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다리 이야기(2)
[수필] 다리 이야기(2)
  • 성광일보
  • 승인 2022.03.2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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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박/
수필가
성동문인협회 부회장
김종박

그래서인지 강이 있는 곳엔 다리가 놓이게 되고 따라서, 다리를 국내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지구촌의 시대에 맞게 국제적인 눈(International Eye)으로 바라볼 때 그 의미는 자못 더 커진다고 생각된다.      

눈을 뜨고 보면 세계 어느 지역이든 대도시는 큰 강을 끼고 발전하고 있어서 양안(兩岸)을 이어주는 다리를 지어 물자수송과 인적교통소통, 물류 흐름을 더 빠르고 대량화하며 안전성을 높이는 등 유용하게 활용하는 총체적인 사례가 빈번해지고 어느 나라든 다수의 수도에서 특히, 그러한 예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밤이면 오색의 휘황찬란한 불빛으로 수놓아지는 아름다운 한강 다리들이 즐비한 우리 서울도 그러한 범주에서 예외가 아님은 물론이다.
밝음(陽)이 있으면 어둠(陰)도 있는 게 인간사(人間事)다. 
다리도 마찬가지여서 예외는 없다고 보인다. 

놓인 다리가 파괴로 절단되어 두절됨으로 인해 초래되는 커다란 손실과 불행 말이다. 그러한 예를 6?25 한국전쟁 시의 한강 다리 파괴로 인한 단절로 엄청난 인재(人財)와 민족정기의 커다란 상실로 인한 아픈 상흔이 70년이 다 되는 지금도 우리들 가슴에 치유되지 않고 남아 있는가 하면, 보스니아의 네레트바 강 위에 놓인 오래된 다리를 뜻하는 '스타리 모스트' 다리가 1993년 발발된 전쟁으로 크로아티아 포병대에 의해 파괴됐고, 이러한 '오래된 다리'의 파괴는 발칸반도의 내전으로 인한 무의미하고 잔악한 유혈사태를 상징하고 있으니. 2004년에 유네스코의 기부로 다행히도 다시 복원되었지만….

좀 더 부연하자면, 잘 소통되던 다리가 전쟁의 빌미로 악용되는 원인이 되거나 전쟁 수행용으로 불미스럽게 건설되기도 했으니.
보스니아의 사라예보에 있는 라틴 다리는 제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현장으로 유명하다. 1914년 6월 28일 오스트리아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과 그의 아내 소피아가 세르비아 민족주의 청년 프린츠프에게 암살되어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다리이기 때문이다. 또한 노구교는 중국의 북경 남서쪽 교외에 있는 영정강(永定河)을 가로지르는 노구교(盧構橋)왼편의 소도시로 화북침략 야욕에 불탔던 일본의 노구교 간계에 의해 1937년 중일전쟁의 발단이 되기도 했고, 영화로 더 유명한 '콰이강의 다리'(Bridge On The River Kwai)는 세계 2차 대전시 버마로의 군수물자 수송을 주목적으로 타이와 미얀마를 잇기 위해 당시 영미 등 연합군 포로들을 열대의 밀림지역에서 혹사시켜 일본이 건설한 다리로 그 잔학상의 극치를 그 다리의 입구 부근인 태국의 칸챠나부리 기념관에서 여행하다 보면 볼 수 있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하는 오늘날은 우리의 건설 기술도 눈부시게 발전해서 자연적으로 분리된 지역인 강의 양안만 연결하는 다리가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에서 볼 수 있었던 섬과 섬을 연결하는 등 바다를 연결하는 대사업으로 영종대교 등 바다 위의 거대한 메가 다리가 출현하고 있다. 길이와 규모 정도만 방대해졌을 뿐이지 바다의 연결은 그래도 원래의 물을 연결한다는 의미의 범위에서 이해하면 되지만 산과 산을 연결하는 육지의 다리 놓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과거에도 교통을 원활화하기 위한 시내의 소규모의 작은 육교(陸橋) 정도는 있었지만 말이다. 

과거에는 돈이 더 들어도 우회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었지만, 요즘은 고속도로 등 새로운 도로를 건설하다가 막히면 터널을 뚫어버리고 낮은 지대가 나오면 아예 두 지역을 하늘에서 연결하는 육교를 놓아버리니 '다리는 강에 놓는다.'라는 기존 개념 체계를 뛰어넘고 있다는 말이다. 더 나아가 산과 산을 다리로 연결하거나 자연공원에서는 흔들거리는 현수교를 산봉우리에다 건설하기도 한다.

한 세기 전에 살았던 우리 조부모들은 도무지 짐작하기가 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이왕 짓는 다리 갖가지 조명과 그림들의 조각을 덧붙여 예술성을 고려하여 시각적으로 한껏 돋보이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다리와 사랑의 이야기로 운치를 더하는 다리도 나오고 있다. 서구나 미국 등을 관광하다 보면 볼 수 있는 누구나 자연스레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예술성 높은 다리들 말이다. 그리고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흐른다.”라는 시구도 있잖은가.

나아가, 다리는 도로와 더불어 차량 등의 이용처의 총아인데 요즘은 관광과 레크리에이션 수단의 장소로도 제공되는 등 이용 기능의 다양화가 폭넓게 개척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3년 전 손자 송민이를 데리고 아내와 함께 미국과 캐나다를 여행한 적이 있다. 그때 캘리포니아주의 '금문교 걷기' 관광코스에 참여하여 셋이 걸으면서, 조깅하던 즐겁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1937년에 준공된 총길이 2,737m 높이 227m의 탑들에서 늘어뜨린 2줄의 케이블에 매달린 아름다운 거대 현수교다. 저 높은 곳에서 조심스럽게 페인트칠하는 인부들이 보였는데 끝에서 끝까지 칠하는데 보통 물경 1년이 걸린다고 한다. 다리의 한 가운데의 넓은 차도 양쪽으로 나 있는 인도도 넓어서 한쪽에서도 오고 갈 수 있었다. 차도엔 수많은 차량이 인도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즐겁게 오갔다. 현지 미국인보다 우리와 같은 관광객들이 더 많아 보였다. 초등 1년생인 송민이에게 손을 들고 반대쪽에서 조깅해 오는 어른들에게 하이하고, 인사하랬더니 첨엔 쑥스러운 듯 주저했다. 간단히 내가 시범하는 모습을 보고선 따라서 한다. 몇 번 시도하자 상대방 측에서도 하이하고 반응이 오니 기쁘게 웃는다. 자신감이 붙으니 즐거운 모양이다. 먼저 하이 인사를 보내면서 신나게 펼쳐진 파란 바다도 구경하면서 말이다. 시원한 바닷바람의 상쾌한 흐름을 맛보는 관광도 되고 아울러 몸의 긴장도 풀어주는 레크레이션도 된 즐거운 금문교 걷기였었다. 머지않아 다리 수가 30개가 넘게 될 배달겨레의 후손의 나라인 우리의 한강도 그러한 차원에서 괜찮은 곳이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요즘 지자체에서 육지 현수교 짓기는 활발한 거 같다.
지방 세외 수입을 증진하는 차원에서 연구하면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한 방안도 될 수 있으리라. 예컨대, 1981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지정된 군립공원(郡立公園)인 나의 고장 순창군의 강천산(剛泉山)에도 산정(584m) 못 미치는 곳곳에 멋있는 현수교를 세운 지 몇 년 됐다. 나도 가족과 함께 몇 번 들러 즐긴 적이 있다. 공중에서 흔들거리는 다리 한 중앙을 걷다 보면 아찔하면서도 짜릿한 현기증이 나기도…. 그러한 것에 호감을 느끼고 그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강천산의 수려함만큼이나 강천산의 명물로서 그 현수교는 깊고 묘한 인상을 선사해 주고 있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가끔 언론에서 지탄받던 정치인이나 열심히 살아도 버거운 한계의 세상을 비관한 사람들이 가끔 한강에서 투신해 세상을 떴다는 안타까운 매스컴 소식을 접하면 한강 다리가 그러라고 있는 것은 아닌데, 가만히 눈물이 솟아서 아연할 때가 있으니….

그래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고마운 것이 다리라는 생각은 어쩔 수 없다.
만인에게 유용한 교통을 하게 함으로써 만인에게 많은 이로움과 편리함을 주기 때문이다. 즉 연결해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오늘의 인터넷이 지구인들에게 연결을 주듯이 다리를 통한 연결, 더욱이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는 다리가 우리 마음속에도 지펴졌으면 더욱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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