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청계산 산행
[수필] 청계산 산행
  • 성광일보
  • 승인 2021.09.2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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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불 김종박
수필가
성동문인협회 수필분과
한불 김종박

2020년 02월 08일(토) 청계산 산행은 경복고 45회 산우회의 339회째 산행이자 산우회장 1년 임기를 마감하는 나로서는 꽤 의미 있는 산행이기도 하다. 산행일이면 으레 하듯이 오늘도 가평군의 유명산 출발 잠실행의 07시 첫 버스를 탔다. 1시간 후 지하철 잠실역에서 내려 빵으로 조식을 해결하고 강남역에서 신분당선으로 갈아타고 청계산입구역에 09:15경 내렸다. 이은우 총무를 비롯해 하얀 마스크를 착용한 몇 산우들이 벌써 나와 있었다. 

예정 시간 09:30 돼가자 즐거운 등산인 차림으로 거의 다 모였고 좀 늦는다는 전갈의 박창서 산우는 베테랑이니 늦더라도 결국 선발주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대균산우가 도착하자 09:40 우리들 25명(계기석, 김영원, 김인중, 김종박, 김흥걸, 노대균, 문길주, 박찬진, 송영찬, 이영노, 이용희, 이은우, 이종국, 이진수, 이형렬, 임창섭, 장세명, 정도영, 정수나모, 주정서, 지천호, 최영효, 하삼주, 하욱, 한상문)은 먼저 역을 벗어나 청계산 등산로로 향했다. 전대미문의 우한 폐렴의 코로나바이러스(COVID19)도 범절 못할 맑고 신선한 공기를 흠뻑 마셔대는 그리운 청계산행이니, 거추장스런 마스크를 벗어버리는 산우들 대열에 나도 자연스레 동참했다. 우리 산우회의 에프엠 박찬용 산행 대장이 가사로 못나와 걱정했지만 최영효 산우가 임시대장으로 자원봉사 해준데다, 청계산은 작년 10월에도 우리 산우회에서 올랐던 등 서울 주변의 익숙한 산이다. 모두들 삼삼오오 자신들의 원터골 산행 루트를 선별해 잘들 올라간다.

3년 전 '산우회의 르네상스를 꿈꾼다'는 당찬 의지를 펼친 박찬진 회장의 지명으로 내가 총무가 된 후 첫 산행으로 원주시의 미륵산으로 버스 대절 원행 산행을 가게 됐을 때, 아침 잠실역으로 격려를 나왔던 '경복45산우회'의 산 역사인 하욱 창립회장이 이번엔 나의 임기 말 산행에 빛나는 용안을 보여주니 나로선 저윽이 기쁠 수밖에. 그래서 평소 궁금한 사항인 우리 산우회의 시작 년도를 물었다. 정식으로 경복45산우회 기(旗)를 만들어 산행한 것이 1991년 10월경으로 기억된다고 뜸들이어 일러준다.  

하 부회장 등 우리 집행부는 산 밑자락에 위치한, 오늘의 총회 장소인 소담채에 들러 점심 메뉴 등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확실히 나누느라 후미 그룹에 속해 올라갔다. 며칠 전 입춘을 지나서인지 하늘은 파랗고 아직 좀 차갑지만 곳곳의 잔설(殘雪) 속에서도 산만이 지닌 참봄 내음이 은근히 느껴져 기분이 상쾌해진다. 등산전문가 박창서 산우가 어느 새 우리를 앞질러 가는 날렵한 모습이 보였다. 말하자면, 26명 모두가 자기 페이스대로의 산행이 이루어진 것이다.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는 대병마(大病魔)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을 산행을 통해 이겨내려는 사람들 때문인지 등산객이 그런대로 많았다. 우리는 몇 무리로 나뉘어 요소에 있는 산행도를 보며 안전 산행을 새기며 담소와 몇 번의 휴식도 취하면서 오르다 보니 불현듯 차가운 추위가 엄습해 왔다. 마침내 원터골입구로부터 약 2.7km 떨어진 매봉(582m) 산정에 도달했다. 우리도 다른 일행들처럼 인증샷을 찍고 한참 산과 하늘을 우러러 심호흡으로 충기한 후 하산을 했다. 좀 내려오니 이미 매봉을 다녀온 우리 산우들이 륙색을 내려놓은 채, 갈림길의 정자를 온통 점령하고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산에서 가벼운 음주로 오롯한 선인(仙人)이 되어 유유자적하는 뫼벗들 속에, 수의사 이진수 산우는 먹이 미끼로 작은 산새들을 자신의 손바닥에 모여 놓는 진기한 묘기를 선보인다. 

우리는 또다시 무리를 지어 하산을 시작했다. 음지의 잔설 위에 서 있는 커다란 가지의 앙상한 나목들이 바뀌는 계절 때문에 옷을 벗었지만 봄을 맞는 새로운 희망의 눈망울은 고이 숨긴 채 하산하는 우리들을 먼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거의 다 내려온 산자락에서 저만치 기도하는 승려들의 기이한 모습들이 보였었는데 중국의 파룬궁이라 한다. 아마도 자국의 심각한 코로나 역병(疫病)을 피해 뛰쳐나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오후 1시가 지나서 후미 그룹의 우리 집행부도 소담채로 내려왔다.
선발대 팀들이 도착해서 자리를 잡아 음식을 먹고 있었다. 한 시 반이 되자 예고한 대로 오늘의 백미인 납회 총회가 열렸다. 경자가 들어간 해는 유난히 대변고가 많았다고들 하는데, 쥐띠 해 경자년인 올해도 '경(庚)'자 탓인지 박쥐로 인한 중국의 우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밀물처럼 창궐하고 있지만 우리는 등산으로 건강을 지키자는 건배사 겸 모두(冒頭)의 인사말로 나는 좌중에 울림을 주기도 했다. 평상복의 김영근, 신언, 용희주 세 산행 불참자도 도착해 29명의 참석하여 총회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 총무가 정성을 다해 작성한 회의자료가 유인물로 배포되었는 바, 거의 원안 가결되었다. 산행기를 쓰고 있는 이 시점에선 이미 총회 결과가 홈페이지에 공지되었지만 적기(摘記) 해 보면, 1년의 회계처리 결과가 원안대로 통과되었고, 차기 집행부로 이미 결정된 하삼주 회장, 이은우 부회장, 박찬용 산행 대장에 이어 계기석 총무가 새로 선임되었으며, 아들을 결혼시키는 하 회장의 경사(慶事)로 인해 매년의 3월 시산제 시행을 이번엔 4월 시산제로 변경됐고, 동기 동창회의 지원을 받는 졸업 50주년 산행과, 350회(2021.1) 기념 산행도 버스를 대절한 하루의 원행 산행으로 예정대로 시행하기로 함과 동시에 산행 30주년 산행은 2021년 2월 총회에서 정해서 시행하기로 결정하였다. 소주와 맥주 막걸리에 노익장들의 점심 환담으로 푸짐하고 즐거운 1시간여의 총회를 가졌다. 

 총회 퇴임사에서도 밝혔었지만, 
“모든 산우들처럼 K2봉(8.611m)을 닮은 북악산 정기가 서린 K2의 배움터에서 스스로 길러진 경복애(景福愛,역지사지로 서로 배려하고 격려 화합하는 높은 자긍심과 열린 우정)의 진수를 경복 45산우회에서 저도 한껏 맛보았던 것이 무엇과도 비고할 수 없는 푸른 행복이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그러한 경복애는 지속될 겁니다. 작년 3월 저의 산우회 회장 취임 산행기에서 천명한 공약이 전부 실행되지는 못했지만 매월 15명 이상의 참가로 1년을 마무리할 수 있게 협조해주신 산우 회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또한 중국 절강성의 안탕산 해외 산행 등을 비롯해 좋은 산행을 기획하고 선도해주신 박찬용 산행 대장님, 준비성과 책임감이 몸에 밴 꼼꼼한 업무 챙기기의 달인 이은우 총무님, 매사를 폭넓고 합리적으로 이끌어 주신 하삼주 부회장님, 세분의 크신 열정과 봉사 덕분에 저의 부족함이 메꾸어 진데 대하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치밀하고 열정적인 계기석 총무가 합류하여 저의 바톤을 받은 차기 집행부가 칠순의 연령대를 감안한 산행도 새롭게 펼칠 것으로 봐 더욱 믿음직스럽고 기대 또한 크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총회를 마치고 소담채를 빠져나온 몇몇의 산우들은 막상 헤어지기가 아쉬운 듯해서 신언 산우가 안내한 뒷풀이에 평소처럼 참석하게 됐는데, 여흥의 뒷풀이는 계기석 신임 총무가 쾌척해서 그 모양세도 좋았었고, 특히 글로벌 아이(Global Eye)의 장세명 산우가 해낸 카나다의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WCT) 트레킹 담(談)은 우리에게 벅찬 감동을 주어 같은 경복 산우로서 고맙고 잔잔한 여운을 주었었지…. 산행기를 쓰는 오늘, 칠순기념으로 지난해 12월초 발간한 나의 다섯 번째 수필집 『100세 클럽 가입을 위하여 Ⅲ』의 '2050년'에서 언급한 바 있는 봉준호 감독이, '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기생충(The Parasite)'으로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개 부문 상을 영광스럽게 수상한 역사적인 날이기도 했다. 이는 문화적으로 우리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명실공히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놓는 엄청난 위업이룸이자 동시에 지구촌의 거장(巨匠) 봉준호 대감독의 탄생 쾌거로서, 그 뜨거운 현장을 TV로 직접 보게 되니 6천 년 배달겨레의 대한국인(大韓國人)의 전형상(典型像)으로 크게 다가와 엄청난 환희의 충격과 자부심이 저도 모르게 느껴지면서, 어인 일인지 위에서 언급한 경복애에 대한 공감이 더욱 진하게 일어왔었다. 

지난 1년 동안 산행을 통해 정말 행복했었다는 말씀을 산우들께 강조하면서, 우리 산우들과 더불어 여생의 계속 산행으로 그러한 푸른 행복을 이어갈 것임을 다시 한 번 짐짓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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