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원의 엉뚱 발랄 성동 이야기] (44) 뚝섬유원지(뚝섬한강공원)
[서성원의 엉뚱 발랄 성동 이야기] (44) 뚝섬유원지(뚝섬한강공원)
  • 서성원 기자
  • 승인 2022.03.23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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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인기 최고였던 뚝섬유원지,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
1968년 뚝섬수영장, 뒤편의 숲이 너무 멋지다. 한강변에 저렇게 풍성한 숲이 있었다니 놀랍다.(출처 서울역사아카이브)

○ 소재지: 서울시 광진구 강변북로 139 (자양동)

'뚝섬'은 참 이상한 곳이다. 파고 파도 얘기가 끝이 없다. '성동 이야기' 연재를 시작할 때, 삼 회 정도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짐작이었다. 
내가 뚝섬유원지를 연재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21년 여름쯤이다. 동네 사람들에게 '뚝섬' 얘기를 여쭤보면 어김없이 뚝섬유원지 얘기가 나왔다. 그때서야 나는 알았다. 뚝섬에서는 뚝섬유원지를 빼놓고는 얘기가 안 된다는 걸. 

뚝섬유원지 위치와 시설들(출처 한강사업본부)

뚝섬유원지를 그린 한국화를 만나다

지난해 6월 초다. 뚝섬애향회 정진섭 님과 정대호 님을 만나, 뚝섬의 550살 회화나무를 취재하던 중이었다. 태진운수 강당에서 한국화를 봤다. 뚝섬유원지를 그린 풍경이었다. 이번에 글을 쓰면서 그림을 자세히 보았다. 늦은 가을, 잎을 떨군 나무들이지만 숲을 이루고 있다. 숲속에 '개미집'이 있는데 마당에 펌프, 강변에 놀이배들이 묶여있다. 지금의 뚝섬유원지의 아주 다른 모습이다. 그림을 언제쯤 그렸을지 알아낼 수 있었다. 강 건너 잠실주경기장과 야구장이 있다. 경기장은 84년에 준공했다. 그런데 뚝섬유원지에서 숲이 사라진 것은 한강종합개발 사업 때문이다. 이 사업은 1986년에 끝냈다. 그렇다면 그림 제작은 84년이나 85년쯤이다. 이번 기회에 최천식(전 구의원) 작가에게 연락해서 당시 뚝섬유원지에 대해 증언을 들었다. 그림 제목을 물었더니 '개미집'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뚝섬유원지는 서울 최고의 유원지였다고. 얘기를 들어보면 유흥을 위한 놀이시설이 있었고 숲, 강물, 백사장 그리고 먹거리까지,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있으니, 놀고먹고 즐기기엔 그만한 곳이 없었다. 채수원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 한강철교 아래 강물이 오염되어, 수영을 할 수 없게 되자 뚝섬으로 몰렸다고. 

뚝섬유원지에서 추억 하나 없다면 서울시민 아니지
 
서울에 오래 살았던 사람들은 말한다. 수영장이 있어서 좋았다, 어떤 사람들은 드넓은 백사장이 있어서 멋진 곳이었다고 했다. 데이트 하기에 좋았다고. 그러다 뚝섬유원지가 왜 인기가 있었는지 깔끔하게 정리해서 말하는 분을 만났었다. 이번에 기사를 쓰면서 그분과 다시 통화를 했다. '예아네 꽃집'을 운영하는 홍종혁 님이다. 그분은 이런 요지로 말했다. 
뚝섬유원지는 나무 그늘이 있어서 다른 한강 유원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교통이 편리했다. 기동차에서 내리면 바로 뚝섬유원지였다는 것. 기동차가 1968년까지 운행했으니 아득한 시절의 얘기이긴 하다.
'그때 뚝섬유원지는 20만 평의 넓은 백사장과 4천여 그루의 방풍림이 둘러쳐져 있고, 서울 시내 다른 유원지들과 달리 돈을 받지 않았기에 한때는 연인원 3백 만 명 가량이 찾을 정도로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는데요. 특히나 한강 변에 있어 여름에는 물놀이를, 겨울에는 스케이트와 눈썰매를 즐기려는 인파로 북적였다고 합니다.' (출처, 한강사업본부 블로그)

뚝섬유원지는 언제부터 인기가 있었을까?

뚝섬을 드나들던 기동차는 일본인이 부설했다. 일제 강점기 때다. 그런데 뚝섬유원지에 대한 얘기를 쓰기 전, 자료를 찾는 중에 좀 특별한 논문 하나를 발견했다.
'유원지의 수용과 공간문화적 변화 과정 - 창경원, 월미도, 뚝섬을 중심으로'. 김정은의 2017년 서울대 박사과정 논문이다. 기동차에 대해서는 나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일본 회사가 부설한 사설(私設) 철도였다는 것. 그런데 논문에서 놀라운 걸 발견했다. 뚝섬유원지가 생겨난 까닭이다. 이게 기동차를 운영을 위해 만들었단다. 

[경성궤도는 1933~1934년 뚝섬에 수영장 등의 시설을 해 유원지를 조성하는데, 새로운 시설은 궤도의 운영과 밀접하게 연계된다. 1933년 뚝섬 수영장의 개장을 맞아 동대문역-동뚝섬(동독도리)역까지의 왕복 요금을 할인해주거나 운행 시간을 연장하기도 했다. 1934년 동뚝섬에 수영장, 아동 유희장, 매점 등을 갖춘 유원지를 조성한 뒤에는 유원지역까지 궤도 노선을 확장하고, 궤도차 이용자들에게는 유원지의 입장료를 받지 않기도 했다.'(출처 김정은 논문)]

이때 어떤 시설들이 있었을까. 역시 논문에 나와 있었다.

['유원지 - 유원지역전(遊園地驛前) 한강 강안 1만여 평의 광활한 땅에 자리한 본사 직영의 유원지에는 청례한 구슬 같은 어린이 수영장, 낚시 못, 분수탑, 각종 운동 기
구, 정원, 운동장, 식당 등의 설비가 갖춰져 가족이 함께 놀러가기에 더없는 명랑한 유원지다. 특히 흰 돛단배가 오가는 한강의 전망은 더할 나위 없다. 입장료는 5전. 동대문 및 왕십리부터 유원지까지 왕복 승차권 소지자는 무료 입장.'(출처 김정은 논문)]

그러니까 현재 우리가 추억의 장소로 그리워했던 그 뚝섬유원지. 알고 보니 일제의 잔존물이었다. 일본인이 저들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만든 인위적인 시설이었다. 해방 후에도 뚝섬의 유원지 시설은 유지되었고, 그런 시설이 있으니까 서울시민들은 찾았던 것이다. 
논문에서 이것까지 밝히고 있다. '유원지(遊園地)'라는 말이 일본에서 들어온 말이라고.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말이 없었다고 한다. 일제가 이 땅에 저질러 놓은 야욕의 문화가 우리에게 깊게 뿌리박혀 있었다. 그러면 뚝섬유원지에서의 추억은 어쩌란 말인가. 그렇지만 이런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기는 알아야 할 것 같다. 

'뚝섬유원지'와 '뚝섬유원지역'이란 이름에 대하여

'뚝섬유원지'는 진짜 이름이 따로 있었다. '뚝섬한강공원'이다. 1992년부터 공식 명칭으로 정했다. 벌써 몇 년 전인가. 그런데도 뚝섬한강공원으로 부르는 이들은 의외로 적다. 젊은 세대들은 다르겠지만 뚝섬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거의 '뚝섬유원지'라고 한다. 우리들만 그럴까. '뚝섬유원지'는 서울시민의 뇌리에 깊게 뿌리 박혀있다. 그래서 또다른 일이 벌어졌다. 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이란 역명이다. 원래는 '자양역'이었다. 개명 청원이 있어 바뀐 것이다. 개명을 요구한 까닭은 알만하다. 
오늘도 한강은 흘러간다. 아픈 역사는 흘려보내고 그냥 맘 편하게 사는 게 최고일까. 유원지든, 공원이든 그런 거 따지지 말고.
뚝섬유원지, 아니지 뚝섬한강공원은 지금도 멋지다. 그 곳에 김성복의 작품이 있다.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우리는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할 곳으로 가야 한다.

최천식 ‘개미집’ (정진섭 소장)
진헌마정색도, 1678년 그 무렵 뚝섬 한강변에 목장을 보호하려고 버드나무를 심은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이후, 일제 강점기에도 나무를 심었다.
1960~70년대 인기 피서지 뚝섬유원지 뱃놀이, 1968, 한치규 제공(출처 연합뉴스)
1968년 뚝섬수영장(출처 서울역사아카이브)
뚝섬유원지에 백사장이 얼마나 넓었던가. 1962 여름. (출처 국가기록원)
뚝섬유원지의 보트, 1956년 (출처 서울역사아카이브
뚝섬유원지에서 기념촬영. (출처 한국문화원연합회)
현재 뚝섬유원지, <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 김성복 작품, ⓒ서성원.
현재 뚝섬유원지, 암벽등반장, ⓒ서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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