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번 해볼까?
나도 한번 해볼까?
  • 성광일보
  • 승인 2021.10.1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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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논설위원
송란교

이번 추석 명절에는 고향을 일찌감치 다녀온 덕분에 집에서 쉬는 시간이 길었다. 집 주변을 간단하게 산책하는 것을 제외하고 외부 출입을 자제했다. 먹고 쉬고 자고 하면서 종일 집에만 있다 보니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큰 숙제 거리였다. 

평소에는 먹거리를 스스로 준비했었는데 이번에는 그냥 제비 세끼처럼 어미가 물어다 주는 밥상 기다리듯 남이 차려주는 밥상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점심때가 다 되어도 아무 말이 없었으나 나는 아무런 재촉도 하지 않았다. 밥을 차려달라는 말도 밥을 먹자는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리니 아내가 배가 고픈지 '밥 먹을래요?'하고 묻는다. 마지 못해 '주면 먹을게'라고 대답을 했다. 이렇게 대답하고 나서 금방 후회했다. 나는 왜 먹고 싶은 것이 많이 있음에도 그것을 먹어 보자 말하지 않고 '주면 먹을게'라고 말했을까? 차려주지 않으면 끝까지 먹지 않고 버티겠다는 마음이었을까? 밥상 차려주는 사람이 기분이 좋아야 먹고 싶다는 반찬도 맛있게 할 터인데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했단 말인가? 미안한 마음이 들어 무턱대고 밥그릇 밑까지 긁어가면서 맛있게 먹었다. 미안함도 함께 마셨다. 

해달라고 말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것보다 해주면 이라는 수동적이고 피동적인 자세를 취하는 나의 삶의 태도가 내 자신을 자꾸 더 초라하게 만들고 있는지 모르겠다. 주인이 아닌 머슴으로 살아가는 게 더 익숙해진 탓일까? 

세상을 바라보면서 내가 직접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내 눈에 스치듯 보여지면 볼게? 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밖으로 나가 이곳저곳 돌아다니면 볼 것이 참 많다. 가만히 방안에만 드러누워 있으면 가을하늘의 하얀 구름이 쉬었다 가도 코스모스의 살랑거림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하얀 눈이 내리는 날 그렇게도 보고 싶던 가을 하늘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누구에게 화를 낼 것인가?

'네가 하자면 하지 하는 사람과 너는 한다면 하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세월이 한참 지나면 그 두 사람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까? 누가 더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을까? 갈수록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타인의 눈치를 보면서 타인이 하잔 대로 하고 타인에 기댄 체 타인의 삶을 살아가는데 너무나도 익숙해지고 있다. 

타인이 좋아한다고 하면 나도 무조건 좋아해야 한다고 강요받는 시대인가? 내 생각과 주장, 내 의지는 오간 데 없다. '한 번 해보자', '나도 한 번 해볼까'라는 주인의식은 자꾸 희미해진다. 나이가 어려 아무것도 모를 때야 선생님이나 어른들이 가르쳐주면 따라 하며 배우는 것이겠지만 다 자란 어른이 '네가 ~~ 한다면 나도 ~~ 할게'라고 말한다면 아직도 덜 자란 어린이란 말인가? 옳지 않은 것을 한다고 해도 따라 할 것인지 묻고 싶다. 

타인이 나를 속이려 하는데도 '네가 하면 나도 할게'라고 말하려는가? 이는 사슴을 말이라 주장해도 눈감고 동의하겠다는 것이며, 네가 나를 속인다면 내가 당당하게 속아 주겠다고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주인 노릇은 하고 싶은데 주인이 아닌 머슴의 생각으로 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세월에 당당한 주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겠는가? 주인다운 생각이 없다면 언제나 머슴의 생각에 머물게 된다. 사소한 말 습관이지만 '주면 먹을게 보다 이것 해줄까 또는 이거 먹어 보자'라는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 삶을 이끌어가는 주인이 될 수 있다. '네가 한다면 나도 ~~ 한다'라는 말보다 '내가 한다면 너도 ~~ 해라'라는 말이 더 중요하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당당하게 하고 싶다고 말하자. 그게 어렵다면 '나도 한번 해볼까'라고 말해보자.

필자는 '따뜻한 말에 마음이 머물다'라는 주제의 글을 모아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책을 출간하려고 한다. 살아 숨 쉬는 따뜻한 말은 내가 머슴이 아닌 주인, 종업원이 아닌 사장, 조연이 아닌 주연배우가 되도록 인도할 것이다. 

내가 하는 말이 내 인생을 앞서서 이끄는 것이니 인생의 성공 여부는 곧 나의 말에 달려 있다. 주인의 말을 하자. 월급을 올려 받고 싶으면 더 열심히 일하고 당당하게 올려달라고 말하자. 올려주면 받을께 라고 말하면 누가 그 월급을 올려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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