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애/시인, 성동문협 회원
메갈로케로스 (Megaloceros)
곽영애
병원에 입원하고 나올 때마다 나를 잃어버렸습니다
처음 병실을 나설 때 걸음을 잃어버렸습니다
땅이 흔들리고 있다는 걸 그때 비로소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입원실을 나오던 날
쏟아지는 비의 감각을 잃어버렸습니다
비에 흠뻑 젖은 낙엽에도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걸
그날에야 볼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병원 문을 닫고 나선
나지막한 저녁
머리에 솟아난 뿔 하나가 잿더미에 떨어졌습니다
하늘이 새파랗게 질렸다는 것을 그 순간 겨우겨우 알았습니다
나를 잃어버릴 때마다 별과 달 사이로 흐르는
종족의 비애가
서슬 퍼런 풍경소리에 포효하고 있습니다
※그리스어) 큰뿔사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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