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으로의 초대] 전시장에서 최제희 작가의 일러스트 세계를 들어보다
[동화 속으로의 초대] 전시장에서 최제희 작가의 일러스트 세계를 들어보다
  • 서성원 기자
  • 승인 2022.03.11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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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원이 만난사람 - 충무로 <수잔나의 앞치마> 카페에서 3월 31일까지
전시장에서 최제희 작가. ⓒ서성원

일러스트 작가 최제희의 작품은 개성이 뚜렷하다. 작가의 일러스트가 책 같은데, 실려있다면 가려내기가 어렵지 않다. 그럴 정도로 작가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작가 자신은 아니라고 한다. 작가의 자기만족 기준이 높다고 봐야겠다. 그래서 그랬을 것이다. 이번 인터뷰도 완곡하게 거절했었다. 하지만 내가 부탁을 했었다. 허락을 받자마자 2022년 3월 8일, 전시회가 열리는 충무로 <수잔나의 앞치마>로 부리나케 찾아갔다. 유자차와 빵을 앞에 두고 꽤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중 일부를 여기에 옮긴다. 

Q: 어떻게 카페에서 전시하게 되었을까요?
“여기 왔는데, 마음에 들었어요. 여기서 전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그런데 지인이 역할을 해줘서, 이뤄지게 되었지요. 제가 카페를 좋아하긴 해요.”
작가의 카페 사랑은 성동구에서 지역 활동 할 때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카페를 소재로 한 일러스트를 여러 번 봤다. <수잔나의 커피>는 복합문화 공간이다. 일반 3층 건물을 카페로 리모델링해서 분위기가 달랐다. 방송에서도 소개될 만큼 유명한 곳이라고. 

Q: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품 중에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고래를 설치식으로 작업한 게 있는데, 남편 손을 빌렸구요, 아이들도 밤새 박스를 만드는 걸 도왔어요. 과정이 특별한 작품이었고 작업이었어요.”
그걸 나는 '물고기'라고 했었다. 작가의 말을 듣고, 나는 작가 가족들에 뭔가 해서는 안 될 짓을 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저는 고래와 물고기도 구분하지 못하는 인간입니다요, 네에, 그러믄요.

Q: 그림을 판매도 하나요?
“그럼요, 저 생계형 작가에요.”
그래, 작가의 작품이 팔리기도 하고, 작품을 만들어 달라는 클라이언트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동화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생계형 작가'라는 말이 내 머리에 깊게 들어와 박혔다. 코로나로 다들 어렵지만, 특히 예술가들은 그 어떤 직종보다 힘겨울 것이다. 그렇다면 예술가들의 생계가 나아지려면 코로나가 풀려야 하려나, 난감하네.

최제희 작가가 좋아하는 하트로 구성한 설치 작품. ⓒ서성원 

 

Q: 일러스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대학을 마치고 조교를 했는데, 살아갈 길이 막막했어요. 언젠가 인사동을 갔는데, 일러스트 전시를 보게 되었어요.”
그래서 서양화에서 일러스트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일러스트를 따로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일러스트는 생활인으로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작가의 길 

Q: 그림은 작가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가?
“그림으로 마음을 풀어내죠.”

어떤 뜻인지 아니까 추가 질문을 안 했다. 아마도 더 많은 얘기를 내포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제야 생각하니 아쉽다. 문득 사진이 떠오른다. 작가와 작가의 지인들을 한 프레임에 넣어 찍었던 적이 있다. 때로는 말하지 않아도 보이는 게 있다. 

Q: 음악 듣는 거 좋아하시죠? 
“너무 좋아하죠. 음악이라면 다 좋아요. 저는 태평소를 10분 들어본 적도 있어요.”
“듀란듀란을 좋아해요. 노래를 들으면서 작업했어요. '나를 노래하다'요. 최근에 성동신문에 실었던 'dream'은 신명나게 그렸어요.”
나는 가요를 좋아한다. 어쩌다 마음에 드는 곡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러면 10분이 아니라, 며칠은 행복하다. 노래 하나로 한 계절을 행복하게 보낸 적도 있으니까. 그래서 음악을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만나면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음악을 들으며 작업하고 카페에서도 작업하고

Q: 그림 작업하면서 기억나는 게 있겠지요?
“옆도 안 돌아보고 그림만 그렸던 거 같아요. 4학년 때 학교에서 가건물을 작업장으로 내어 줬어요. 추웠던 겨울엔 호일을 감아서 겨울나고, 촛불 키고, 그렇게 살았어요. 그래도 그때가 젤 재미있었던 거 같아요.”
“93년돈가 동생이 천마산 스키장에서 알바를 하고 통으로 된 앞치마를 가지고 왔었거든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것 하나만 쓰고 있어요.”
앞치마 얘기를 들으면서 그게 궁금했다. 말하진 않았다. 그런 앞치마를 입고 싶어도 입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작가가 알까. 그리고 내가 내 몸처럼 생각하고 버리지 않는 게 뭘까. 누구나 하나쯤을 있을 것이다. 

전시장 모습. ⓒ서성원 

 

93년에 동생에게 선물 받은 앞치마, 지금까지 그것 하나로 써요. 

Q: 작가의 일러스트는 동화적 상상의 세계를 그린 것이 많다. 이것은 작가의 의도인가, 아니면 작가의 성향인가? 
“성격이 밝진 않아요. 대학 때도 어두운 색을 많이 써서 질책을 받기도 했거든요. 일러스트를 하다 보니까 이렇게 바뀐 거 같아요. 회화하고는 이게 다르잖아요. 일러스트는 의뢰인에게 맞출 수밖에 없어요. 사람들이 아무래도 밝은 걸 원하잖아요. 이런 압박감 때문에, 내가 길들어진 것 같아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압박감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다는 못 벗어난 거 같아요.”

Q: 혹시 작품 쪽에서 앞으로 계획 같은 게 있다면?
“제가 안으로 내재 돼 있는 게 많은데, 그걸 확 털고 나서야 하는데, 그게 안 돼서, 작품에서도 많이 보일 거예요. 그림하는 친구들이 그래요. 넌, 왜 이렇게 답답하니, 그런 얘기들을 많이 들었거든요.”
“주인공이 있으면 옆에 배경들은 조연들이잖아요. 너는 주인공을 부각시켜야 되는데, 다들 튀어나오려 하잖아, 그랬어요. 제 생각은 그래요. 얘들도 주인공처럼 나오고 싶을 거 아냐, 얘들도 소중하니까 나오게 하고 싶어요. 그래요, 아직은 제가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는 거 같아요, 아직까지는. 그리고 새로운 걸 개척하는 것보다 지금까지 해오던 걸 계속하고 싶어요.”
조연들도 배려하는 마음 따뜻하고 맑은 심성의 작가

이런 답변이 나온 데는 까닭이 있다. 나는 작가에게 작품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보면 어떻겠냐고 물어봤었다. 현재의 작품 속의 캐릭터는 순수하고 맑은 소녀 이미지가 강하다. 이것을 20대 초반의 숙녀쯤으로 가면 어떻겠느냐고. 캐릭터의 배경은 동화적 상상의 세계를 유지하고 캐릭터만 성인의 세계에 막 발을 들여놓는 캐릭터(어떤 면에서 이질적인 조합이다)라면 유니크한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제안이었다. 작가의 답은 앞에 그대로다. 현재 자기의 세계를 유지한다는 것. 하지만 작가님, 성동신문 연재할 그림은 앞으로 그런 그림으로 시도해주세요. 부탁입니다. 예상 밖의 피드백이 있을지 모르잖아요. 
덧붙이는 말-2022년부터 성동신문에 최제희 작가의 작품을 연재하고 있다. 그림이 있고 여기에 맞춰 내가 글을 쓴다. 글에 그림을 얻는 게 일러스트였다면 이것은 반대다. 그림이 주인공이고 글은 조연이다. 
“앞으로는 전시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전시를 위한 작품도 해야겠지요. 전시라면 전시 공간에 어울려야 하는데, 아직은 부족한 게 있죠. 사람이 쇼맨쉽이 좀 있어야 하는데, 제가 그게 그래요.”
“내년에는 '감정 한 스푼'으로 해서 (전시)해보려구요.”

Q: 일러스트는 어떤 매력이 있는가?
“회화는 사람들이 (작가의 의도를) 잘 모를 수도 있어요. 작가의 입장에서도 그래요, 사람들이 내 그림을 보고 (작가의 의도를) 아는지, 모르는지, 좀 그래요. 그런데 일러스트는 좀 친절한 편이잖아요. 일러스트 만의 재미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Q: 일러스트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꼭 대학을 나와야 하나 싶어요. 일러스트는 생계에는 도움이 되지 싶긴 한데.…”

Q: 작품은 언제 작업하는 편인가(제작 의뢰가 들어와야 하는가, 등등)
“(크게 웃으며) 밤에 많이 하죠. 카페에는 음악도 있고, 여기서 끼적이기도 해요. (이게 작품의 출발 혹은 촉발이지요.)

내년에는 '감정 한 스푼'이란 제목으로 전시할까 싶고, 대중과 자주 만날 생각

Q- 그 외에 하고 싶은 말은?
“일러스트 작품에 대한 보수(가격)가 대체적으로 너무 낮아요. 작가에 대한 대우, 위치가 아직도 낮아요. 안타깝죠.”

최제희 작가는 전시회를 자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충무로에 가서 작가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면 그건 행운이다. 행운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티비에서는 선거 개표 방송 중이다. 날이 밝아오는데, 구급차 싸이렌이 요란하다. 구급차 두 대가 우리 아파트로 들어온다. 그리고 방호복을 입은 구급대원이 들것을 챙겨서 내린다. 코로나가 끝나야 그나마 작가들 형편도 나아질 텐데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할까. 우울한 봄이 오고 있다.

○ 최제희는?
 경기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및 경기대 조형대학원 미술학과 졸업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
 성수동 연무장길에 <티티팩토리>를 열고 활동중.
 titijehee@naver.com
 www.instargram.com/titijehee

○ 양은연이 말하는 최제희
 '그녀의 세계에서는 커피잔 하나, 하트 문양, 활자, 사람, 풍경, 자연들이 크기, 색감의 강약이 제한없이 자유롭고 평화롭다. 주제와 비주제의 구분 없이 하나 하나 소중하게 다루어진 그녀의 그림은 그녀의 배려심과 닮아있다. 배려심은 사랑이다.'
'최제희 작가의 하트는 그녀의 그림에서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최제희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우리는 아무런 걱정도 근심도 없는 평화롭고 행복한 마음의 안식처, 마음의 위안처에 이미 가 있게 된다. … 그녀의 그림 안에 들어가있고 싶은 향수를 느끼게 되는 것은 우리 내면 안에, 우리의 마음 안에 이미 최제희 작가가 꿈꾸는 마음의 위안처를 우리도 또한 알고 있고 꿈꾸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양은연-독일 브레멘 국립조형예술대 석사, 마이스터슐러 졸업. 현재 대학 출강 중.

최제희 작가 포트폴리오 엿보기
프뢰벨, <눈과마음> <좋은생각> 삽화 작업, '내 이름은 김삼순' 소설 표지화(눈과 마음), 대한적십자사 행사 스크린 작업, 삼성 애티콘 캐릭터 작업, KBS '강연100씨' 홈페이지 삽화, 캘린더, 치과 캘린더, 동시 동화집, 2018건강보험 달력, 성동문화재단 '성동별곡' 잡지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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