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신문 창간20주년, 성동문화원과 함께 하는 사진으로 보는 성동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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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광일보
  • 승인 2021.08.1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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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의례

의례는 출생에서부터 사망까지, 출생부터 죽음까지, 생의 중요고비마다 인간들이 치르는 문화 현상을 말합니다. 
아이를 갖기 전에 부모는 몸을 정갈히 하고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날을 정하고 일을 조정합니다. 아이를 가지면 험한 소리와 생각에 접하지 않으며, 탄생의 날에는 금줄을 두르고 숯과 고추를 함께 엮어 부정한 것을 멀리 합니다. 스무하루를 바깥출입하지 않고 몸을 되살립니다.

그리고 백일이면 함께 축하하고 첫돌에는 떡을 해 돌리며, 아이의 장차 삶을 예측해 보는 돌잡이를 합니다. 
관혼상제라 해서 열다섯이면 성년식을 하고, 이후 사주단자를 나누고 약혼과 혼례를 치룹니다. 

죽은 이를 보내는 장례를 치룬 뒤에 그를 기억하는 제사까지…. 그렇게 개인과 개인이, 가족과 가족이 만나 더 큰 가족과 연결된 삶의 여정은 물결처럼 이어집니다. 우리는 생과 사의 중간 다리를 건너가고 있습니다. 
이 의례들은 우리가 시시때때로 나누고 생각하기를 멈추지 말 화두를 던져줍니다.

사진1 : 최화영 제공 / 1970년대 / 백일 그리고 돌로 삶을 시작하다

사진1에서 아이는 백일엔 앉았고, 돌에는 섰습니다. 의자를 담요로 두르니 멋진 사진용 스튜디오 의자가 완성됩니다. 아이는 이제 생의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사진2는 결혼식 전에 집 대청에 모신 아버님께 인사드리는 장면입니다. 당시엔 돌아가신 아버지 신위를 모시고 매일 상식을 올리고 곡도 하였다 합니다. 요즘 시대엔 제사를 모아 지내거나 차례를 생략하는 집안도 여럿이니 의례의 바깥 모습은 변하고 또 달라지는 줄 알겠습니다. 행하는 뜻만은 없어져서도 변해서도 안 되겠지요. 

사진3은 사근동입니다. 집에서 치루어진 혼례풍경입니다. 뒤로 보이는 자수병풍에는 온갖 귀한 보물이 가득합니다. 꽃이 없는 시절에 가져온 동백나무엔 종이꽃으로 만들어진 동백이 풍성하게 피었습니다. 거기 기원이 있습니다. 소박한 식장에 잔뜩 긴장한 선남선녀 의 백년해로를 비는 꿈. 

사진4는 1954년, 전쟁이 끝난 후의 풍경입니다. 각각의 신랑과 신부 옆에는 친구들이 들러리로 둘씩 섰습니다. 평생에 한번 입어보는 턱시도를 입은 남자들과 한복으로 예복을 맞춘 신부가 주례 선생님 앞에 서있습니다. 화동들은 웨딩마치를 할 때, 꽃가루를 뿌리며 앞장을 서서 예비부부를 안내할 것입니다. 서양예식을 따랐는데, 역시나 꽃길을 걸으라는 뜻입니다. 

사진5에는 동서 둘의 나들이를 담았습니다. 풍성하게 부푼 저 한복에는 벌써 새 생명이 자라고 있습니다. 음식점(반점)과 가방을 든 아이와 상자채 쌓아둔 주류 등 거리의 풍경은 바뀌지만, 결혼과 피로 맺어져 이어지는 가족의 이야기는 인간의 삶 자체입니다. 

사진6은 응봉동 풍경입니다. 비치는 햇살은 볏가리에, 초가집에 따스함을 내립니다. 친정어머니 생신상을 잘 차려내고, 여인들이 앉았습니다. 하루하루 변함없이 흘러가는 생존의 삶에서 의례는 인간다움의 한 풍경입니다. 인간만이 의례를 갖추니까요.  

사진7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상을 받아 앉았고, 남정네들이 둘렀고, 여인네들은 아이들을 안았습니다. 아이들을 다섯쯤은 예사로 낳던 시절입니다.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많은 그때, 아이들은 언제나 집의 가장 큰 보물이었습니다. 환하게 웃는 저 아이들은 초가집으로부터 화성에 인간을 보내는 현시대까지 현기증 나는 시대의 변화를 평생 지켜볼 것입니다.  

사진8에서 상여는 뚝섬 제방을 통과할 것입니다. 이곳 토끼굴을 지나 한강을 건너 멀리 봉은사까지 운구할 터입니다.

사진9는 제사를 허용하고 있는 한국 카톨릭 행당동 성당의 장례미사 풍경입니다. 

사진10은 죽은 이를 다시 기억하며 49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안정사 풍경 바깥으로 아마도 무학봉 언저리가 보입니다. 비탈 가득한 저 집들에서는 삶의 풍경이 한창일 것입니다. 우리 시대의 의례는 무엇입니까? 그 의례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합니까? 각자의 의례를, 각 집안의 의례를, 우리 마을과 우리 사회의 의례를 다시 세워보는 시간을 내보면 어떨른지요. 
원동업 성수동쓰다 편집장<iskarma@daum.net> 
 

▲사진2:  한경자 제공 / 1979년경 / 결혼식 전 제를 올리다
▲사진4: 이정숙 제공 / 1954년 / 들러리와 화동이 있는 결혼식
▲사진5:  고맹자 제공 / 1970년대 / 결혼식 후 회갑집
▲사진6 정종금 제공 / 1968년경 / 응봉동, 생신상을 친정엄마에게
▲사진7: 김옥선 제공 / 1960년초 / 회갑잔치의 가족들
▲사진8: 이정숙 제공 / 1965년경 / 성수동, 님 물을 건너가시네
▲사진9: 이숙자 제공 / 1976년경 / 행당동 천주교 장례미사
▲사진10: 전길영 제공 / 1970년경 / 안정사에서 49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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