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시를 쓰는 마음으로
[수필] 시를 쓰는 마음으로
  • 성광일보
  • 승인 2022.01.2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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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라성/성동문인협회 이사
기라성/성동문인협회 이사

구정 전 명절 빼놓지 않고 만드는 음식이 만두다.
집집마다 준비하는 음식이 다르지만 우리집은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가 만두를 좋아 하셨기에 어려서부터 익숙한 음식이다.
시를 지을 때 시어를 고르고 문장을 수없이 가다듬고 압축시키는 정제과정이 창작의 즐거움이고 보람이듯, 음식 만들기도 창작분야 중 으뜸이라 생각하는 건 방법이나 재료, 만드는 순서가 비슷해도 미세한 차이에 따라 맛이 틀려지기 때문에 옛 부터 손맛이란 소리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내가 만드는 차이와 정성에 따라 맛이 틀려지는 음식만큼 창작의 보람과 기쁨은 시를 짓는 그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구정 전 서울 중랑구 상봉동 우림시장에 정육점을 운영하는 지인의 SOS를 받고, 물건배달을 거들어 주러갔다가 간 김에 재래시장에서 시장을 보았다.
숙주나물 1박스 부추 3단 대파 두부6모 당면 대1봉지 만두피 45장짜리 14봉지 돼지고기 2근 혼자 만들기엔 많은 양이지만 식구들이 좋아하고 명절 때 오는 동생들도 나누어 줄 겸 명절 이틀 전 택일을 했다.
당면을 삶지 않고 쓰려고 전날 아침부터 물에 불려 놓은 것을 건져서 큰 도마에 올려놓고, 3mm 정도로 다져서 물기 빼어 담아놓고 숙주는 3번 헹궈서 푹 익지 않도록 잠깐 삶아서 건져놓았다.
부추도 뿌리를 한번 자르고 깨끗이 씻어서 잘게 썰어서 그릇에 담아놓고 묵은 김치를 꺼냈다.

김치 맛이 좋아야 만두 맛이 좋지만 아까운 생각에 제일 오래된 김치3포기를 꺼냈는데, 묶은 냄새가 있기에 물로 헹궈서 잘게다진 후 손목이 시릴 정도로 물기를 빼서 담아놓았다.
파 마늘 청양고추를 잘게 썰어놓은 다음, 이번만두는 시원한 김치만두 고소한 김치만두 고기만두 3종류로 만들기로 하고, 속 버무릴 믹싱볼 3개를 준비한 후 속 만들기에 들어간다.

1.시원한 김치만두
다진 김치에 숙주나물 당면 돼지고기 두부 파 매운 고추 고춧가루 생강가루 다진 마늘 소금 참기름 날계란 올리고당을 넣고, 골고루 섞이도록 오래도록 손 반죽을 한다.
돼지고기는 비린 맛을 없애기 위해 미리 가루생강과 소량의 후추와 소금을 뿌려 재운 후 사용하였다.

2.고소한 김치만두
시원한 김치 만두 빚기와 동일하나 숙주나물에 충분히 치즈를 토핑해서 렌지에 녹여서 사용하였다.

3.고기만두
김치 대신 잘게 썬 부추를 넣고 고소한 김치 만두 빚기와 동일하다. 대형 믹싱볼 3개에 3종류 속 준비를 마치니 높이 안 맞는 싱크대 때문에 허리가 아프다. 600여개의 만두를 만들려면 장기전에 들어가야 하기에 방으로 옮겨 상을 펴놓고 TV주파수를 마친다.

상위에 밀가루와 물그릇을 준비하고 만두 담을 쟁반을 여러개 늘어놓았다.
작년에 구입한 6단 찜기에 물을 붓고 칸칸 바닥에 베보자기(찜통 살 때 따라온 깔판은 PVC 재질이라 버렸음)를 깐 다음, 스위치를 켜 예열을 시켜놓고 왕만두 제작에 들어간다.
사다 쓰는 만두피는 점도가 부족해, 피 접합부 물기를 묻혀가며 600개가 넘는 왕만두 빚기는 장기전이고 체력전이다.
만드는 대로 쪄서 식혀 위생 비닐에 담아 냉동실에 적재하니 냉동실이 꽉 차 김치 냉장고에도 채운다.

가까운 친구 한 봉지씩 몇 집 돌리고 힘들고 어렵게 사는 후배네 도 한 봉지, 운동회원들 호프집에 있다해 한 봉지 가져가 닭튀김 기계에 넣고 튀기니 수북한 접시가 금방 동이 나는데, 호프집 아줌마 맛있다는 칭찬에 "만두 만들어 납품 할까요?" 한 마디에 명절 전 웃음꽃 한마당이다.
만두 좋아하는 아들 한 번에 50여개씩 먹어대고, 이틀간 밥 대신 찐만두로 식사를 해대니 명절날엔 200여개로 재고가 팍 준다.

명절날 차례 모시고 떡만두국 대가족 식사, 자식들과 조카들 세배를 받고 돌아가는 손마다 한 봉지씩 들려 보내니 "구정 만두 빚기 대 프로젝트"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
처음 몇 개 만들어 쪄서 간을 맞추고 미세 레시피 조정을 하면서 이번 만두가 맛있게 되었음에 즐거워하며, 시 한 작품을 짓는 마음이 만두 빚는 마음과 다르지 않음에 만족해한다.
남자 혼자서 600여개 왕만두를 빚으며 만두 빚기가 집사람한테 맡기기에는 꽤 중노동임도 절실히 체험하면서, 남녀를 떠나서 가족을 사랑하고 가사를 분담하는 꾸준한 창작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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