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발과 신발의 관계
[수필] 발과 신발의 관계
  • 성광일보
  • 승인 2022.03.1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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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금

여자에게 신발은 남편과 같다는 말이 있다. 옛날 어른들이 들으면 하늘 같은 남편을 신발에 비교한다고 노발대발하실 일이다. 또 남편들 입장에서 보더라도 기분 나쁘겠지만 살다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나이를  먹어 가면서 구두를 사러 다녀보면 발에 맞는 것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물론 젊어서야 예쁜 신발을 골라 신을 수 있었다. 또 웬 만큼 불편하더라도 신고 다니면 마음 좋은 신발이 좀 늘어나 주고, 발도 그 공간에 익숙해져 갔다. 그러나 나이들면서 선택의 폭은 좁아져만 갔다. 발이 일방적으로 영역을 넓혀 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모양은 없어도 오직 발 편한 신발을 찾게 된다.

신발의 양보는 한계가 있는 듯한데 발은 나이들어 갈수록 누굴 믿고 한없이 변해 가는 걸까? 신발은 자유롭게 변해 가는 발을 감당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신발 때문에 신체 일부인 발이 불편하고 발이 불편하면 온몸이 몸살을 한다. 마치 부부싸움을 하고 나면 온 집안 식구가 불편한 것처럼말이다.

나의  경우만  해도  신발이  불편해서  많이  고통스러웠다.  넓은  볼에 맞추면  길이가  커서  헐떡이고  길이를  맞추면  볼이  좁아서  불편하다.
나와 남편과의 서로 다른 성격만큼이나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알고보니  나뿐만  아니라  신발로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발이 있어 신발이 존재하고 신발 덕분에 발이 보호를 받는 게 아닌가 싶다. 서로 맞지는 않지만 둘은 뗄 수 없는 필연적 만남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금까지 무심하게 신고 다니는 신발이 참으로 소중하다는 걸 알았고, 좀 더 일찍이 알았더라면 사는 게 훨씬 수월했을 거라는 생각도 해 본다. 신발의 입장에서 보면 발 때문에 고생스럽겠고, 발의 입장에서 보면 신발 때문에 불편한 것이다. 그러니 신발을 탓할 수도 없고 발을 탓할 수도 없는 일인 듯싶다.

“발에 잘 맞는 신발은 아무리 많이 걸어 다녀도 편하다. 또한 성격이 좋은 남편을 만나면 사는 것이 그처럼 편하다"는 말이다. 살면서 남편과 뜻이 잘 맞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서로 조금씩 양보하다 보면  어지간히  맞춰질  거라는  기대로  오늘도  내일도  살아낸다.  하지만나는 지금도 발이 불편할 때가 있다.
 

박종금

- 2002년 《에세이문학》 완료 추천
- (사)한국문협 광진지부 부회장, 다월문우회 회원
- 에세이문학작가회 회장 역임
- 수필집 《날아간 군만두》 《때로는 갇힌 새가 부럽다》 외
- 수필집 《날아간 군만두》 《때로는 갇힌 새가 부럽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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