음깊은 사랑은 황혼이 없다, 아름다운 여생 노벨문학상이 보인다(전자)
- 2008서정문학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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