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회가 노력해서 용답동이 좋아졌다고 사람들이 얘기하기도 해요”
“상인회가 노력해서 용답동이 좋아졌다고 사람들이 얘기하기도 해요”
  • 서성원 기자
  • 승인 2021.12.30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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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원이 만난사람] 용답상가시장번영회 김병옥 회장
용답상가시장 고객센터 건물 앞에 선 김병옥 회장. ⓒ서성원
김병옥 회장. ⓒ서성원

○ 장소 : 성동구 용답동 용답상가시장 고객센터

서울하수도과학관을 취재하면서 용답동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생각해보았다. 그중에 한 사람이 김병옥 회장이다. 2019년 가을, 용답동에서 그분을 처음 보았다. 용답동에서 야외 연극 공연을 할 때인데 나는 배우로 리허설에 참여했다. 소품으로 손수레가 필요한 처지. 해결해 준 분이 김병옥 씨였다. 용답상가시장번영회 회장을 맡고 있다는데 빠르고 적극적이었다. 동네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임을 바로 느꼈다. 우리 패거리(배우와 스탭, 20여 명)는 그때 용답역 외부 공간과 청계천 천변에서 야외 공연('답깨비')을 했고 다른 팀들은 용답나들 예술장, 전시회, 버스킹 등 용답 마을 축제를 했다. 성동문화재단의 사업이었다. 
잔설이 남아있던 21년 12월 19일, 용답동에서 김병옥 회장을 다시 만났다. 3년 전, 잠깐 만나서 느꼈던 첫인상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동네와 상가와 시장을 위한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상남자, 3년 전 첫인상, 그대로였다. 

“장사는 집 가까운 데라야 해요”

김회장은 용답동상가시장 번영회와 인연을 이렇게 얘기했다. 
“여러 가지 가게를 했었습니다. 남대문 쪽에서 제법 번듯한 가게도 운영하기도 했고요, 어쨌거나 쫄딱 망했습니다. 큰돈을 들여서 배운 게, 장사는 무조건 집과 가까운 데라야 한다는 겁니다. (2010년에) 이 동네에 가게를 냈어요. 아내가 살았던 동네기도 하구요.”
“장사하다 보면 애로사항 많지요. 그럴 때 방법도 모르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지요. 그래서 상인회(용답상가시장번영회)를 알게 되었어요.”

김회장은 차분했지만 말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서울 시민들은 용답동이 어떤 동네인지 잘 모를 것이다. 
용답동을 방문한다면 어떻게 찾을까. 대중교통이라면 지하철이 좋다. 용답역이 있다. 지선이어서 환승이 번거롭지만 2호선이다. 5호선은 답십리역을 이용하면 된다. 승용차 혹은 청계천 자전거 도로를 이용해서 찾기도 한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느끼는 게 있다. 뜻밖에도 길거리에 가게들이 많다는 것. 그래서 용답상가시장이 어떤 곳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용답상가시장은 상점가와 전통시장이 혼재되어 있다는 게 다른 데와 좀 달라요. 1, 2지구는 상점가 중심이고, 3지구는 소매품, 채소, 생선들을 많이 취급하는데 상점가로 바뀌어 가는 중입니다. 4지구는 전통시장과 상점가가 반반 정도로 보시면 돼요. 170여 점포가 회원입니다.”
이렇게 용답동은 상점가와 전통시장이 혼재되어 있어서 번영회 이름도 '상가시장번영회'라고 했다.

 야간의 길거리 모습. 김병옥 제공

“시장번영회에서 어떤 역할인가 해야 되겠다고 생각”

김회장은 어떻게 해서 임원을 맡게 되었을까. 단체에서 대표가 되면 의사 결정에서 힘을 갖게 되고 얼굴이 알려진다. 그런 만큼, 시간과 품을 내놓아야 한다. 때로는 돈이 들기도 하고. 
“내가 상인회에 도움받았는데 용답상가시장번영회에서 어떤 역할인가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2016년입니다. 회장을 맡았지요.”
회장은 누구라도 맡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다른 후보자가 있으니 선거를 거쳐야 했다. 인터뷰하면서 놀랐던 것은 회장을 맡은 기간이다. 2년 임기 회장을 3번 연임했다. 더 놀라운 게 있었다. 고객지원센터 복도에 리본 달린 화분이 놓여 있었다. 3년 임기의 차기 회장으로 당선되어 내년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장기 집권(?)하게 된 비결 같은 것은 나는 물어보지 않았다.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말보다 행동으로 뭔가를 보여주는 사람이지 싶었다. 그래도 회장으로서 보람 있었던 일을 말해 달라고 했다.
“시장이 (좋은 쪽으로) 변해 가는 모습을 보면 기분 좋지요.”
이렇게 말하고는 말이 끊어졌다. 상인들이 그를 4번이나 회장으로 뽑았다. 얘기 할 게 적지 않을 것이다. 글을 읽을 때 행간을 읽으라고 한다. 김 회장은 말과 말 사이의 멈칫거림을 읽어내야 하는 인터뷰였다. 본인 입으로 자랑을 늘어놓는 걸 쑥스러워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상인회가 나서서 (노력)해서 용답동이 좋아졌다고 사람들이 얘기하기도 해요.”
여기서도 본인 얘기는 뒤로 돌려버렸다.

 21년 6월에 용답상가시장 고객지원센터 개소식에 구청장님은 비롯한 많은 내빈이 참석했다. 이 건물에 도시재생현장지원 센터도 들어왔다. 김병옥 제공

지금은 상인회에 어떻게 가입하느냐고 문의 전화가 오기도 

회장으로 어려운 점이 없을 리 없다. 듣고 싶었다.
“회장은 봉사하는 자립니다. 조그만 시장이다 보니 활동비가 많은 것도 아니구요. 처음에 회장 할 때는 상인회에 가입해달라고 부탁을 하는 입장이었어요. 회비만 받아가고 뭘 하느냐는 거죠. 지금은 달라요. 상인들이 가입을 문의해 오는 편입니다.”
용답상가번영회를 자랑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상인분들이 협조적이어서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용답상가시장번영회 사무실 건물. 김병옥 제공

앞으로 3년, 회장으로 일하게 될 텐데, 김회장은 번영회를 어떻게 만들고 싶을까 궁금했다.
“2019년에 전통시장 연계형 도시재생사업에 선정되었어요. 서울시에서 하는 사업인데요. 2층에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가 들어와 있습니다. 이 사업이 잘되면 상가와 동네가 정리되고 볼 만한 시장이 될 것 같습니다.”
용답도시재생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시행한다. 예전에 도시재생은 시장 공간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했었다면, 전통시장 연계형 도시재생은 시장활성화가 중심이다. 김회장은 도시재생 주민협의체에서 상인대표를 맡고 있었다. 그래서 도시재생 사업에 큰 기대를 품고 있었다. 오시장으로 바뀌면서 예산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순탄하기만 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여기서 하나, 동네가 발전하고 유동 인구가 늘어나서 장사가 잘되는 게 모두 좋은 건 아니었다. 장사가 잘되면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려 받는다. 그 상승 폭이 너무 크면 임대료 때문에 장사를 그만둬야 하는 상인이 나오게 된다고 한다. 용답동 역시 예전에 비해 임대료가 크게 올랐다고 한다. 현재 용답동은 발전에 대한 기대가 커져서 동네가 꿈틀댄다고 한다. 외부인들이 이익을 노리고 들어온다고 한다. 

도시재생과 함께 용답동 변화에 기대가 큰 김병옥 회장
인생을 살아오면서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상인회장 하는 게 너무 재밌습니다.”
이렇게 말할 때 김회장의 눈과 얼굴은 지금까지 중에 가장 밝았다. 
“좋아하는 거죠. 재밌게 하다 보니 여까지 왔는데, 힘들지만 보람도 느끼고 그렇습니다. 내가 재밌게 하는 동안에 애 엄마가 고통을 다 받지요. 미안하지요. 가게에서 같이 일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허허헛.”
인터뷰 말미에 나는 회장님이 운영하는 가게에 대해서 물었다. 가게 이름과 어떤 가게인지 간단하게 소개하고 싶었으니까. 그랬더니 이렇게 말했다. 

“우리 가게가 오래되어서 …. (말이 잠깐 끊어짐.) 저는 상인회장 하면서 우리 가게 얘기를 거의 안 했습니다. 상인회장 하면서 그러면 좀 그렇잖습니까.“
그렇지만 가게를 알아내어 찾아오는 손님이 있어서 고맙기도 하다고. 혹시 회장님의 가게를 알고 싶다면 제 이메일로 연락해 주세요. 맛있는 가게를 알려드릴게요. 
김회장이 상가 고객센터에서 만나자고 한 까닭까지 알게 되었다. 상인들은 이해관계에 특히 민감하다. 이런 분들이 4번에 걸쳐 김병옥 씨에게 회장을 맡긴 이유를 하나 더 찾아냈다.
나는 말솜씨가 없다. 그런데 나보다 더한 남자가 있었다. 2021년 12월 19일, 용답상가시장고객센터에서 말솜씨 없는 두 남자가 마주 앉아서 묻고 대답했다. 그렇게 인터뷰를 끝내고 건물 바깥으로 나왔다. 도로에 눈은 녹았고 겨울인데도 용답동 공기가 따스했다.

성동구의 '한끼누리소' 사업시에 상인회의 기부. 김병옥 제공
성동구의 '한끼누리소' 사업시에 상인회의 기부. 김병옥 제공
 눈 내린 날 용답동 거리 모습. ⓒ서성원
상가 방역봉사에 나선 번영회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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