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 도시재생의 현장을 가다 [마장동 축산시장]편
성동 도시재생의 현장을 가다 [마장동 축산시장]편
  • 원동업 기자
  • 승인 2022.01.1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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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는 옳지만, 냄새는 그르다? 마장축산물시장의 오랜 숙제 풀자!”
- 모든 업소서 잔재물 나온다. 해온 노력들 더해 '처리장' 재공론화 필요

<원동업이 만난 사람> 마장동축산물시장 상인과 주민 “함께 도시를 다시!”

사진 왼쪽부터 이상희 이사장, 주민 박주환, 마장주민자치회장 김영진, 잔재물협동조합 총무 심현수,
새해에는 주식시장의 황소처럼, 탐스러운 돼지처럼 복되시라 빌었다.

마장동은 에너지 발전소다. 대성연탄이 있었고, 한전 내연발전소, 고려가스가 있었던 과거 때문만은 아니다. 우시장이 오랜 동안 있었고, 도축장이 있었던 역사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는 마장동축산물시장이 있다. 대한민국 고기의 상당 부분을 충당하는 주역이다. 그러니 대한민국 혹은 서울 사람들의 에너지가 여기서 온다. 45년이 훌쩍 넘어가는 마장동 먹자골목은 한우 고기를 제대로 먹고자 하는 이들이 작정을 하고 온다. 노량진 수산시장처럼 고기를 사서 바로 먹을 수 있는 '고기 익는 마을'도 진작 문을 열고 있다. 서문쪽으로 주로 한우가, 북문의 족발과 곳곳에 돼지고기 천지인 곳이 여기 마장동축산물시장이다. 관광객, 소비자가 방문하면 행복한 경험이 덤으로 온다.  

이상희(왼쪽) 서울동물성잔재처리협동조합 이사장이 박주환 주민의 제안을 듣고있다.

교통난과 냄새, 마장동 접근 가로막는 장애물

그러나 이런 '에너지 생산-소비지'의 이면에 그림자도 있다. 외부인들을 가로막는 난제들이다. 교통난과 냄새-한번 왔던 손님은 다시 오고 싶어하지 않을 만큼!- 때문이다. 시장엔 3,500여 개의 정식 업소들이 혼재해 있다. 큰 업소엔 지방 도축장서 온 냉동탑차가 줄지어 고기를 내린다. 소매점으로 도매점으로 고기를 운반하는 오토바이들이 복잡하게 곡예를 한다. 바쁘면 카트와 수동수레도 동원된다. 한 사람 겨우 빠져나갈 만큼의 공간이 없어 차량은 정체를 이룬다. 당연히 위험도 상존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더 큰 문제도 있다. 냄새다. 축산물시장에 들어서면 맡아지는 이 냄새는 반갑지 않다. 내부의 상인들이야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가끔 오는 이들이야 '잠깐!'이지만, 주변 주민들로서는 '눈엣가시' 아니, '코엣가시'가 아닐 수 없다. 냄새의 주범은 고기 이외의 축산물에서 나오는 부산물들(혹은 폐기물들)이다. 마대에 실려 운반되다 흘러나오거나 제때, 제대로 처리되지 못해 부패하면, 냄새는 '지독한 혐오물'이 되고 만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이 과제와 오랜 동안 씨름해온 이상희 서울동물성 잔재물처리 협동조합 이상희 이사장을 만났다. 

축산물시장의 교통난과 냄새는 주변 주민들에게는 큰 고민거리다.
오토바이는 잔재물을 실어나른다 마대 대신 플라스틱을 쓰자는 운동이 한참이지만, 아직은 갈길이 멀다

 

- 소개를 부탁드린다. 
“열세살에 고향 경주에서 이곳 마장동에 왔다. 권투를 10여년 계속하다가 스물다섯살인 72년경 고기장사를 시작했다. 늘 보고 접하는 게 그쪽 일이니까. 내가 장사를 시작한 때는 이미 도축장도 생긴 때였다. 나는 여기 축산물시장상인연합회 2대 회장도 하고, 지금은 마장동 잔재물처리협동조합서 일하고 있다. 50년째 마장동 상인이다.”

- 잔재물? 설명을 좀 해주신다면?
“소 돼지 잡으면 고기와 뼈를 바르는 정형작업을 한다. 고기를 빼면 모두 잔재물이다. 부산물이라고도 한다. 시장에선 뼈는 뼈대로, 내장은 내장대로, 기름은 기름대로 선별한다. 이런 것들을 선진국에선 폐기물 취급한다. 미국 일본 블란서에선 오히려 돈 받고 치운다. 우리는 상품으로 본다. 가공하면 마가린도 만들고 쇼팅도 만들고 비누도 생산되니까. 해서 우리도 '폐기물법'을 만들자 했고, 환경부 농수산부를 거쳐 법제정이 됐다. 한 30년 됐나? 그런데 '폐기물법'은 그 규정이 되게 엄격하다. 해서 부산물-잔재물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게 우리 협동조합의 시작이다. 사실 우리 협동조합은 사실 굉장히 중요한 임무랄까? 과제를 안고 출발했다.”

- 과제와 임무? 그게 뭔가?
“고기가 들어가는 모든 정육업소에서 가공이 끝나면 잔재물이 나온다. 여지가 없지. 그걸 감자탕집 국밥집 도가니탕집 순대국집 같은 곳에서 사들인다. (마장동이 시민들 에너지 발전소란 게 이런 의미다) 그런데 여기가 도매로 하니까, 그 업소서 영업한 뒤 남은 뼈들, 기타 폐기물을 다시 이쪽서 회수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축산물시장에서 나오는 잔재물이 하루 150톤쯤, 외부에서 들어오는 잔재물이 150톤쯤 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모든 잔재물을 옮길 때, 마대자루를 썼다. 거기서 흘러나온 유지들이 마장동 축산물 시장의 냄새의 원인이 됐다.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성동구청과 함께 노력해 온 게 우리들이다.”

마장도시재생 사업의 핵심이었던 처리장 해결 난항

- 축산물시장에 오면 풍겨오는 냄새는 어려운 문제다. 그간 해결하고자 어떤 노력들을 기울였는지 알고 싶다. 
“전 고재득 구청장도 애를 많이 썼는데, 하치장을 만들 장소가 없었다. 중구난방이니 그걸 정리하지 못했지. 정원오 구청장이 당선된 뒤 만났다. '오랜 동안 마장동서 일하시고, 회장도 하셨으니, 어떻게 방법이 없겠느냐?'고 묻더라. 서로 노력을 많이 했다. 서울시에서 사무관으로 있다가 성동구청으로 오신 김재겸 교통건설국장이 나와 같이 다녔다. 대성유니드 근처 길거리의 집게차 기름차 같은 거라든가, 주변에 포장마차 같은 거를 거의 다 정리했다. 이후에도 지역경제과 조현용 팀장, 청소과 홍종철 과장도 함께 큰 애를 쓰셨다.”

- 도시재생이 시작됐을 때, 가장 핵심적인 과제가 유지처리 시설의 건립이었다. 경과가 어떻게 되었나?
“현재 마장동 525번지에 건물을 짓고 있다. 원래 그 자리에 하치장 만들고, 유지처리를 깨끗이 해 민원이 안 들어오게 하는 목표가 있었다. 10억 예산도 받아서 가건물을 지으려 했는데, 주변 현대아파트에서 '들어오는 입구라 안 된다'는 민원이 있어 하지 못했다. 그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 마장도시재생사업을 하게 된 거다. 예산 130억을 받아 건물을 짓고, 거기 지하에 유지처리장이 들어가도록 했다. 현대아파트는 물론 마장동의 세림이나 기타 아파트와도 만나고 동의를 구했지. 차량도 밀폐된 걸로 바꾸고, 지하에서 처리하고, 처리용기도 마대에서 플라스틱으로 바꾸고, 밤이나 새벽 운송 등 눈에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안 나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그런데 최근 아파트에서 반대 민원이 심했던 걸로 안다. 그래서 그 방안이 다시 취소됐다. 왜 반대하는지 정말 모르겠고 너무나  아쉬운 부분이다.”

이상희 이사장은 오랜 검토와 협의를 거쳐 추진돼 온 안이 막판 뒤집힌 데 대해 여러번 깊은 아쉬움을 토했다. [이 문제에 전력투구해 온 마장도시재생 강헌수 센터장의 '사직' 역시 이에 연유를 둔다.] '그런 시설을 하면, 축산물시장이 앞으로도 대대손손 유지될 것을 염려하는 아파트 사람들로서는 당연한 일'이라 애써 이해해도 그렇다. 시장은 먼저 박힌 돌. 굴러온 돌에 밀려 나는 게, 그들로서는 '정당한 일'일 수도 없는 일이다. 그들로서도 이곳은 삶의 터이니까. 아파트가 설 때, '시장은 이전됩니다'라는 '말'을 듣고온 주민들로서도 할말이 없는 게 아니지만….”

청소, EM살포, 용기변경 등 노력 계속해와. 큰 문제 같이 풀어야  

-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다. 그래도 노력은 여전히 이어지고, 많은 부분 개선도 됐다고 하던데. 
“마장동축산물시장 하수관은 중랑하수처리장으로 연결된다. 전에 현대아파트 지을 때, 하수관을 이곳에 연결하려던 시도가 있었는데, 큰일 날 일이라고 우리가 막았다. 생활하수와 연결될 일이 아니니까. 하수관 청소도 기름이 껴 굳으니까 자주자주 한다. 도시재생이 들어오고 물청소도 화·목에 두 번씩 한다. 습식청소차가 들어왔다. 펀펀마주아리 같은 사회적기업(대표 박진옥, 예비사회적기업) 등에서 EM도 대로변 하수구와 오염이 심한 곳에 뿌린다. 마대를 오랜 동안 써왔는데, 플라스틱 통으로 바꿨다. 전에는 독수리 발톱으로 마대를 잡아올렸는데, 지금은 각 업소에서 통에 담아 소규모로 운반해서 처리한다. 구청에서도 단속을 강화했다. 업소나 수거업체도 영업정지 같은 강한 제재를 여럿 받았다. 이젠 다들 조심해서 최대한 흘리지 않고 처리하려고 노력하는 점도 달라진 점이다.”

3대 마장우시장 상인연합회 이경래 이사장은 마장동 축산물시장 상인들에 대해 다음처럼 평한 적이 있다. “뭉치자 하면 안 뭉치는 데 일등이고, 협조해 주자 하면 십시일반 협조하는 데도 일등이에요.” 
현재 마장동축산물시장상점가 진흥사업협동조합의 협회원 수는 대략 800여 곳이다. '조합'이 상인들의 권익을 보장하는 역할을 하면서, 내적인 규율에 의해 시장이 가진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면 '조합 가입률'은 중요한 선결 요인이 될 것이다. 마장도시재생 상인과 주민들의 상생협의체에서 주민대표를 맡았던 김영진(마장동 주민자치회 회장)의 말.

“시장에서 50년 동안 마대 자루를 썼잖아요. 그걸 플라스틱으로 바꿨어요. 그거 보고 시장 상인들이 이렇게도 하는구나 하고 깜짝 놀랐다는 거예요. 한번 바뀌는 게 중요한 거지, 바꿀수 있고, 바뀔 수 있다고 봐요. 우리들이 더 소통하면서 노력해야겠지만.”

'고기는 먹겠지만, 고기를 생산하는 일'은 나몰라라 해온 건 우리 관습-습관이었다. '고기는 옳지만, 냄새는 그르다'고 해서 풀릴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우리 책임을 다른 곳으로 미룰 수 없다면, 제대로 달려들어,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를 풀어가는 일이 남았다. 
영화 <인터스텔라>는 지구 멸망의 상황에서 길을 찾는 이들의 응전을 보여준다. 그들은 말한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마장동 주민의 제안>

박주환 선생이 고안한 트램 설계 및 구상도(가안)

교통난과 냄새 해결할 근본적 해결책 써보자.시장 누비는 트램 어떤가?

박주환 선생

세림아파트 한마음공동체 총무이자, 전에는 이곳 대표자회의 회장이었던 박주환 선생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최근 참여했다. 마장용답사근의 생활권 위원회다. 입안을 위해 주민의견을 듣는 이곳에서 박주환은 최근 하나의 중요한 제안서를 냈다. <마장축산시장 환경개선방안 제안서>다. 시장의 교통난과 환경(냄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하는 아이디어다. 

- 제안서의 핵심을 간략하게 설명해 준다면?
현재는 냉동탑차와 오토바이 등이 마구 엉기면서 교통난을 만든다. 잔재물도 제각각 처리하면서 오염되고, 이로 인해 냄새도 가시지 않는다. 마장동 시장을 남북축과 동서축으로 궤도를 설치하고, 특수한 설비를 갖춘 트램(레일을 달리는 노면전차)을 설치해서 중앙에서 통제하는 것이다. 트랩이 설치되고 운영되는 이외의 곳은 공간이 남고, 관광자원화도 될 수 있다. [그림 참조]

-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기술적인 문제를 푸는 데 사실 많은 비용이 든다. 마장동서 운영됐던 기동차 같은 설비차를 새로 설계해야 하고, 중앙관제센터 설치도 해야한다. 아이디어의 원천은 내가 근무했던 포항제철과(광양제철소) 현대제철에서의 경험이다. 복잡한 과정이 중앙서 처리된다. 무엇보다도 상인들이 먼저 이를 이해하고 동의하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 사실 어려운 것은 후자일 수도 있겠다.”

박주환 선생은 이상희 이사장과도 만났다. “십분 박주환의 제안을 이해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이이사장의의 결론은 간명했다. “초기에 조성될 때라면 몰라도…, 현재 50여년 굳어진 상황에선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첫 제안일 뿐. 제안은 두루 사람을 거치며 수정되고 검토될 것이다. 변화는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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