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다람쥐야 사랑해
[수필] 다람쥐야 사랑해
  • 성광일보
  • 승인 2021.10.19 11: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규원 / 작가

햇볕이 따사로운 뒷동산에 다람쥐 가족이 살고 있었어요.
아빠 엄마, 아기 다람쥐 셋 모두 다섯 식구예요.

지난 이른 봄 아기 다람쥐들이 태어나던 날은 잔치가 벌어졌지요. 왕개구리 아저씨는 버들강아지 꽃다발을 가져오고, 개미들은 들풀꽃다발을 가져다 축하해 주었어요. 토끼는 겨울동안 숨겨두었던 밤톨을 세 개나 가져왔지 뭐예요.

“어쩜! 아기 다람쥐등 좀 보세요. 줄무늬가 또렷하고, 아주 잘 생겼네요.”
“모두 날 닮은 것 같아요.”

아빠 다람쥐는 머리를 긁으며 으쓱했어요.
아기다람쥐들은 씩씩하게 잘 자랐지요. 아빠 엄마에게 나무 타오르기, 먹는 열매 가려내기, 옹달샘에서 세수하기, 재주넘기, 집짓기, 바구니 짜기 등 여러 가지를 배웠지요.

어느 날 아빠 다람쥐가 말했어요.
“먹이를 잘 찾아 먹고 햇볕을 자주 쪼이면 몸의 털이 갈색으로 빛나게 된다. 특히 검은 줄은 햇빛을 많이 받아야 짙어지고 흰줄은 달빛을 많이 받아야 빛이 난단다. 우리처럼 몸에 줄무늬 있는 동물이 왕이신 호랑이 외에 또 누가 있더냐. 이는 동물 중 가장 귀하다는 표시니라.”

“그럼, 우린 아주 귀하신 몸이네요.”
아기 다람쥐들은 꼬리를 들고 엉덩이를 흔들어댔어요.

엄마 다람쥐가 빨간 나뭇잎 속에 나무열매를 따주며 말했어요.
“저길 보렴.”

알록달록 나뭇잎들이 햇빛에 빛나고 있었지요.
“와! 정말 아름답다.”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어요.”
“지금이 가을이란다. 가을이 지나면 곧 추운 겨울이 다가오지. 추운 겨울을 위해 우린 지금부터 열심히 먹이를 모아야해.”
“알겠어요. 우리가 도토리와 알밤을 줍겠어요.”
“너희들이 가장 좋아하는 도토리와 알밤은 사람들도 좋아하기 때문에 먹이를 주우러 갔다가 혹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모른단다. 사람들은 머리가 좋고 날쌔기 때문에 가끔 우리 형제들을 잡아가지.”
“엄마, 그럼 어떻게 돼요?”
“사람들은 우리를 조그만 틀에 집어넣고 재주넘는 걸 구경하는데 답답하고 슬퍼서 끝내 죽고 만단다.”
“엄마, 걱정 마세요. 우린 사람 가까이 가지 않겠어요.”
“가을엔 달 밝은 밤이 많단다.”

아빠 다람쥐 말에 아기 다람쥐들이 손뼉을 치며 말했어요.
“아! 달님 환할 때 먹이를 주우러 가면 되겠네요.”

그날부터 아기 다람쥐들은 나무줄기를 벗겨 바구니를 짜기 시작했어요.
드디어 달님이 둥근 얼굴로 환히 웃던 날 아기 다람쥐들이 소리쳤어요.
“알밤 주워 오겠어요.”

콧노래를 부르며 기분 좋게 밤나무골로 내려갔지요.
“어? 저기 가시 속에 노란 알밤.” 얼른 주워 바구니 속에 넣었어요.
“야! 여기도.”

달님이 구름 사이로 얼굴을 살짝 감추었을 때 솔방울도 얼른 주워 바구니에 넣었어요.
“저기, 하얀 것! 잘 익어서 무겁다.”

조약돌도 주워 바구니에 넣었지요.
밤 가시에 발이 찔려 아팠지만 쉬지 않고 바구니에 소복이 담았어요.
“자,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아기 다람쥐들은 얼굴에 땀방울이 송송 배었지만 정말 즐거웠어요.
“엄마, 여기 가득 알밤들이에요.”
“아유, 귀여운 우리 아기들.”

엄마 다람쥐는 바구니의 알밤을 모두 쏟아 놓고 먹이 방으로 옮기기 시작했어요.
“아니? 웬 조약돌이 이렇게 많지?”
“어? 솔방울도 있네.”

아빠, 엄마 다람쥐는 웃으며 알밤만 골랐어요.
“내일은 알밤만 주워올게요.”

다음 날 둥근 달이 떠오르기 시작하자 아기 다람쥐들은 팔짝팔짝 뛰어 밤나무골로 내려갔어요.
“오늘은 알밤만 줍자.”
“그래, 그래.”

아기 다람쥐들이 눈을 크게 뜨고 알밤을 줍고 있는데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어요.
“저기 다람쥐다! 알밤 줍고 있다!”

아기 다람쥐들은 깜짝 놀라 나무위로 쪼르르 올라가 몸을 숨겼지요.
색동옷을 입은 아이들은 달빛 아래 천사처럼 얼굴이 빛났어요.
아이들은 나무 위를 쳐다보며 외쳤지요.
“다람 다람 다람쥐.
알밤 줍는 다람쥐.
보름 보름 달밤에 알밤 줍는 다람쥐.
알밤인가 하고 조약돌도 줍고
알밤인가 하고 솔방울도 줍고.” -박목월


“와, 사람들은 정말 머리가 좋네.”
“어떻게 우리가 조약돌, 솔방울을 주운 걸 알았지?”

그때 마을 쪽에서 더 많은 아이들이 몰려왔어요.
“우리 강강수월래 하자.

아이들은 모두 손에 손을 잡고 둥글게 돌기 시작했어요.

강강수월래

하늘에는 달도 밝다. 강강수월래
밤나무골 밤도 많다, 강강수월래
다람 다람 다람쥐도, 강강수월래
모두 함께 손을 잡고, 강강수월래

어느새 아기 다람쥐들은 나무를 타고 내려와 아이들 노랫소리에 맞춰 꼬리를 물고 빙글빙글 돌고 있었어요.

플숲 에선 가을벌레들이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르고, 하늘에선 달님이 환히 웃으며 밤나무골을 내려다보고 있었답니다.

 

이규원/작가

<이규원 프로필>

-광진문인협회 고문
-2000년 한국아동문학연구회
-유아동화 교수자료 36집
-해피할머니의 동화 스토리 텔링외 다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특별시 광진구 용마산로128 원방빌딩 501호(중곡동)
  • 대표전화 : 02-2294-7322
  • 팩스 : 02-2294-732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연
  • 법인명 : 성광미디어(주)
  • 제호 : 성광일보
  • 등록번호 : 서울 아 01336
  • 등록일 : 2010-09-01
  • 창간일 : 2010-10-12
  • 회장 : 조연만
  • 발행인 : 이원주
  • 자매지 : 성동신문·광진투데이·서울로컬뉴스
  • 통신판매 등록 : 제2018-서울광진-1174호
  • 계좌번호 : 우체국 : 012435-02-473036 예금주 이원주
  • 기사제보: sgilbo@naver.com
  • 성광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성광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gilbo@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