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한테만 알려주는 특급 정보인데?
너 한테만 알려주는 특급 정보인데?
  • 성광일보
  • 승인 2022.01.17 15: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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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논설위원
송란교/논설위원

A는 하늘이 두 쪽 나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B한테 자신을 철석같이 믿고 있는 C에 대해 흉을 보면서, 너한테만 하는 말인데 ‘걔 참 이상해’, ‘좀 모자라지’, ‘믿을만하지는 않지’라고 귀엣말로 조용히 말했다. 지나가던 쥐와 날아가던 참새가 그 말을 듣고 있다 후다닥 도망갔지만 나불대지는 않았다. 그런데 B라는 녀석이 A가 그렇게 말했다고 스피커를 들고 다니며 동네방네 방송을 해댄다. 그 말을 듣는 C는 어떤 마음이 들까? 그 말을 했던 A는 뭐가 될까?. 떠들고 다니는 B는 또 어떻게 될까?

A는 이제 B를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되고, C는 A를 좋게 평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을 했다고 떠들고 다니는 B를 더 나쁜 녀석이라 생각할 것이다. 지금까지 소중한 친구라고 믿었던 마음들이 일순간 사라지게 될 것이다. 결국에는 A. B. C는 서로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가 되거나 저주나 험담의 대상이 될 것이 뻔하고, 모두 불신의 늪에 빠지게 될 것이다. 당사자 앞에서 떳떳하게 할 수 없는 말을 등 뒤에서 하다 들통이 나면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옴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당사자가 없으면 왜 그 사람에 대하여 흉을 보려 하는 것일까? 그것도 너한테만 하는 말인데 하면서 은밀하게 속삭이듯 말을 하는 이유가 뭘까? 관자(管子)의 말을 되새겨 본다. ‘凡言而不可復者, 行而不可再者, 有國者之大禁也’(되풀이하지 못할 말이나 두 번 다시 못할 행동은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들이 매우 삼가야 한다)

흉을 보거나 험담을 하는 순간 너와 나는 강한 유대감을 가지고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질기고 더 끈끈한 인연으로 맺어진 사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 순간만큼은 모든 면에서 그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흉을 보는 대상자가 특별히 나에게 손해를 끼치거나 나를 못살게 구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만 알고 네가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흉을 보면 공감이나 동감을 끌어내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쌍방 중에서 일방이 모르는 사람은 흉을 보는 대상이 되지 못한다. 흉을 보는 대상은 언제나 너와 내가 아는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우가 이러하다 보니 내가 안다고 하는 사람의 속 깊은 마음을 얼마나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함께 흉을 보고 있는 순간에는 너와 내가 하는 말이 틀렸다고 증명해줄 사람이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각자로 돌아서면 상대를 보고 ‘네가 그랬잖아’라고 큰소리로 외친다.

내가 알고 있던 정보, 내가 진실이라 믿었던 사실이 갑자기 거짓이 되고, 나만 알고 있는 특급 정보를 모두가 다 알고 있고, 더군다나 다른 사람들은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음을 깨달았을 때, 화끈거리며 빨개지는 얼굴, 무너져 내리는 텅 빈 가슴,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멍때리는 머리통은 어떻게 할 것인가?

돈 되는 정보이니 ‘너만 알고 있어라’ 하면서 귀에 대고 말한다. 그러면서 ‘너니까 말해주는 거다’라고 강조한다. 다른 사람에게는 ‘일절 말하면 안 돼’ 하면서 신신당부한다. 그런 줄만 알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수많은 사람 중에서 내가 가장 늦게 들었다면, 이럴 땐 ‘고맙다’고 말해야 하는 건지, ‘너 날 무시하는 거냐’라고 화를 내야 하는 건지? 허 참 쓰레기 같은 정보로 나를 둘려 먹으려 하다니 못된 녀석 같으니라고 하면서 한 방 날릴 것인가? 세상 참 믿을 놈 하나 없구나 하며 혀를 찰 것인가?

산을 오르다 보면 약수터가 있는 암자를 지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간혹 흐르는 물을 세 줄기로 나누어 놓은 곳이 있다. ‘건강 약수, 재물 약수, 사랑 약수’라는 표시가 있다.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하나만을 선택하지 않는다. 세 가지를 모두 선택하려 한다. 하나만 선택해야 효과가 있다고 강조하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무조건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 생각하고 거기에 놓여있는 것 모두를 선택하려 한다. 그중에서 하나만이라도 효과가 있으면 손해 볼 일 없고 남는 장사 아닌가? 하는 마음을 앞세운다. 같은 물을 줄기만 나누어 놓은 것임에도 욕심은 그러한가 보다. 그러한 욕심이 나를 속이려 하는 가짜 정보를 돈 되는 정보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리라.

거짓 정보를 듣고서 ‘장군’ 하며 외통수라 큰소리쳤는데 ‘멍군’하며 그 외통수가 역으로 나를 외통수에 가두는 꼴이다. 너희들이 아는 이야기를 나만 모르게 한다면 많이 불공평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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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신 2022-01-25 12:05:43
한 번 쯤은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하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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