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야 놀자 황태야 놀자
명태야 놀자 황태야 놀자
  • 성광일보
  • 승인 2022.01.0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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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 / 논설위원
송란교 / 논설위원

하얀 눈이 수북이 쌓이는 추운 겨울날 강원도 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명태 말리는 덕장을 자주 보게 된다. 어렸을 적엔 동태 머리를 떼어내 칼등으로 잘 다져서 젓갈을 담고, 알은 명란젓, 내장 등은 창난젓을 담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명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명태는 조선 인조 때 함경도 관찰사가 명천군(明川郡)을 순시하던 중, 반찬으로 나온 생선 맛이 담백하고 좋아 그 이름을 물었는데, 명천에 사는 태(太)씨 성의 어부가 잡아 온 고기라 하여, 관찰사가 명천의 명(明) 자와 물고기를 잡아 온 태(太) 씨의 성을 따 명태(明太)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한다.

명태를 갓 잡았을 때는 생태, 얼린 것은 동태, 그냥 건조 시킨 것은 북어, 꾸들꾸들하게 반건조시킨 것은 코다리라 한다. 2~3년 자란 어린 명태는 노가리,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서 노랗게 마른 것은 황태, 소금에 절여 말린 것은 짝태라고 한다. 명태의 다른 이름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명태를 잡아 올린 시기에 따라서 춘태, 하태, 추태, 동태로 나뉜다. 황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명태의 다른 이름도 다양하다. 찐태 (날씨가 더워서 황태를 만들다가 물러버린 것), 파태 (황태를 만들다가 몸통이 부서져 질감이 거친 것), 먹태 또는 흑태 (따뜻한 날씨에 말려 검은색을 띤 것), 무두태 (황태를 말리다가 머리가 떨어진 것), 깡태 (황태가 얼지 않고 말라서 식감이 딱딱해진 것), 바람태 (강한 바람에 수분이 빠르게 말라 뻣뻣해진 것), 백태(날씨가 너무 추워서 하얗게 마른 것), 골태(잘못 말려서 붉고 속이 부드럽지 않은 것), 낙태(건조하다가 바닥에 떨어져 상품 가치가 없는 것) 등등

황태는 덕장에 부는 선선한 바람, 얼었다 녹았다 할 수 있는 기온의 변화, 주인장과 일손의 조심스러운 손놀림, 요리사의 능숙하게 묵은 손맛, 식객(食客)들의 추억 속의 입맛이 함께 어우러질 때 뭇 사람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는다. 많은 사람이 반겨주고 맛있게 먹어 주었을 때 제대로 된 몸값을 유지할 수 있다. 제사상에 빠져서는 안 되는 음식 중의 하나가 북어다. 제사를 지내고 나면 상에 올려진 음식과 술 등으로 참석자들이 함께 음복하게 되는데, 퇴주잔에 부어 놓은 몇 잔의 잔술에 취하면 해장하라고 북어를 제사상에 올리는 것은 아니겠지요?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고? 북어에는 명태보다 단백질이 4~5배 더 많고, 숙취 해소에 효과적인 아미노산인 알라닌(alanine), 아스파트산(aspartic acid), 글루탐산(glutamic acid), 글리신(glycine), 라이신(lysine) 등이 많아서 알코올 해독에 효과적이라 한다.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은 숙취 해소를 위해 황태나 북어 해장국을 자주 찾게 되는 이유가 증명된 것이 아니겠는가.

마음씨 좋은 매장 관리자는 쇼 윈도우에 우두커니 서 있는 마네킹에게 우아한 옷을 입혀 지나가는 사람의 눈길을 잡아끈다. 바쁜 걸음을 쉬어가게 하는 마술을 부린다. 살아 숨 쉬는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마네킹의 변신처럼 명태의 다양한 변신도 무죄다. 오로지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다르다. 그 주인의 마음에 따라 모양도 이름도 가치도 바뀌게 된다. 사업상 파트너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사업의 성과가 좋고 나쁠 수 있다. 인생 파트너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길이 순탄할 수도 어려울 수도 있다. 어둠 속에서 두려움에 떨며 방황하게 될지, 밝음 속에서 희망의 설렘으로 살아갈지가 정해지는 것이다. 친구를 만나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세르파(sherpa)의 도움을 받아 함께 낯선 산을 오른다면 아무리 높고 험악한 산이라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비늘을 자랑하는 물고기는 물을 만나야 하고, 하늘을 나는 연은 바람을 만나야 한다. 배움이 필요한 사람은 참스승을 만나야 하고, 배고픈 사람은 밥 주는 사람을 만나야 하고, 선거에 나오는 사람은 표를 주는 국민을 만나야 한다. 명태가 파태 쪼가리가 아닌 값 비싼 황태로 가치상승이 되는 것도 오로지 주인의 몫이리라. 황태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려 하는가? 나침반을 저 멀리 던져놓고 관태(북어 20마리를 한 두릅으로 묶어 놓은 것) 한가득 싣고 저만치 떠나가는 황포돛배는 실바람에 기우뚱거리며 강물에 몸을 맡긴다. 진짜 주인인 석양 노을을 만나 유유자적(悠悠自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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