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정이담의 『논개 애기씨』를 읽고
작가 정이담의 『논개 애기씨』를 읽고
  • 성광일보
  • 승인 2022.03.1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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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대은 / (『까닭이 되고 싶다(2021)』의 저자)
시인 김대은
시인 김대은

이 책은 분명히 허구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그런데 마치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 같은 인식을 가져다준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적인 묘사에 상상력을 더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 방식과 서술의 그 개연성은 너무도 설득력이 있어서 독자를 압도당하게 한다는 것도 잊게 한다. 읽는 내내 그러하였지만, 책을 덮는 순간 감회와 감동이 기대 이상이었다.

사실, 흔히 알고 있는 논개는 나이 어린 기녀로서 일본의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의 물살 속으로 몸을 던진 여인이었다. 책에서 배운 지식의 정도가 그것이었으므로 논개라 하는 여인에 관한 생각과 지식과 느낌은 나라를 위한 충정은 영웅적이었으나 여인으로서는 비극적인 삶이었다는 것 정도였다. 무엇보다 평소, ‘순국선열’, ‘열사’, ‘항쟁’이라는 말 자체에 왠지 나와는 다른 정신의 위대함, 다른 인생의 고결함으로 인해 따라갈 수도 가까워질 수도 없는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본문의 마지막 장, 마지막 문장과 저자의 책을 쓰게 된 이유와 마치는 말까지 다 읽고 책을 덮을 때는, 논개를 단지 영웅으로밖에 인식하지 못한 내 편견과 단 몇 개의 문장으로밖에 표현하지 못할 무지와 선입견들이 얼마나 소심하고 이기적이고 포용하지 못하는 기시감으로만 가득했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소설『논개 애기씨』를 읽으면서 점점 빠져드는 건 이랬다. 사람은 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책의 1권 서두에서 10권 마지막 문장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내내 던지고 있는 화두이다. 사람은 사는 동안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반드시 사유한다. ‘나는 누구인가?’를 한 번쯤 생각하게 될 때, ‘나는 어디서 와서, 왜 살며, 어디로 가는가?’라는 의문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그러한 관점에서 논개의 인생 여정은 누구로 태어났는가나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에 대한 관심과 의문보다는, 누구와 함께, 왜 살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의 관점으로 사람을 보고 삶을 마주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저자는 말한다.

‘사는 것도 그리고 살아 있는 것도 기적은 아니어야 했다. 허나, 그랬다. 아쉽게도 그랬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 누가 구국을 하려 할까!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안 되는 백성들의 그 애절함이 지금도 이 땅에 울리는 듯하다.’

『논개 애기씨』의 마지막 장, 마지막 문장이다.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사람의 행복을 위한 사회적 제도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논개의 순국을 통한 이 질문에 관하여 생각하고자 하는 것도 작가가 고발하고 있다. 일견, 삶은 어떻게 살아도 사회라는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다. 한 개인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도 사회적 제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현실에 대한 이상적 기원과 그 가치가 개개인의 행복에 접목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할 때,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매일 접하는 사회성과 개인의 평범한 일상성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를 사유할 수 있었다. ‘이러한 시각의 근원은 현실의 반추를 통한 개개인의 행복 추구를 그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라는 평소의 지론을 글에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작가는‘문학적 도구를 원용하여 시대적 위기를 극복한 철학을 찾고 그것으로써 오늘을 사는 우리가 우리를 위로한다’라는 문학을 통한 시대반영과 대안을 찾는 작가로서 충분히 목적을 이루었다고 본다.

어이 되었든 논개의 삶은 역사로 남았다. 모든 사람의 삶도 다 역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주인공으로 남는 일에는 ‘그것이 그렇다’라는 것이 증명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누구의 말은 이러하고 또 다른 누구의 말은 저러할 수도 있기 마련이어서 역사가 인식되기까지의 과정은 절대적으로 그것이 사실인지 진실인지 섣불리 단언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일까! 작가는 조심스럽다. 논개 애기씨의 신분에 대해 암시하고 있는 자료들과 문헌들을 들어서 일일이 설명하였다. 사료를 찾아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안타깝게 여겨진 이유이다. 역사는 수도 없이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믿고 주장해온 사실과 다른 말을 하는 사람에 대해 이 사회가 그리 호락호락 받아주고 넘어가 주는 일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일면 그렇다. 논개의 신분의 모호함이야 ‘무슨 상관이랴’ 싶은 건 이렇다. 타고난 성정, 사람을 대하는 태도, 시대를 보는 혜안, 나라를 향한 고결한 뜻 등이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 사방에 향기를 뿜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논개의 재발견이 묘한 희열을 안겨 줄 것이다.

이외에도 다른 시각도 투사된다. 조선 말기 사대부들의 세상에서 여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논개는 관기였다고 한다. (중략), 어리고 천한 기생도 그런 성스러운 구국의 운명을 받아 의롭게 순절하셨는데 사대부라는 것들은...’

이 글은 사대부들을 질타하는 것이 아니다. 논개를 기생으로만 받아들이고 싶었던 사대부들의 여인에의 비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조잡하고 부끄러운 인식에 불과하다. 논개는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페미니즘이었다는 것을 작가는 보여주고 있다. ‘여자가 감히...’, ‘여자가 어떻게...’, ‘여자가 그랬대?’라는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해버리려는 사고방식, 폄하시키려는 의도적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논개를 모든 이들에게 한 인간으로서의 동등함과 인간의 존엄성을 깨우쳐 주는 선구자적 역할을 한 여인으로, 또한 동경과 존경의 대상이 되는 여인으로 인식의 전환을 하도록 이끌었기 때문이다. 논개의 순국을 여자로서의 관점으로 바라보아 폄하시키려는 사대부들의 시선이 아닌, 여자가 아닌 한 사람의 백성, 한 인간으로서의 희생으로 바라본 작가의 시선은 페미니즘의 완성이라고 보여진다.

논개는 평범한 여인으로서의 행복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평범한 일상성이 깨지는 것은 물리적 완력의 충돌에 개입하게 되어지는 상황에 따른 것이다. 논개는 한 여인으로서의 삶에만 충실하기에는 그 성정이 매우 이타적이었다. 자신의 행복이 최우선이라 해도 삶은 그러하니 그것은 죄가 될 수 없음에도 인간을 향한 마음의 시선이 항상 자신이 아닌 타인을 향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건 독자가 읽고 가질 희열을 앗고 싶지 않아 지면을 양보한다.

그랬다. 소설이 주는 기쁨은 그렇다. 알지 못했거나 희미하게 알고 있었던 것을 구체적으로 알아가는 것에서 발견하는 벅참이다. 나아가 뜻하지 않는 것에 따른 생각의 확장으로 이끄는 것이다. 그것이 문학의 힘이라면, 『논개 애기씨』는 문학적 도구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하고 있다. 급변하고 있는 이 시대에 어떻게 개인의 행복을 위해 인간의 순수성과 사회성을 적절하게 접목시킬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게 하고 그 대안을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가치는 맺는 것이 아니라 생각거리를 주어서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다. 고착화되고 정체된 생각을 헤쳐서 그것이 가지는 미결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게 하는 것이다. 더욱이 문학의 이야기는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과 같다.’

작가의 이 말은 마치 내게 ‘그 고민을 같이 해보자!’라며 말을 걸어주는 것으로 들렸다.

‘가슴을 후벼 파는 것이 아닌 가슴에 파고드는 사람을 보고 싶다!’

‘이렇게 주절거리며 글을 마친다’라며 저자는 한 인간의 사람과 사회를 향한 삶의 태도가 너무 고결하고 기품이 있어서 그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과 주변의 사람들의 모습 또한 그것을 닮아가고 있었고 그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 죽음 또한 개인의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끝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고 논개의 정신과 마주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다 읽고 나자 먹먹했다. 작가의 사상의 깊이가 오래된 고택 마당에 있는 바닥의 끝이 보이지 않는 우물 같았다. 그 우물 속에서 찰랑거리는 물을 끌어 올리는 두레박처럼 조심스럽고 세심한 문체로 각종 역사적 문헌을 근거로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하게 접근해주어서 내심 고맙고 존경스러웠다는 인사를 남긴다. 어느 곳에서든 지도자로, 리더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절대적으로 가까이해야 할 책이라 열독을 권한다. 국가든, 사회든, 가정이든 리더의 자리가 얼마나 중요하고 그 사명의 막중함이 어떠한가를 끊임없이 반문하면서 시대를 보게 하고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라는 것을 나처럼 공감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작가의 탁월한 사상의 흐름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대하소설 ‘『논개 애기씨』를 다 읽고 책을 덮는 순간, 정신과 영혼이, 새벽이슬을 머금은 풀잎처럼 한 뼘은 자라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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