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벼락 맞는 꿈?
돈벼락 맞는 꿈?
  • 성광일보
  • 승인 2021.10.1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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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논설위원
송란교/논설위원 

남들보다 좀 더 빨리 돈 되는 정보를 알았다면 나도 대박을 낼 수 있었을 것인데, 남들보다 좀 더 일찍 투자했더라면 더 많은 땅을 확보했을 것인데, 남들보다 좀 더 많이 챙겼다면 큰소리치며 땅땅거리고 살 수 있을 것인데 하면서 잡았던 물고기 놓친 듯 씁쓸한 입맛을 다신다. 양손에 탐욕 덩어리를 넘치도록 들고서 남들보다 늦어 손해가 크다고 아쉬운 듯 신세 한탄을 한다. 그러면서 앞서간 사람들이 흘린 속 빈 정보를 붙들고 가보(家寶) 다루듯 귀하게 여기려 한다. 혹여 나한테도 돈벼락 맞는 복이 있으려나 하는 허황(虛荒)된 꿈을 꾼다.

뿌린 씨앗이 하나도 없는데 어찌하여 배부른 소출을 기다린단 말인가. 지금 당장 씨를 뿌리고 가꾼다면 내년에는 풍성한 수확이 있을 것인데, 도무지 씨를 뿌리려 하지 않는다. 빈둥빈둥 남의 눈치만 보면서 그들이 하는 행동을 질투와 시기가 넘치는 거짓 마음으로 따라 하려 한다. 땀을 흘리지 않으면서 일하는 즐거움을 어찌 느낄 수 있을까, 복권을 사지 않으면서 당첨되는 기쁨을 어찌 기대할 수 있을까, 감나무 끝에 매달린 홍시를 보면서 입만 벌리고 있으면 내 입으로 떨어진다고 믿는 모양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할 줄 모르고 남의 것만 좋아 보인다고 탐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마음에 큰 병이 든 것 같다. ‘내 것은 작고 네 것은 크게 보이는’ 비교의 악마가 나타나서 홧병을 더 크게 키운 가 보다. 나는 왜 돈복이 없는 거야 하며 자꾸 초라해지는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다.

여러 사람이 같은 정보를 한 장소에서 들어도 복이 없는 사람은 그것을 쓰레기 취급하고 복이 있는 사람은 그것을 귀하게 다룬다.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출발하는 시간과 장소가 같아도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은 제각각이다. 같은 길이라도 막히는 경우가 있고 지름길을 선택했는데도 어찌어찌하여 더 늦게 도착하기도 한다. 주변 환경의 차이는 물론 관점의 차이, 생각의 차이, 습관의 차이, 행동의 차이가 그 결과를 다르게 한다. 돈복을 손에 쥐고서 돈복이 어디 있느냐고 돈복을 잃어버렸다고 아우성친다. 핸드폰을 들고 한참 동안 통화를 하다 ‘내 핸드폰 어디 있지’ 하면서 핸드폰을 잃어버렸다고 걱정하는 꼴이다.

요즘 갑자기 돈벼락 열풍이 불고 있다. 올바른 정신으로 정직하게 사는 사람만 바보가 되어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선량한 이웃을 한순간 바보로 만들고 있다. 법을 지키며 살아가는 대다수의 정직한 사람들은 마음이 떨거지가 되어버렸다. 어디 한 구석에라도 믿는 마음 줄 곳이 없게 되어버렸다. ‘나는 왜 저런 돈복이 없는가’를 외치며 눈앞에서 스치듯 사라지는 신기루만 바라보고 있다. 스스로 작아지고 있다. 내 복이 아닌 줄 알면서도 자꾸 다른 사람의 복에 신경질적인 눈길을 쏟아붓고 있다.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나를 속이려 하는지 의심하기 전에 그 사람이 복이 있는 사람인지 꼼꼼하게 살펴보자. 잘 익은 수박을 고르려면 그 속을 알 수 없으니 수박 겉을 손등으로 두들겨 본다. 잘 익은 놈은 ‘퉁퉁’ 경쾌한 소리가 나고, 익지 않았거나 껍질이 너무 두꺼운 녀석은 ‘둥둥’ 둔탁한 소리조차 내지 못한다. 맛있는 수박처럼 ‘퉁퉁’ 소리가 나는 이웃을 잘 만나는 것도 복이다.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이다.

지독한 호리성(好利性)이 발호(跋扈)하니 돈에 눈이 멀어만 간다. 귀를 막아도 환청이 들린다. 밤새도록 들린다. 사람들이 그 돈벼락 이야기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너는 왜 그런 고급 정보를 나에게 알려주지 않는 거야 하고 엉뚱하게도 다른 사람을 원망한다. 거짓 정보가 꽃뱀의 화려한 겉모습 속에 숨겨진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은 사정없이 나를 노리고 있다. 독기를 품은 혀는 바쁘게 날름거리며 내 곁으로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좀 더 살필 걸, 좀 더 확인할 걸 하면서 자학(自虐)의 소리는 이제 그만 뚝!

꿀밤 한 대 때렸더니 ‘퉁퉁’ 소리가 나면 어찌할꼬? 나에게 복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잘 고르면 되겠지요? 그러기 전에 내가 먼저 복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우선 아닐까? ‘죄는 막둥이가 짓고 벼락은 샌님이 맞는다’는 속담도 있지만, 복을 짓는 사람이 돈벼락을 맞는 게 정답일 것이다. 큰 복이 터지면 복 가루가 멀리까지 날아간다. 그래서 복 받는 사람도 많아진다. 그러니 그 복이라도 받으려면 주변 사람에게 복이 터지라고 빌어보면 어떨까? ‘나는 왜 이렇게 살지?’라는 질문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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