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쌉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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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성원 기자
  • 승인 2022.01.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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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과 능소 / 글 서울숲
 
<ROOM LOVEMODE>  최제희
서성원

그 집은 언덕 위에 있었습니다. 동네를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곳입니다. 동네 사람들은 '언덕집'이라고 불렀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언덕집을 부자로 여겼습니다. 도자기 때문입니다. 동네 사람들은 도자기를 잘 쓰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깨질까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텅스텐이 마음 편했습니다. 플라스틱 용기는 더욱 그랬구요. 그런데 언덕집 도자기는 밥그릇이 아니라 눈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언덕집을 부자로 보는 건 무리가 아니었습니다.
 
어른들은 도자기가 먼저 눈에 들었겠지만, 청년들은 달랐습니다. 샤넬이 먼저였습니다. 샤넬은 언덕집 딸입니다. 이름이 따로 있었지만, 그렇게 불렀습니다. 그럴 만한 일이 있었습니다.
 
샤넬이 고등학교 다닐 때입니다. 그녀가 버스를 타려고 집을 나서면 남자 녀석들이 골목에서 하나둘씩 나타났습니다. 샤넬과 같은 버스를 타려고 미적거리고 있었던 녀석들입니다. 이런 일이 잦아지자 샤넬의 아버지는 딸을 무척 염려했습니다. 남자애들 한둘이라면 있을 수 있는 일로 여겼을 텐데, 그렇지 않았거든요. 남자애들에게 경고도 하고, 경찰의 도움도 받아 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샤넬의 아버지는 남자애들이 샤넬을 쫓아다니는 까닭을 알게 되었습니다. 딸에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알 수 없는 꽃향기가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남자애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샤넬'로 부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알고 있는 유명 브랜드가 그것이었거든요.
 
샤넬 아버지는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경호로 소문난 이에게 딸의 경호를 맡겼습니다. '검은고양이'입니다. 그렇게 되자 샤넬은 조롱에 든 새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라도 샤넬을 보지 못하면 죽을 것만 같은 얼뜨기 하나가 있었습니다. 능소였습니다. 능소는 샤넬을 보려고 언덕집에 침입했습니다. 조금 모자라니까 위험한 짓을 저지르는 것입니다. 샤넬은 능소의 무모한 구애에 놀랐습니다. 하지만 어수룩해 보여서 아버지에게 알리진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능소의 마음을 받아들이진 않았습니다. 능소의 위험한 줄타기는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어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샤넬의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두 사람의 밀애가 가족에게 알려진다면 결과는 보나마나였습니다.
 
그즈음, 샤넬 아버지는 집에서 한가하게 머물 수가 없었습니다. 형편이 어려워진 것입니다. 그렇지만 샤넬에 대한 경호는 거두지 않았습니다. 처녀가 된 샤넬의 향기는 여전했고 능소의 마음도 그대로였었습니다. 사랑에 눈이 멀면 세상이 제대로 보이지 않죠. 샤넬과 능소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게 있었습니다. 검은고양이입니다. 검은고양이는 능소의 위험한 사랑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샤넬을 향한 능소의 마음은 나무가 거꾸로 자라는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그 무엇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르는 척, 눈감아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최제희 작가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 
♤재밌는 생각으로 행복과 밝은 에너지를 그리는 일러스트 작가. 연무장길에서 <티티팩토리>를 열고 활동하고 있음.
♤titijehee@naver.com

 

 

 

 

 

 

 

·서울숲 작가
○글 쓰고 사진 찍는 작가 
○'울숲'은 동네 울타리가 되는 숲을 말하는데 성수동 동네 사람으로 살고 있음. 
○in.seoulsu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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