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만 더’....
‘2주만 더’....
  • 성광일보
  • 승인 2021.08.0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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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논설위원
 송란교/논설위원

<양치기 소년>은 이솝 우화 중 하나다. 양을 치는 소년이 심심풀이로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거짓말을 하고 소란을 일으켰다. 그 동네의 어른들은 소년의 거짓말에 속아 무기를 갖고 달려왔으나 헛수고로 끝났다. 양치기 소년은 이런 거짓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늑대가 나타나자 양치기 소년은 그 소식을 다급하게 알렸다. 그러나 어른들은 양치기 소년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았고, 아무도 그를 도우러 가지 않았다. 끝내 양치기 소년의 모든 양이 늑대에 의해 잡아 먹혔다는 이야기다. 진실하지 않은 말을 쏟아내면, 처음에는 사실인 듯 들리지만 조금 지나면 그 말들이 모두 거짓이거나 믿을 수 없는 것이 되고 만다. 그러고 나면 그가 진실을 말하여도 결코 믿지 못한다. 그 사람이 사실을 사실이라 말하고 진실을 진실이라 말한다고 하여도 다른 사람이 믿지 않으면 사실이 거짓으로 변하고 진실이 위선으로 둔갑(遁甲)을 한다. 백(白)이 흑(黑)으로 변하는 것은 한순간에 발생한다.

‘2주만 더’를 외치기 시작한 지 20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2주만 더’를 더는 듣고 싶지 않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이제는 ‘짧고 굵게’라는 말을 하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길고 얇게’를 강조했다면 이런 실망이나 불신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2주만 더’를 믿고서 다른 스케쥴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면 실망이라는 덤터기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혹여 계약금이라도 지급했다면 계약금 또는 그 두 배를 위약금으로 물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계약을 서두른 사람들에게는 희망이 절망이 되고 약속이 거짓이 되고 계약금이 위약금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숨만 깊어가고 원망 소리만 길어진다. 손에 잡힌 물고기를 자칫 잘못하여 놓쳐버리면 허전하기 그지없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내 손안에 들어오기 전에는 아까운 마음이 없었는데 나의 것이 되었다가 사라지면 아쉽고 아깝다는 생각이 더 크게 다가온다. 그래서 점점 마음이 비어간다.

2주는 24절기 중 한 절기에 상당하는 긴 시간이다. 코로나 19를 극복하기 위해 ‘2주만 더’를 외치다 이제는 ‘굵고 짧게’를 외친다. 더 센 방법을 찾아내야겠다고 한다. 스스로 최고의 방역수준 단계라고 주장한 지 엊그제 일이다. 그런데 국민을 통제하는 더 강력한 방법을 찾는다고 한다. 어떤 방법으로 국민의 자유로운 생활을 제약할지 두렵고 궁금하다.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반항심이 끓어 오른다. 짜증이 온몸을 휘감는다. 젓가락이 반찬 투정을 심하게 한다.

어린아이에게 먹을 것을 주었다 빼앗아 보라. 고사리 같은 손으로 꽉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는 것을 강제로 빼앗으면 울지 않고 배기겠는가? 빼앗기지 않겠다는 어린아이에게 더 달콤한 사탕을 주겠다고 사탕 발림 한다 한들 울음이 그치겠는가? 배고파 우는 아이에게는 젖을 물리면 그만이다. 그런데 ‘2주만 더 2주만 더‘를 외치면 우는 아이도 울음을 그친다고 한다.??? 이제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 세금보다 더 무서운 것은 ‘2주만 더’라는 말인가 보다. ‘2주만 더’는 국민을 달래는 마스터키인가? 국민의 소원을 풀어주는 램프의 요정인가?

일상을 힘들게 하는 데 무더위도 한몫한다. 고장 난 에어컨 수리하려 하니 이곳에서도 ‘2주만 더’ 기다리라 한다. 일상생활에서도 ‘2주만 더’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찔하다. 온몸이 땀띠투성이다. 흡사 긁어낸 땀띠가 모래밭을 뒹굴다 나온 모양새다. 닭살이 여기저기 돋아 손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정도로 바쁘다. 예전에는 새벽 두 시가 되면 기온이 조금 내려가는 것이 상식이었는데 ‘2주만 더’가 유행한 이후로는 날씨도 제정신이 아닌 듯 기온이 더 치솟는다. 잠을 이룰 수 없다. 이제는 얼굴이 노랗게 뜬다. 다이어트가 무슨 말인가 싶다.

한 달 꼬박 일하고 일한 품삯 달라고 하니 ‘2주만 더’ 기다리라 한다. ‘2주만 더’ 기다리다 굶어 죽게 생겼다. 이러다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결과가 궁금해서 죽기 살기로 ‘2주만 더’ 견뎌보기로 한다. 반듯하게 앉아서 오는 손님을 맞아야 하는 의자도 비스듬히 드러눕고 있다. 얽히고설킨 자세로 드러누운 의자, 쇠사슬에 묶이고 굵은 밧줄에 묶인 채 ‘2주만 더’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내 인생도 저렇게 드러눕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2주만 더’라는 말, 이제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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