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업이 만난 사람] 글로벌인성학교 장병호, 박현숙
[원동업이 만난 사람] 글로벌인성학교 장병호, 박현숙
  • 원동업 기자
  • 승인 2021.08.10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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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긴 공부! 왜 아이들은 반짝반짝 눈을 빛냈을까?
왕십리2동 주민자치회 글로벌인성학교 “서로의 열의가 서로를 끌었다”

아이들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다섯 번은 오프라인에서 만나고, 다섯 번은 코로나 때문에 줌으로 화상수업을 해야했지만, 아이들은 빠지지도 않았고, 집에서 더 긴 시간 숙제도 스스로 했다. 수업내용은 4차산업혁명과 드론의 시대, 뇌과학, 그림동화 제작과정 그리고 영어문화탐방. 정신을 바짝 차리고 따라가야 하는 내용.

아이들의 열의에 앞에 있는 강사 선생님도 바짝 수업을 챙기고 아이들을 살폈다. 무슨무슨 강남의 학원에서 비싼 과외비를 내면서 행해진 학원 수업이 아니다. 초등학교 3학년에서 6학년까지의 아이들 열 명과 네 명의 강사 그리고 자원봉사자 언니 오빠들이 함께 왕십리2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지난 두어 달간 벌인 일이다.

이 교육 과정의 이름은 글로벌인성학교(Global Insung School). 성동구 왕십리2동(동장 최현복) 주민자치회 감사 박현숙과 강사로 참여한 장병호, 그리고 이를 지원한 주민자치회 간사 박종상 님을 만났다.

박현숙 님은 이 교육과정의 기획과 진행을 맡았고, 장병호 님은 현직 삼성SDS에서의 근무 경험을 녹여 드론 제작 과정을 직접 진행했고, 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기업가 정신 고취와 진로 탐색에 대한 열의를 불붙였다. 박종상 간사는 주민자치센터와 함께 교육 전반을 지원했다.

왕십리2동 주민자치회에서는 글로벌인성학교를 운영했다. 작은 곳에서 큰 일이 벌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것. 왼쪽부터 간사 박종상, 기획진행자인 박현숙, 강의를 맡은 장병호 님
왕십리2동 주민자치회에서는 글로벌인성학교를 운영했다. 작은 곳에서 큰 일이 벌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것. 왼쪽부터 간사 박종상, 기획진행자인 박현숙, 강의를 맡은 장병호 님

- 글로벌인성학교가 왕십리 주민자치센터에서 진행된 배경을 말해주신다면.

“주민자치회는 마을의제를 진행해요. 동단위 사업과 주민세 사업이죠. 주민자치센터 운영분과는 지난해 의제로 선정된 글로벌인성학교를 주민세 사업으로 진행한 것이고, 2기를 잇고, 다음해에도 지속해 진행해 갑니다.” - 박종상 간사

- 박현숙 님이 이 내용을 제안하고 기획하고 진행까지 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꽤 오랜 동안 신당초의 학교운영위 위원장이었어요. 당시 비슷한 개념의 프로그램을 돌렸죠. 당시 구청장님이나 군의 장교, 대학교수, 의사 같은 전문가분들을 섭외해서 학생들에게 제공했죠. 학교와 마을이 함께 협력해 성과도 꽤 나왔어요. 무슨 사립초등학교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엄마들 호응도 굉장히 컸고요. 아이가 자라고 저도 그곳을 떠나면서도 그 프로그램만은 송파구나 기타 장소 등에서도 운영했었는데, 제가 여기 주민자치회 일원이 되면서 다시 기획하고 진행해 본 거죠. 무학초등학교 변부경 교장선생님도 마을과 함께 학교 교육이 이뤄지는 데 대단히 높은 관심을 갖고 계시거든요. 주민자치회에 참여하라는 제안을 교장선생님이 하신 거니까.” - 박현숙

- 1기 글로벌인성학교는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었습니까?

“지난 5월 29일부터 7월 31일까지 진행됐어요. 하루 3시간반씩 주당 2강씩 하고, 10주간 수업만 총 17강이 벌어졌어요. 잉글리쉬 어드벤처는 다른 나라의 문화에 영어로 접근하는 수업이었고, 제가 드론 수업과 4차산업혁명의 시대를 주제로 이끌어갔어요. 동화책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직접 차근차근 책을 내 봤고, 포토북으로 결과문을 냈죠. 한양대 동물실험연구실 연구원생 강사께서는 뇌과학 수업을 했고요. 모형과 현민경을 썼어요. 영어 수업에선 퀴즈를 낼 때, 직접 사이트에 들어가 풀도록 하거나 게임을 활용했고. 일종의 경영수업도 했어요. 카카오 김범수 회장이나 마화팅 같은 경영인의 성공과 코닥의 실패 사례를 들면서 토론을 진행했죠. 우리들이 더 훈련되면, 스스로 조사하고 발표도 하게 될 테지만, 현재는 영상을 찾아 함께 보면서 토론 주제에 접근했어요.” - 장병호

누구든 어디서든 최상의 교육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칸 아카데미>는 창립자 살만 칸의 비전이 스며있다. 그는 현재의 발전된 IT기술을 활용하면 개념의 부족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 하나하나를 돌봐줄 수 있다고 본다. 이전에는 학생 하나하나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 알기 어려웠는지 알기 어려웠고, 최고의 선생님들은 한정된 공간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인터넷이 있지 않은가? 이를 통해 현대의 모든 이들이 문맹을 떨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왕십리2동 주민자치회의 문제의식과 비전은 무엇이었을까?

“요즘 아이들에게 꿈이 뭐야? 그러면 ‘몰라요!’ 그러죠. 우리 세대에도 그랬던 거 같아요. 다만 우리 시대엔 잘 몰라서 그랬다면, 지금은 너무나 많은 정보들 때문에 혼란스러운 측면도 있어요. 아쉬운 점은 중학생 과정이에요. 초등학교 때는 이것저것 배웁니다. 고교때는 입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말이죠. 드론을 할 때, 조립해 띄우는 게 다가 아닌 걸 보여줬죠. 그 기술의 기초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고, 대학의 어느 과정서 이를 자세하게 배울 수 있는지도 얘기해 줬죠. 그럼 아이들이 스스로 여러 생각들을 하더라고요. ‘최고의 자리까지 가보자’, 그렇게 보태는 거죠.”
- 장병호

“첫째 아이 때는 학원을 거의 다 돌린 거 같아요. 고등학교 때, 아이가 이렇게는 못하겠다고 해 유학을 갔죠. 공부하던 습관 같은 게 있어서 성실하고 독하게 공부했지만, 저도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지식과 체험이 아이들에게 필요하지만, 주입식이나 강제는 아닌 거죠. 이전에 인성학교 초기 단계에선 미국 가서 그랜드 캐년 같은 대자연도 보고, 캐나다 같은 곳에선 로키 산맥 투어를 했어요. 그곳에서 홈스테이를 하면서요. 그게 모두 마을 안에서 만난 분들이 있어서 가능했어요. 도와주신 모든 분들이 너무 감사하죠. 아이들에게 늘 이야기해 줘요. 우리는 사회 안에 있고 거기서 자라다고.” - 박현숙

글로벌인성학교는 이곳 왕십리2동에만 있는 활동은 아니다. 마장동엔 ‘직업을말해줘’가 있고, 행당동에도 금호동에도 옥수동에도 그 외 많은 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신문을 만들 고 자원봉사를 함께한다. 마을에서 아이들이 꼬물꼬물 작은 일들을 스스로 할 수 있다면 그들은 세상에서 큰 일을 해낼 것이다. 아이들이 열심을 낸 건, 수업을 준비한 대학생 유진 선생님의 재기발랄함, 아재 장병호 선생님의 전문성과 완숙함이었다. 열의는 어디로든 번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작은 아이들의 일을 돕는 그 일은, 어른들이 해야할 큰 일일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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